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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팀장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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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담 Jun 21. 2023

팀장의 일은 ‘길을 닦는 일’

실무에서 한 단계 레벨업 하기



팀장이 되고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든 ‘스스로’였다. 일반 사원이었다면 “그거 힘들지?”했을 영역이 이제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 됐다. 물어볼 데도 마땅찮았다. 물어볼 순 있지만 결국 그것을 고민하고 답을 내려야 하는 건 ‘팀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했고 5년 차가 지나던 즈음 팀장을 맡게 되었다. 나는 주어지는 과제에 참 열심을 다했다.


매 시즌 주력제품에 대한 메시지와 마케팅 방향성이 나오면 그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엮어 실행하곤 했다. 브랜드 하우스가 이미 마련된 프로젝트 안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영역 안에서 실행하는 것이 나의 일이자, 당시 나의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제 팀장이 된 나에게는 내가 주로 해왔던 실무와 채널별 아이디어를 마련해 줄 팀원들이 생겼다. 즉 기존에 했던 일을 대체해 줄 서포터가 생겼고, 내가 할 일은 그들이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길을 닦아 주는 일’이었다.


시장을 진단하고, 소비자를 관찰하고, 과제를 도출하고 목표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이제 나의 일이다. 그것들을 통해 우리 팀이 한 시즌 달려갈 수 있는 ’ 길을 닦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너무 어렵고 힘듭니다”

라는 어쩌면 짜증 섞인 나의 고민에


“그걸 하는 게 이 팀(너)의 일이지”

라는 본부장님의 대답이 너무 심플하지만 맞았다.


힘들다 어렵다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허허벌판에서 길을 닦는 것, 또는 수많은 갈래 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나의 일임을 일 년 반 만에 깨달은 것이었다. 그간 이미 깔린 도로 위에서 무슨 차를 탈지, 누구를 태울지, 차에 뭐라고 써붙이고 달릴지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던 실무자의 시각에서 이제 시장을 보고 길을 보는 관점이 필요해진 것이었다.


그것을 몰랐기에 실수도 있었다. 방향성을 정하자며 바쁜 팀원을 모아놓고 결론도 안나는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논의하고, 작은 시각으로 낸 아이디어는 또 한 번 리젝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나는 나대로 답답했고, 팀원들도 그들대로 답답했으리라. 내가 팀원일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니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해줘야 뭘 할거 아니야, 시간도 없는데 “


내가 했던 그 생각, 최근 했던 팀미팅에서 팀원들이 했던 생각과 같지 않을까.


자, 이제 내가 할 일을 명확하게 알았다. ‘이런 방향 어떨까요? 다른 의견 있나요? 이런 건 또 어때요?’하는 식의 방향성 없는 회의는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모르는데 누가 답을 알겠으며, 누가 누구에게 물어보는 것인가? 그런 걸 회사와 정하고 오는 게 팀장이란 말이다. 나 스스로 방향성을 잡고 위를 설득, 길을 닦아놓고 이후에 팀원들과 함께 그 길을 어떻게 달릴지 논의해야 한다.


내 할 일을 알았지만 여전히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알게 되는 것과 잘하게 되는 것은 별게가 아닌가. 다시 한번 내가 마주한 과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시 한번 내가 다뤄야 하는 소재의 장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마음속에 피어났다.

’이 강점을 한 번 더 강조하는 캠페인으로 갈지,

시장에 잘 먹혀 보이는 새 소구 포인트를

주력으로 할지 어떻게 선택해 누구한테 물어봐?‘


그리고 스스로 답했다.


“가설은 내가 새운다.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결정은 데이터를 따른다 “


바로 고민되는 방향성 3가지로 광고소재를 제작했다.

1. 브랜드 고유 강점을 다룬 A안

2. 작년부터 밀기로 했던 또 다른 강점 강조 B안

3. 시장에서 자주언급 되는 새로운 소구점 C안


3가지 가정에서 주력 소비자층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콘셉트로 결정해 디벨롭하기로 결심했다.


일이 앞으로 잘 풀릴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해진 것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결정해야 할 것을 팀원들에게 물어보지 않기

2. 헷갈릴 땐 소비자에게 묻고 데이터로 결정하기

3. 팀장의 일은 실무 스킬이 아닌 길을 닦는 관점


오늘 출근길 3호선 지하철에서는 차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수요일입니다. 내리는 빗방울만큼 행복하시고 근심은 싹 씻겨나가길 바랍니다 “


그간 마음이 속상했는지 차내 방송에 목구멍이 살짝 매콤해졌다. 이제 다시 회사에 다 와간다. 오늘도 나의 할 일을 온전히 해내기를!



오늘의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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