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더키드 Mar 21. 2023

생각한다는 증거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형식적 안부를 묻는 가운데 그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연애는 하냐?” 돌발 질문에 나의 대답은 이랬다. “혼자 살아도 나 자신을 망치지 않고 잘 살 거 같다.” 갓 결혼한 그의 질문에 내가 왜 저런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당시 어떤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서 혼자 사는 이에게 따라온다는 외로움 따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잘 가니 딱히 연애나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없었다. 



요새도 누군가 내게 저 질문을 던진다면 비슷한 답변을 할 거 같다. 솔직히 고독감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 사람에게 애착이 없는 건지는 몰라도 딱히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안 한지 오래다. 인간사에서 펼쳐지는 고민에 시달리기 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에서 연유하는지 모른다. 그런 삶의 태도는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일에 시달리면 시달렸지 사람에 치이는 것은 끔찍했다. 그 결과 나의 회사 생활은 길지 않았다.


가끔 나는 친구에게 무심코 던진 저 말이 떠오른다. 망치지 않고 살겠다는 말은 우선 나의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내가 생각하며 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쨌든 누군가 의미를 부여해주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의미와 맞닿은 현실을 바꿔가며 살겠다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요 몇 년 사이 나의 주요 관심사는 변화였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궁금했다. 비록 계획한 일이 잘 이뤄지지 않아 중간 결론은 실패로 마무리됐지만 후회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일 테니까. 



다만 근래 걱정이 하나 있다. 삶이 지루하다는 느낌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저 지루하다는 느낌이 잠시 지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를 암시하는지 잘 모르겠다. 몰입했던 일이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은 데서 오는 무력감이라면 어서 다음 과제를 찾아야 한다. 결국 정신적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쏟지 않으면 저 지루함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 같다. 어찌됐든 요즘 나는 교차로에 서 있다. 내게 남은 것은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관계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