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온라인 직업인 특강을 마쳤다. 컴퓨터 학과 출신의 <컴. 알. 못>인 나는 줌에서 화면 공유하는 것부터 버벅댔다. 이 정도로 컴퓨터와 친하지 않으면서 프로그래머로 어떻게 3년을 버텼을까?
그때는 세상에 나를 던져볼 용기가 없었다. 부모님과 학교로부터해방된 자유가 주어졌지만 갑자기 찾아온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하기엔 경험도 부족하고 단단하지못했다.
하지만 부족했던 모든 경험들이 쌓여 지금은 그때의 나처럼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진로특강을 한다.'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은 틀림이 없다.
보통 직업인 특강이나 진로체험 강의가 들어오면 아이들을 만나러학교에 가는데, 이번에는 온라인 줌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강의 대상자가아파서 학교를 매일 못 나가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강의 전 꽤 걱정이 됐다. 학교도 잘 못 나갈 정도로 아픈 친구들인데 '건강한 사람도 체력적으로 힘든 간호사를 어떻게 소개해야 공감할 수 있을까? 내가 잘못 이야기해 괜히 꿈을 꺾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학교보다 병원을 더 자주 가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를 보면서 오히려 '나도 저들처럼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열심히 치료받고 나아서 이 친구들이 진짜 간호사가 되면, 나보다 훨씬 잘 환자들을 공감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겠구나! '
1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렸다. 아이들은 '진상 환자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문화가 다른 환자들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지'처럼 현실적인 부분을 궁금해했다. '아이들은 이미 질병이 나은 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달려가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언젠가 오늘 만난 친구들을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꿈은 이루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