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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Mar 14. 2023

관계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


대학부터 이어져 온 그와 절연한 계기는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했다. 평소 경우가 없다 내지는 예의가 없다고 그를 평가했지만 그냥 참고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전 연인에게 문자와 메일을 주기적으로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자랑스럽게 그 사실을 떠벌렸다. 더욱 소름 끼쳤던 사실은 그 사람과 관계가 끝난 지 적어도 수년이나 지났다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짝을 만나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고 설령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답장도 없는데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일을 직접 들었을 때 나는 ‘미친놈이 내 주변에 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미디어로 전해지는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깅 범죄를 내가 떠올렸다면 이상한 일이었을까. 사람과 관계가 파국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그를 평소 사정이 있구나라고만 짐작했다. 그러나 그 일을 듣고 나서는 그와 엮인 안 좋은 소문의 전후 사정이 이해될 듯 했다. 가령, 그는 경우 없는 부탁을 할 때가 있었고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사이에 그것조차 해 줄 수 없냐’고 따져 묻곤 했다. 단순한 일회적 사건으로 넘기기에는 그에게는 인격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있어 그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나는 그와 절연했다. 지금은 전화나 문자도 받지도 않고 만날 생각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는 과도하게 관계에 집착하는 인물이었다. 그게 단순히 말하면 붙임성 좋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언제나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앞서 얘기했듯 그를 향한 평판은 항상 ‘예의가 없다’는 말로 모아졌다. 특히 나이가 같은 동년배들은 그의 허물없음(?)에 화를 내곤 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그는 명목상으로는 후배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종종 술자리에서 관계가 파탄 난 사람들 얘기를 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가 반복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었다. “내겐 책임이 없어.” 그 말을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일종의 징후였음을.



그가 왜 그렇게 관계에 집착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그의 얘기로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관계가 그리 좋지 못했고 가족과도 교류가 없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그는 가족과 얘기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자주 했다. 형들이 고등학교만 졸업을 하고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는데 반해 그는 뒤늦게 시작한 공부를 외국 유학까지 가며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자유롭게 공부하는 대가로 경제적 성공은 포기했으니 그와 형제간 간격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이 있을지라도 타인에게 집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절연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때 내 결단에 후회한 적이 전혀 없다. 아마 지금도 그는 자신의 문제를 타인과 관계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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