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없이 힘내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영군과 일순

영군(임수정)은 스스로를 싸이보그라고 생각한다. 과대망상증을 겪는 그녀는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사람들은 표준적인 잣대로 치료를 시도하지만 영군은 그 모든 시도들을 거부한다.

그러나 같은 정신병원의 환자인 일순(정지훈)만은 영군의 눈높이에 맞춰 영군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녀가 간직한 슬픔에 공감한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일순은 영군의 세상에 접근하고 설득하며, 결국 아주 약간이나마 영군은 이전보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일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군은 끝내 완전히 나아지지 않는다. 스스로가 싸이보그라는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여전히 그 기반 위에서만 세상과 소통한다. 아마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비극적으로 마무리된다. 그 엔딩 장면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내뱉는 일순의 대사.   

그냥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냅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수록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좌절감도 더욱 커진다.

세상에는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조건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때로는 희망을 갖기보다 그저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힘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현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일순 같은 존재가 함께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