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 집에서 부모님과 내가 직접 요리한 해물크림파스타에 비요-시몽, 샤블리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와인을 잔에 따르자 금빛 색상에 향긋한 시트러스 향이 피어오른다. 산미가 제법 있지만 튀지 않고 바디감이 무척 가볍다. 레몬과 라임의 시트러스 풍미가 부싯돌의 미네랄리티와 조화를 이루고 여운에 흰꽃향도 뒤따라온다. 해산물과의 페어링도 무척 훌륭하다. 아마 회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핸드폰 캘린더 어플에 '일정이 없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적혀 있던 일요일.
아침에는 최근에 읽은 책에 관한 서평을 잠시 끄적였다. 낮에는 원래 금요일에 계획했었으나미루게 되었던 여름 근무를 위한 반팔 셔츠를 구매했다. 그 중간에 점심으로 부대찌개를 먹었다.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따라 유독 더웠던 날씨에 지쳐서 잠시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나 영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었던 제시 린가드가 선발로 출전한 K리그 경기를 봤고, 이후에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원래는 항정살을 구워 먹으려고 했었지만 와인과의 페어링을 고려해서 해물크림파스타로 메뉴를 변경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지금은 무계획의 일요일을 마무리 하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이번 주를 돌이켜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이 많았다. 그 순간에는 당황스럽거나 아쉽기도 했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렇게 여기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도 조금은 여유를 가져야겠지만.
때로는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어떠하리. 그저 맛있는 음식과 와인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좋았던 하루로 기억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