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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Dec 11. 2023

취미가 무엇인가요?

나를 알아가기 1.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함을 깨기 위해 몇 가지 통상적인 질문을 주고받았다. 스몰토크라고 하는 그것은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시켜 주고 친밀감을 쌓을 수도 있는 작지만 중요한 대화이다. 보통은 날씨이야기에서 취미로 넘어간다. 그래서 오늘은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얼마 전까지 내 취미는 ‘독서’ 하나뿐이었다. 달리 할 줄 아는 것이 없었을뿐더러 가장 무난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무난해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취미란에 쓸 말이 없으면 독서를 적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취미는 사전적 의미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최근 몇 년 사이 전문적이지는 않아도 즐기기 위해 하는 일 몇 가지가 생겼다. 점점 자라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지는 아들을 보며 나도 독서나 공부 말고 다른 것을 좀 배워보겠다는 것이 시작이 되었다.




첫 취미는 수영이었다. 당시 친구가 수영을 배우고 있었는데 너무 좋더라며 추천을 해준 것이다. 막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는데 운 좋게도 회사 근처에 수영장이 있어 당장 등록부터 했다. 발차기부터 시작해서 상급반까지 2년을 매일같이 수영장을 드나들었다. 주 5일 수업은 새벽에 갔고, 주말에도 별일 없으면 출근도장을 찍었을 정도로 수영을 좋아했다. 결혼과 출산이 이어지면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지만 아이가 자라고, 퇴사라는 이벤트가 겹치게 되면 꼭 수영장을 찾았다. 이곳은 경쟁률이 대단하여 이사 온 지 7개월 만에 겨우 수영장 등록을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물속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바깥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안에서는 나와 물의 찰랑거림과 햇빛에 반사된 빛만이 존재한다. 그것이 내가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척추측만이 심해 자유형 외 다른 영법을 하고 나면 밤새 잠을 잘 수 없지만 수영은 뭔가.. 첫사랑의 느낌이랄까?



나는 40살이 넘어 자전거를 배웠다. 그전에도 몇 번 누가 가르쳐주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것을 유튜브를 보며 독학한 지 2주 만에 쌩쌩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2주 만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하루 5분 이상을 매일 자전거와 씨름했다. 친절한 유튜버가 알려주는 대로, 어린아이들이 페달 없는 자전거를 타듯이 엉금엉금 기다시피 타기 시작해서 이제는 제법 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마음이 답답한 날에는 자전거를 끌고 한강을 나가기도 하고, 장본 물건을 들고 오느라 전완근을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혜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르칠 목적으로 알아본 플루트가 두 번째로 생긴 취미이다. 우연한 기회에 저렴한 레슨비로 플루트를 가르쳐주는 분이 계셔서 아이를 설득했으나 거절당한 다음 ‘그럼 내가 배워볼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1년 정도를 배웠지만 지금도 웬만한 악보를 보면 연주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음.. 물론 모르는 노래는 사실 쉽지 않다. 노래를 듣고 난 다음에야 연주가 가능한데 이것은 아마도 내가 박치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재취업했던 회사에서 직장 동료로 인해 힘든 날을 보내던 시기에 이 플루트연주가 큰 힘이 되었다. 이것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배우고 있는 라인드로잉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고민하던 나를 위해 친구가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를 추천해 주었는데, 아이패드에서 한글로 쓰는 것과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서 한글로 쓰는 것이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먼지만 쌓이고 있었고, 글쓰기도 멀어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우연히 라인드로잉 초급 강의가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신청해서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스트레스 해소에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중이다. 다음엔 뭘 그릴까 고민도 하면서,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는 중이다.




예전에는 마음이 답답한 날엔 서점에 가서 많은 책들을 구경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점에 가는 것이 불편해졌다. 아마 내가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시점부터였던 것 같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고, 저렇게 출판을 하고 싶은데 나만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금 부족하면 어떠한가. 나에게는 이렇게 마음을 단단히 하고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취미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취미란에 글쓰기를 한 줄 추가해 보려고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알아가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가지 찾아보았지만 글쓰기 만한 것이 없었기에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꾸준히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패드에 쌓인 먼지를 닦을 때만 쓰더라도 그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즐겁게 하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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