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레슨비 부담도 적어서 조금 배워둘 요량이었다. 연주하는 사람들이 멋있었고,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 수 없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냥 해볼까'하는 마음이었는데 수녀님을 통해 선생님의 연락처를 받게 된 터라 수업 진행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택배를 받자마자 반짝이고 긴 그 악기를 입에 대고 소리를 내어봤는데 경쾌하게 '뿌뿌~'하는 소리가 울렸다.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인 줄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리조차 내기 어려워 소리 내는 데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셨다. 어쨌든 처음부터 소리는 낼 수 있었던 나는 플루트라는 악기를 불기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동요집 정도는 처음 연주해보는 곡도 더듬더듬 연주할 수 있으며, 두어 달 전부터는 성당 미사 시간에 격주로 반주 봉사도 시작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그냥 연주할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따로 악보집을 사서 연주해보고, 아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도 연주했다. 합주하는 것을 녹음해보기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을 연주해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만 즐거우면 됐기 때문이다.
반주 봉사를 시작하고 처음 두 번은 신기하고 좋았다.
내가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짧은 시간에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러 연주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반주 봉사를 하려면 좋은 소리로 연주해야 하는데 내 귀에는 전혀 좋은 소리로 들리지 않았고, 잘하고 싶은데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같은 곳을 자꾸 틀리는 내가 싫었다.
'이번 주만 쉴까?', '반주 봉사는 그만둘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플루트를 연주하는 것이 왜 힘이 드는지. 즐겁게 하는 것보다 잘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귀가 예민해져 소리가 예쁘지 않았고, 잘하려고 하다 보니 신경 써서 부르던 그곳만 자꾸 틀리는 것이었다.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내가 잘하는지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속에 울림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즐겁게 하자.
연주도, 사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