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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pr 16. 2024

'안드로메다'라는 이름을 가진 환자가 왔다

안드로메다를 부르자 나에게 다가와...

'비가 촉촉이 내리는 걸 보니 지각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겠는걸?' 


예상대로 8시 20분 첫 환자부터 지각이다. 늦게 왔는데 이슈도 많아 9시가 훌쩍 넘어 겨우 끝나고, 정신없이 다음 환자를 데리러 갔다. 가기 전 환자 이름을 확인하는데, '잠깐만! 이름이 뭐라고? Andromeda. 안. 드.로. 메. 다?'

1. 건방지거나, 위아래가 없는 무례한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일반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다'의미로 먼 의미의 행성으로 비유하여 쓰이는 신조어.
2. 극단적인 사고의 시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사고와 사상을 일반적인 시각에서 동 떨어져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비유를 할 때 사용하는 신조어.
-네이버 사전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이 안로메다에 갔네'처럼 생각 없이 행동하는 개념 없는 사람을 비판적으로 비유할 때 사용한다.

진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네

그런데 실제로 안드로메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안드로메다 공주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나선 은하라고 한다. 하필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을 '개념 없는 짓을 할 때' 쓰고 있기 때문에 환자대기실에서 큰소리로 안드로메다를 찾아야 하는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여긴 미국이잖아. 미국아이들 이름으로는 괜찮을 거야.' 최대한 웃음기를 빼고 나가 큰 소리로 불렀다. '안드로메다!' 겨우 웃음을 참았는데 하필 한국 어머니가 이쁘장한 여자아이를 안고 '네!' 하시며 오시는 거다.

'참아야 해'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먼저 민망한 듯 이름을 부르자마자 너털웃음을 짓고 오셨기 때문이다.


'하하하. 어머니 죄송해요. 근데 아이 이름이 진짜 안드로메다예요?'

'네. 아이 아빠가 별자리, 행성에 관심이 많아서요'


안드로메다는 큰 눈과 오똑한 코, 금발머리를 가진 이쁜 친구였다. 진료 내내 엄마 품에 폭 안겨 고개도 못 들 정도로 수줍어했지만 입도 잘 벌리고 귀도 잘 보여주는 씩씩함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온 우주에 있는 친구들이 지구별 내 진료실에 모이는 날인가 보다. 예쁜 안드로메다가 떠나자 귀여운 꼬마 '우주'라는 친구도 왔다. 하마터면 오리온이라는 소년도 볼 뻔했는데 아쉽게 오지않았다.


장미, 카네이션, 개나리, 민들레 등 사람에게 이름을 얻은 것들을 제외한 이름 없는 풀들을 우리는 '잡초'라 부른다. 잡초들은 장미나 개나리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카네이션이나 민들레도 하나하나에 따로 이름을 붙이진 않는다. 그렇게까지 부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구별되는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각자의 다름을 지닌 고유한 존재들이라는 뜻이다. 우주 안에 안드로메다도 오리온도 그리고 우리 모두!

 모두 자기답게 당당하게 빛나는 삶을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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