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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 런던의 워킹맘.

필요한 것은. 밸런스가 아니라 선택.

by 맨모삼천지교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던 시절.


삶의 질과 만족도가 바닥으로 떨어지다 못해 지구 맨틀을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나갈 지경이라 표현하고 싶을 만큼, 심리적 육체적 한계를 마주하는 순간이 자주 도래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너무나 궁금했었다. 나만 이런 것인가? 나의 체력이 문제인가? 늘 이렇게 어느 부분도 80%는커녕 반도 제대로 못해내는 것 같은 이 찜찜하고 답답한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인가? 다들 어떻게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며 살고 있는가....?

그래서 답을 찾고자... 주변에 엄마인 동시에 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 회사 선후배들을 둘러보며 필사적으로 롤모델을 찾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일을 하려면 아이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칠 수도,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집에 있는 친구를 보며 전업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반 포기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시간이 가고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출장 다녀오면 꼭 저런 표정으로 날 보던 쪼꼬미.


그러던 중, 동경에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가 출장으로 서울을 왔다가 잠깐 짬을 내서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다. 막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 친구는 Olympus라는 일본 대기업 소속으로 이미 수 년째 일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이가 적지 않아 결혼과 동시에 바로 아이를 낳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임신과 동시에 회사 내 부서 이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언제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회사에서 그런 내규를 정한 이유인 즉, 임신한 직원에게 불합리한 부서이동이나 업무 이동을 지시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란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쿄의 워킹맘들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가 터졌다. 2006년 유학시절에 접했던 일본의 여러 문화와 사회 이슈들이 2015년 한국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던 것을 보았기에... 10년 후의 한국의 육아와 가정의 양립이 변화 양상이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궁금했던 것.

그런데, 한국보다 외부인의 가정내부로의 접근에 훨씬 더 폐쇄적인 일본에서는 베이비시터나 살림 도우미 등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것은 물론, 결국 친정이나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 못지 않게 많은 여성들의 경력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결론으로 듣고 꽤 좌절했던 것 같다.


한국만 이런 것인가?

동경이 답이 아니라면, 다른 나라의 일하는 아이 엄마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그 와중에 어쩌다 툭 떨어지게 된 이 도시 뉴욕은. 정말 전 세계에서 온 엄마이자 여자인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그중 상당히 많은 수가 미국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활발히 "워킹맘"으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아침 일찍 나갔다 저녁에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귀가가 가능한 업무 강도를 유지해 가고 있는...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도 있었고, 본인이 창업가인 사람, 패밀리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이름만 얹어둔 사람 등등 정말 같은 '워킹맘'의 범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삶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간 쌓였던 궁금증을 이들을 통해서 풀어보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살고 있냐고.

어떻게 당신의 커리어를 유지하고

어떻게 가정을 돌보고 있느냐고.

그만두고 싶지 않았느냐고,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했느냐고.

행복..하냐고.


그 질문의 대상이 된 많은 사람들 중, 이번에 인터뷰를 하게 된 Dita는 특히 이 문제들에 대해서 기억에 남는 대화를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사람이었다.



3년 전 가족과 함께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사 왔던 체코 출신의 여인 디타. 올해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뉴욕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간다. 세계적인 2개의 대도시 런던과 뉴욕에서 '워킹맘'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낸 체코에서 태어난 여인인 그녀는, 늘 딱 부러지는 말투로 본인의 소신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인 디타와 '엄마가 된다는 것'과 '워킹맘'의 삶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뉴욕의 워킹맘의 삶은?

한국과 비슷할까? 더 힘들까?


당신에 대한 소개 부탁해요.

제 이름은, Dita Summerfield에요.

전 스스로를 “워킹맘”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일하는 것을 즐기고… 언제나 일해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일하는 것 못지않게 “mom”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이유는.....

일하는 여성인 동시에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현재 5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디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아들:)
Family name(패밀리 네임- 성) 이 Summer Field네요? 정말 예뻐요.

대단히 영국적인 패밀리 네임(성)이죠. 남편이 영국 사람이라 그래요(웃음)


Q: 체코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런던을 거쳐 뉴욕에 살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영어를 공부하러 런던으로 갔었어요.

런던에서 남편과 만나 결혼했고... 남편 일 때문에 뉴욕에 오게 되었어요.

돌이켜 보니 처음 영국에 가기 전부터 [런던]과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여행으로 뉴욕을 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떻게 이렇게 살고 있네요?!

좀 나이가 들어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꿈을 이룬 셈이네요. (웃음)


Q: 스스로를 일하기 좋아하는 여성이라 소개했는데, 어떤 일들을 했었고 하고 있나요?

런던에서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전공했어요. 공부하면서 어떤 분야에 특히 관심이 있을까 싶어서 다양한 일들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스스로가 특히 “Fashion & retail”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관심도 많았고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죠..

그래서 리테일 비즈니스 (실제 고객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일)을 파트타임으로 해보기도 하면서 이 분야에서 적성이 맞는 곳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 후에는, Rigby & Peller라는 회사에서 오퍼레이션 매니저로 직원 250명의 매니저 역할을 했을 때 정말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Q: Rigby& Peller라는 회사는 어떤 곳이에요?

두 여성 창업자가 하는 회사예요. 럭셔리 언더웨어를 주 제품으로 하는데, 영국 왕실 가족들에게 납품되는 브랜드 중 하나죠. 8년 동안 그 회사에서 일하면서 비단 오퍼레이션에 국한해서만 일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일도 같이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영국 왕족과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추억도 만들 수 있었죠:)

디타가 가장 오랜 기간 애정을 가지고 일했던. Rigby& Peller
지금도 이야기하는 말투에서 첫 회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그런데 그만둔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아이 때문이었어요.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같은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그만두었어요.


당시, 회사는 벨기에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던 시기였고, 덕분에 많은 출장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회사는 아이를 낳은 후 바로 6개월 뒤에 제가 돌아오길 바랬지만... 돌아갈 수 없었어요. 이제 갓 태어난 아이에게 6개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탄력 근무가 가능한 조건으로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봐야 했죠.


런던의 워킹맘도... 쉽지 않은 길이군요.

정말 그랬어요.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마땅치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제가 그동안 쌓은 경력이나, 학력, 인맥 등을 적절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part time job(시간제 일)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정리하고, 정돈하고, 모든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매니징 하는 오퍼레이션 매니저의 일이 정말 적성에도 맞았고 계속하고 싶었지만...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는 어려웠어요.


그래도, 아이와의 시간을 포기할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2살이 될 때까지는 제 경력을 낮추고 연봉을 깎아서 파트타임으로 업무 진행이 가능한 회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까지 일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사회적인 인간으로 남아있고 싶었어요.


Not willing to spend my life cleaning & look after. Because it does not make me happy.
That's why I decided to find the thing that I love.

아이의 엄마인 “Ditta”로만 남아 있으며 가사를 하고.. 하는 시간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로 했어요. 무언가 내가 충족감을 느끼지 않는 일에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제게,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관계를 쌓고 의미가 있는 일을 하러 가는 곳인 거죠.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고 싶었어요. 그 욕구가 저를 끊임없이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

동료들과의 티타임!
유럽은 출산과 양육에 대해서 복지나 사회 정책이 전반적으로 좀 더 너그러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런던은(영국은)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런던은 특히 미국과 좀 비슷한 면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영국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나 기업의 배려가 크지 않은 편이죠.

법적으로 52주를 쉴 수는 있지만, 실제 제가 출산 당시 다녔던 회사에서의 고위 직급으로 여러 가지를 결정하고 여러 사람들을 매니징 해야 하는 일에 있는 사람들 중...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아요.


영국도 출산과 육아에 따른 양육 수당 같은 것도 있지 않나요?

첫 6주는 원래 받던 주급의 90% 정도는 받고, 나머지 33주의 경우 주급 기준으로 한주에 150유로(한 주에 약 20만 원) 정도 또는 기존 주급의 90%에 해당하는 금액 중 낮은 금액을 받아요.


그리고 42주 이상부터는 경제적인 지원은 없죠.


영국 정부의 육아 관련 지원 고지/ 출처 https://www.gov.uk/employers-maternity-pay-leave

하지만 실제 이 비용은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돈으로 사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해요.

그래서 다들, 되도록 빨리 직장으로 복귀하죠...

런던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뉴욕과 마찬가지로 비싼 편인가요?

뉴욕 맨해튼과 비슷해요.

한 달에 약 3천 불(3백50여만 원) 정도 하는 어린이 집이 대부분이에요.


영유아 양육 및 시설 이용 관련 비용이 모두 국가에서 지원되는 프랑스와 전혀 다르네요?!

영국 정부에서는 아이나 육아에 대한 정책에는 전혀 투자를 하고 있지 않아요. 영국은 지난 10년간 이민자가 굉장히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엄청난 시간과 세금을 투자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출산/ 육아 같은 것은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처음 남편으로부터 일 때문에, 뉴욕으로 와야 한다고 들었을 때 어땠었나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어요.

왜요? 이 도시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 했었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 일과, 사회, 아이 ] 사이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고민과 번뇌를 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에서도 균형을 잡기가 어렵고 만족스럽지 않았죠.

인생의 새로운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제가 원하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회사나 직급은 없었던 그런 상황이 이어졌죠.


그러다, 새로운 PR 회사에서 딱 4일만 출근하고 오버타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했었어요. 제가 과거에 했던 일의 직급이나 급여와 비교했을 때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인 업무 환경 등이 일과 가정을 어느 정도는 밸런스 있게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은 곳이었거든요.


그런 회사에서 6개월을 즐겁게 일하고 있던 와중에 남편으로부터 뉴욕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었어요.


그렇게 이사 온, 뉴욕에서의 삶은 어땠나요?

음...무엇보다..."아이"가 제게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매개체로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죠.


그리고 맨해튼이라는 도시 자체가 아이를 키우는데 엄마로 너무나 편리한 환경이었요. 공간적인 여유가 없고, 시끄럽기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모든 것이 가능하고 너무나 편리한 동시에, 사람들이 매우 친절해요. 제 경험상 평균적으로 뉴요커들이 런던 사람들보다 훨씬 친절하고 아이들에게 특히 친절하죠. 영국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주 쉽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특히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많은... 한마디로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이 많은 곳이고 커뮤니티가 매우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16년 산 런던보다 더 편하게 살았었죠.


뉴욕에서도 다시 일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런던에서의 경력만으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요.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사 오고 나서 8개월은 일할 수 없었어요.

집만 정리하는데도 6개월은 흘렀던 것 같고... 무엇보다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야 했어요. 갑자기 바뀐 환경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이주 8개월 후 즈음 부터 이제 다시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맨해튼에 있는 엄마들의 커뮤니티인 HRP mamas에 구직 공고를 올렸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운이 좋게 면접을 보게 되었고 비영리 조직 [ Center for active design]에서 바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Center for active design 홈페이지

이 회사는, 건물 등의 디자인 개선을 통해서 지역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있어요.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에요. 그런데 비영리 조직이네요?
그전에 일했던 일들과는 전혀 결이 달라요.

맞아요.

전에는 저도 비영리 조직에서 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일단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비영리기관에서의 일의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던 것 같아요. 우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존경하게 되었어요.
사실, 영리 조직은 정부를 포함한 여러 기부자들의 자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러 곳의 펀딩을 지속적으로 얻어내야 하죠. 그렇다는 것은 디렉터 업무의 큰 영역이 자원을 끌어 모으거나 지금 운영 중인 자금을 어떤 식으로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하지만, 그 이익은 개인이나 어떤 회사의 영리를 위해서 사용되지 않고 재 투자되거나 비영리기관에서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일에 사용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 노력해요.

비영리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일이 진행되는 방식은 일반 회사와 다르지 않아요. 위에 이야기한 모든 과정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동반하거든요. 그래서 실제 그 안에서 일해 보면서 비영리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그들을 존경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그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에 사용할 수 있는 내가,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일과 시간을 해 내며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거든요. 실제 파트타임이었지만 일의 강도나 양은 너무 많았고, 일을 하다 아이를 픽업하고 주말에도 아이를 보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어요. 결국,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서 다른 회사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바로 이직했군요?
그 다음은 어떤 일을 했죠?

그래서 뉴욕에서의 첫 직장에서의 10개월을 뒤로하고, Stella & dot이라는 회사로 바로 이직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파트타임 오퍼레이션 매니저로 1년 반 정도 일했어요. 런던으로 다시 돌아갈 일이 없었다면 굳이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할 만큼 재미있었어요.

디타가 뉴욕에서 즐거이 일했던 Steall & Dot/ 엄마 회사에 놀러온 아들 Hemish


세계적인 대도시 런던과 뉴욕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특별한 차이가 있는지... 아니면 별 차이가 없는지 궁금해요.

사실.. 나는 워킹맘으로 사는 것은 뉴욕이나 런던이나 비슷하게 힘든 것 같아요.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모두 상당히 일정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양쪽에서 모두 쉽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두 나라(미국과 영국) 모두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해서 이해가 떨어진다고 할까요?

이런 부분을 마주하며.. 많은 기업들이 괜찮은 인적 자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일테면...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매우 멀티태스크를 잘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사실, 대부분들의 워킹맘들이 그렇죠. 아이도 일도 가정도 챙겨야 하니까요. 그러니 워킹맘으로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재능이 더 자라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한 거죠.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이를 직시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생산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많은 회사들이 목표하는 바예요. 그 맥락에서 보자면, 고경력자의 여성들이 커리어를 잘 유지할 있도록 약간의 배려를 해준다면 기업 전체의 '생산성'은 충분히 더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회사들이 이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죠. 그 결과 많은 여성들이 회사와 커리어를 떠나야 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구요. 그 결과 모두에게 ‘덜 생산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에요. 지금보다 훨씬 더, 각 회사들이 일하는 부모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등의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영국과 미국 모두요!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 비해서는 뉴욕이..
여러모로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에는 조금은 더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미국을 두고 '워킹맘의 천국'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어떤 부분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음.. 일단, 한국은 워킹맘의 삶의 질 자체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가 한국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우선, 제가 보기에는 '육아'에 있어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할 여러 가지 리소스가 이 곳(뉴욕)은 좀 더 충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일테면.. 베이비시터도, 그 풀이 충분히 많아서 장기가 아니라 단기로 잠깐씩 아이를 맡기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하죠. 이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많고... 인력풀도 넘치죠.
뿐만 아니라, 아이를 베이비시터나 내니에게 맡기고 '어른을 시간'을 갖는 방식이 충분히 일반적이기도 한 동시에..."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아이를 돌봐주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는 사회 문화 역시 일하는 엄마들이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여지를 열어주는 것 같아요.

음. 재미있네요.

하지만..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리소스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밸런스를 찾게 해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 곳에서 일하며 뉴욕의 다른 일하는 엄마들과 이야기해봐도 다들 마찬가지로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베이비시터나 내니 마켓은, 아주 긴 시간을 일해서 온전히 양육의 손길을 대신할 사람들을 찾는 부모들을 위해서 형성되었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리소스가 많다고 해도 그것 역시 풀타임/ 파트타임으로 나뉘어 쓸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어서 한정적인 거죠.


결국, 부모의 손길을 대신할 수 있는 리소스란 없다는 결론이네요..

그래서, 이런 면으로... 저는 우리 모두가, 특히 여성들이 좀 더 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투 무브먼트 등이 있지만, 아직 일하는 여성들의 육아와 일에 대한 균형을 찾는 부분에 대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크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에요. 아마도 이것은... 이런 이슈를 제기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그저 해고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특히 미국에서는요. 그로인해 더 이상의 사회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이, 엄마들이 좀 더 이야기해야 해요.

출산휴가가 3개월인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아이는 다 클 수 없다고, 부모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고 더 크게 이야기해야 해요. 여성들이 모인다면, 일하는 부모들이 더 모인다면.. 사회는 좀 더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미국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기회의 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엄마가 되어 이런 현실을 인지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 그저 울고 화내고 있는 것 만으로 매우 인생은 짧다고 생각했기에...

바꿀 수 없는 상황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찾기로 한거죠.


워킹맘이라 하면 사실,
주변이나 배우자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조정해왔나요?

우선 연애시절부터 남편인 그가 집안일과 가정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갖도록 이야기해왔어요.늘 그에게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갖자고 결정했다면, 당신도 이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라고 이야기했었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이야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도 아이가 키운다는 것부부간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중요한 이벤트였어요.

어떻게 그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어떻게 그와 행복한 가족으로 살 수 있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답을 찾아야 했죠.


이미 아이의 탄생 이전부터 이런 논의를 계속 해왔기에 다른 나라로 이사로 인해 그가 주변 환경의 차이에 따라 변화한 부분 (일테면 더 가정적이 되었다던지...)이 있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 않았어요. 이미 그 전에 우리 가정 내의 논의가 먼저였으니까요.


제가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의 방식을 전향했어도, 그의 육아나 가사에 대한 참여의 정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제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회사일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또 아이를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풀타임으로 일하는 남편과 다르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의 조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남편에게 필요한 도움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구하는 편이에요. [임신하지 않은 친구에게 양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고... 남편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육아는 정말 직접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영역도 많기 때문에, 되도록 남편이 오롯이 체험하도록 권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간다는 것은 '그저 공원에 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에서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며 필요한 도움을 주고, 살피는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집안 가사의 경우는, 처음 아이를 낳고 일하기 시작하게 되니... 주말이 되면 쉬지 못하고 중요한 가족의 시간을 온통 청소하는데 써야 했어요. 그래서 고민 후 비용을 좀 지불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집을 청소해 주시는 분을 쓰기로 했죠. 아직도 일하며 가정을 유지하는 워킹맘의 삶을 살아가며 이런 소소한, 하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핸들링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워킹맘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 수 없는 것은 빨리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유지 가능한 삶인 거죠.


그래도. 디타는, 워킹맘으로의 삶의 방향을, 밸런스를... 찾은 것처럼 보여요.

사실, 불행히도.

나 역시도 워킹맘으로 일하는 것이 너무 쉽지 않았어요.

난 아직도 내가 과거에 쌓은 커리어와 능력을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능력에 따른 적절한 연봉을 제공하고 아이를 키울만한 시간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회사와 직업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밸런스"를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We can’t have it all.
For us, it's impossible to have a balance in life. But, it doesn’t’ mean that you are a failure.
We just... have to make a choice.

워킹맘은.. 모두 다 가질 수 없어요.
워킹맘에게 삶의 밸런스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단지 우린.. 선택해야 하는 거죠.

만약에 누군가 찾은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도 듣고 싶네요(웃음)

곧.. 뉴욕을 떠날 예정이에요.

이 곳에서 아이 엄마로, 워킹맘으로 산 기억을 되돌아볼 때,
이 도시, 뉴욕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난 뉴욕을 사랑해요.


그래서 누군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 올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어서 뉴욕으로, 맨해튼으로 오라고 하고 싶어요.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도시니까요. 기회가 많은 도시인 것은 물론, 배울만한 것도 많죠. 그리고 전 세계에서 온 놀라운 능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도시 자체가 국제적이죠.


또한 살면서 정말 편안하다고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인종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는 점, 다양함을 인정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이 제게는 매우 중요했거든요. 설사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와도 될 도시 중 한 군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2018년 핼러윈 데이에 친구들과 함께 Trick or Treat!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많은 친구들이 '안전'에 대해서 걱정해주었었어요.


총기 사고, 테러 등이 많이 보도되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게는 개인적으로 런던 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이 미국(뉴욕)이에요. 물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좋은 이웃들이 많고 매우 안전한 지역이라 이렇게 상각할 수도 있지만 , 런던에서 제가 살던 지역 역시 시 외곽이 아닌 중심부였거든요. 그래서 충분히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런던에서는 테러를 경험해본 적 있었기에...되려 뉴욕이 더 안전하게 느낄 수도 있구요.


물론, 동시에 "일"에 있어서는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곳이 바로 뉴욕이에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일하는 만큼 얻을 수 있어요. 반대로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치열히 임해야 하죠.

Because, nobody is going to give you for free in New York.
(왜냐하면, 뉴욕에서는 아무도 공짜로 무언가를 주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누리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미국에, 뉴욕에 와서는 버틸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시의 삶을 사랑해야 맨해튼에 살 수 있어요. 도시의 편리함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낡은 건물들도 많고, 지하철은 오래되었죠. 거리는 지저분하기도 하고요)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이 도시의 삶을 사랑할 수 있어요.




디타와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동안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저글링 하려 한 것 자체가 어쩌면 잘못된 목표점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From Pixabay by Theodor Moise

물론, 그녀의 이야기에 한국의 워킹맘을 투영하기 힘든 한가지 큰 차이가 있긴 하다.


디타가 일하던 런던이나 미국의 경우, 적정한 임금과 타이틀을 보장하는 일을 구하기는 어려웠을지 몰라도... 적어도 경력직 여성들이 할 수 있을만한 적절한 시간제 일자리가 존재한다는 점! 이 가장 큰 환경의 차이로 보이긴 한다.


한국의 일자리는 많이 변화하고 있기는 하나, 회사라는 장소로만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장소적인 제약과 고정적인 근무 시간등이 남아 있는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기존에 회사 구성원으로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경우도 배려해주기 힘든 상황인 것도 사실이기에 아직 회사 외부인에 불과한 수 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규정이나 일을 생성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아보인다.


그렇다보니, 경력단절이 된 여성들이 갈만한 일자리는...사실 마트의 시급제 아르바이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


그래서 디타의 말대로.

같은 여성이자 엄마인 사회 구성원들인

우리가 더 이야기하고.

이런 워킹맘들을 배우자로 둔 아빠이자 남편인

남성들이 함께 그 논의를 이어가서.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부모인 사람들도, 기업도, 사회도 모두 좋은 방향으로.


그 어느 대도시보다 빨리 변하는 서울이니까.

이 부분 역시도 빨리 그 변화를 해 내길 바라며...


일하는 엄마 사람들이며.

다들 그 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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