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
N잡러, 갓생러 등 일상을 매우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회사에 100% 몰입하지 않는거, 불성실한거야, 무능의 일종이라고." 정말일까?
정말 회사에 100%, 아니 200% 몰입하는 사람이 그만큼 더 일을 잘 할까? 그렇다면 한번에 3-4개 브랜드를 굴리는 에이전시 기획자의 성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회사를 운영하며 반년이상을 여행하는 한 CEO의 삶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에, 아니 우리의 일에 몰입 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바로 균형과 조화다. 워라밸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화'는 일과 일간의 조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조화에서 기특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 바로 '융합적 사고'다.
10년전 나는 오로지 회사에만 100% 몰입했다. 일이 턱 끝가지 차올라 살기위해 도망치듯 퇴사했을 정도로. 일을 잘했다고 할 수 없었다. 그저 몸빵으로 버티고 배우던 시절이었다. 대리가 되던 3년차까지도 나는 회사일에 100% 매진했다. 하지만 나는 그시절 내 일의 '효율'과 '성과'를 냉정하게 짚어본다면 투입한 시간대비 고효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착즙기 처럼 갈아낸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했던 나의 노동력에 비해 성과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사원들 보다 조금 열심히 하는, 태도가 조금더 적극적인 한명에 불과 했을 뿐.
그러던 어느날 내생에 회사밖 첫 클라이언트가 생긴다. 첫 회사를 그만 둘 즈음 '아는 형님에, 아는 누나의~' 누군가가 사업을 시작하며 나에게 홍보대행 기회를 준 것이었다. 브랜드를 위해 썼더 제안서가 통고되고, 나는 월별로 기획하고 콘텐츠를 작성하는 일을 했다. 하루에 1-2시간이면 충분했다.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난다는 것은 리프레쉬 그 자체였다. 통장에도 리프레쉬, 시장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도 리프레쉬가 됐다.
그당시 나는 회사에서 식음료 브랜드를 담당했었다. 그리고 회사 밖에서 만난 클라이언트의 업종은 교육 브랜드였다. 신기하게도 두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아이디어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어느 브랜드든 중심에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 있었다. 소비자의 필요든, 결핍이든, 욕구든 이 브랜드가 어떤 포인트와 맞닿는지에 대한 관찰이 중요했다. 그 포인트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건드려 질 수 있는데 한 브랜드, 한 업계만 보다보면 생각이 오히려 좁아진다. 했던 생각, 했던 방식으로 밖에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때 다른 업계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믹스매치가 가능하다. 조명 브랜드 제안을 위해 공부했던 라이프 스타일이 원래 담당했던 교육브랜드와 맞닿기도 하고, 교육브랜드를 담당하며 알게된 타겟의 특성이 식음브랜드 캠페인에 맞닿기도 하면서 말이다.
일을 다양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몰입의 방향이 다양할 때에도 삶의 만족도와 일의 효율이 높아 질 수 있다. 지난 3년간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다. 꼭 무엇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있었지만, 그냥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니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도 최소 출근 1시간 반~ 2시간 전에는 일어난다. 출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20분 남짓. 아침밥을 꼭꼭 씹어먹는 것은 디폴트, 사기만 하고 쌓아뒀던 책을 읽기도 하고, 밀린 여행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한다. 숏츠를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기도하고, 평소 관심있던 뉴스기사들을 읽기도 한다. 정말 아주아주 가끔은 동네를 한바퀴 뛰고 올때도 있었다. 무언가 뚜렷한 한가지로 아침시간에도 성과를 내면 더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았다. 오로지 내가 하고싶은 것으로 채운 그 시간이 하루의 만족도를 훨씬 높여줬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되고, 삶에 대한 의욕도 배가 된다. 월요병도 없어진지 오래다. 시간이 생기니 하고싶은 일들이 생기고, 다양한 일들을 하다보면 생각이 또 넓어진다. 그 생각들을 이렇게 붙여볼까 저렇게 붙여볼까 가뜩이나 어려운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어본다.
일에만 물리적으로 200% 몰두하던 삶, 일을하며 또다른 일을 하는 삶, 일과 일 사이를 걸으며 나에게도 고정된 시간을 쏟는 삶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삶의 형태를 살아보아도 삶에 정답이 뭔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 일에만 물리적으로 200% 몰두하는 삶이 그리 효율적이진 않았다는 것이다. 고민도 한발짝 떨어져 보았을 때 새로운 해결책이 보인다. 고민의 실체가 느껴진다.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타고나기를 천재적인 예술가 타입이 아니라면 오히려 적당한 거리두기와 이쪽저쪽 발담그기가 효과적일 수 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내가 원하는 인생, 커리어가 한 맥락이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목적지가 있다면 어느 길로 가든 결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