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질은 이유가 뭘까요 언니ㅠㅠ = 유전적인 부분도 있지. 그런데 환경적인 게 진짜 커. 그걸 내가 어떻게 바꿀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내 스스로가 고치고 노력해야 하는 건데. 근데 나도 이제, 어떻게 보면, 뭔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나의 기질적인 우울함과 상처들과 마주했을 때 너무 아픈 거야.
Q. 그 시간들을 살아내는 게 너무 힘들죠.
= 어. 너무 힘들어.
Q. 언니어릴 때는 안 그랬죠? = 아니 어릴 때 더 심했지. 이게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야. 지금이 나아진 거야.
Q. 언니도 그랬구나. 언니가 대학교 때까지는 즐겁게 놀았다고 해서..
= 아... 그 순간순간. 재밌는 순간순간은 있지 당연히. 그 순간 뭐 술 마시고 놀고 이런 건 재밌는 건 사실이지. 그런데 그게 인생 전부를 커버할 수 없지.
Q. 그 힘들다는 게, 예를 들어서 치과 가서“아 너무 아파” 이런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이 순간에 내가 이 세상에, 이 시간을 느끼고 견뎌내고 살아내는 것 자체가 너무 벅찬 거예요.
= 알아 알아. 그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 일단. 그냥. 진짜. 진짜 싫고. 그런 나의 상처를 마주했을 때. 오만가지가 떠오르면서 싫은 것들이 올라오는데. 그걸 잡아줄 수 있는 게... 그래서 계속 명상하고 강연 듣고 그러는 거지.
아니면 다시 태어나야지. 내가 왜 도대체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성격이라도 좋든가. 성격도 더러워가지고, 나 인생 살기 너무 힘들었고. 그냥 여러 가지 상황이. 도대체가 나는. 인간으로 살 수가 없는 사람인 거야. 그 정도까지도 너무.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성격적으로 유순한 사람. 살이 찌건 안 찌건. 살집이 있으면 되게 푸근한 마음이 들어. 김민경 같은 사람. 완전 나랑 반대되는 사람. 그래서 그런 사람 보면 마음이 편하고 너무 힐링돼서 그런 사람들을 진짜 많이 찾아 봐. 너무 편해지고 사람이.
인간으로 태어나면 성격이 좋고 봐야 돼 일단은. 그래야 사람이 살아갈 때 되게 행복도가 높아.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근데 성격이 밑천 자체가 없다 보니까, 상황별로 내가 마주쳤을 때 나의 상처가 자꾸 올라오니까 그게 너무 힘든 거야.
Q. 언니가 추천해줬던 김상운 쌤의 <왓칭>은 어때요?
= 그거 진짜 도움 많이 됐어. 내가 싫어하는 감정이나 과거의 상처가 막 올라오잖아. 그랬을 때 사람들은 그걸 피하려고 하잖아. 그런데 그 감정을 인정해줘야 그 감정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야 그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대. 그 연습을 요즘 많이 해서 좀 편해졌어.
아까도 물론, 울었어. 그런데 운 이유가 뭐냐면, 옛날처럼 너무 붙잡을 때가 없어서 무너지는 거라기보단, 내 상처를 마주했을 때 그게 아픈데, 내가 그걸 마주하면서 느껴주니까 눈물은 나지만 편해지는 느낌?
Q. 맞아요 그런 눈물 있어요. 카타르시스라고 하나
= 웅웅 그니까. 그리고 내가 요새 왜 더 그런 걸 느끼냐면, 전에 만났던, 사귄 것도 아닌.. 그래 전 썸남이라고 하자. 그 친구랑 요즘 다시 연락을 하고 있어.
내가 이성 만날 때 특히. 보통 연애를 하면서 진짜 나를 제대로 마주할 때가 많잖아. 그런데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깊게 안 들어가려는 게 있었어. 내가 깊어지는 걸 되게 무서워한다는 걸 알았어. 썸까지는 자신만만한데, 그 단계를 넘어가려고 하면 내가 도망가려는 심리가 크단 말이야. 뭔가 두려워. 내가 뭘 잘못해서 상황이 틀어질까 봐. 그 자체가 잘못된 생각인데.
그래서 그 산을 넘어보고 싶어서, 그 친구랑 다시 한번 연락을 하게 됐어.
김상운 쌤의 <왓칭>에서도 하는 말이, 모든 사람은 나의 감정을 비춰주는 존재래. 그래서 내가 그 친구를 마주하면서... 그 친구한테서 마음에 안 드는 면이 있었는데, 아 이게 내 모습이구나 사실은. 그걸 공부하면서 그 감정을 인정해줘야 내가 두려워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대.
Q. 내 감정을 인정해준다는 게 어떤 거죠?
= 일단,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진짜 힘들어. 왜냐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한번 빠지잖아? 그럼 내가 정신 못 차리고 거기서 또 무기력해지고 살기 싫어진단 말이야. 내 감정을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게 되게 중요한데, 요새는 그걸 내가 알아차리고 있어.
솔직히, 감정 알아차리라는 거 법륜스님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말인데 실천을 안 하고. 내가 바보 같았구나. 매번 들으면 뭐해, 실천을 안 하고. 이게 수십번 수백번 들어야 정신을 그나마 조금 차리는 거야. 이걸 이론적으로 들었다고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라, 매일 생각하고, 매일 알아차리고 해야, 그래야 인간은 조금 나아지는구나.
Q. 그런데 내 감정을 마주해서 더 힘들면 어떡해요? 평상시엔 잊고 살 때도 있는데, 굳이 꺼내서 마주한다면..
= 네가 그 감정을 잊고 살고, 파묻어두잖아? 그럼 나중에 더 큰 파장으로 돌아온대. 왜냐면 그 감정이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맨날, 묻어두려고 했지만, 또 나타나잖아 결국에는. 그걸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 감정, 왜 자꾸 무시해. 나라는 자아를 왜 자꾸 무시하냐’ 이런 식으로 계속 억눌린 자아가 나타난대.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인정해줘야 하는 거야.
Q. 아... 억눌린 자아
= 생각해 보니까, 어릴 때 3살 때까지는 엄마가 키워줘야 된다 이런 말 있잖아. 그런데 나는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엄마가 일 나가고 그럴 때 내가 엄마를 진짜 미친 듯이 불렀다는 거야. 울면서. 어릴 적 사진을 봐도 울고 있는 모습이 꽤 있어. 그때 당시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자아들을 내가 마주하고 인정해주고 풀어주고 나니까 요즘 좀 괜찮아졌어.
당시에 내가 버려졌다고 생각을 했었나 봐. 내가 사랑을 못 하는 이유가,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거야.
Q.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온...
= 이렇게 사연을 보낸 사람들이 되게 많아. 나랑 너무 똑같은 거야. 그런 사람들이 사랑할 때 무섭다 두렵다. 그런데 그게 결국에는 어릴 때의 그런 자아들을 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버림받는 현실이 자꾸 나타난다.
그런데 그런 자아를 풀어주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랑의 현실이 펼쳐진다.
예전에는 고통스러운 감정 잊기 위해서, 그 사람이 잘못된 거고, 더 좋은 사람 만날 거라고 합리화하면서 다 묻어버렸어. 그런데 똑같은 현실이 계속 반복된 거지. 결국 내가 그 감정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똑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된다 이거야. X같은 현실이.
그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하잖아. 내가 지금 죽을 거 아니니까. 못 죽으니까. 못 죽으니까 고쳐야지 뭐 어쩌겠어.
그 감정 마주하기 힘들다? 알아 내가. 그 감정 마주하기 진짜 힘든데. 근데. 이 현실보다는 차라리...
감정을 억누르면 더 무서운 화가 돼서 돌아와. 그게 더 무섭잖아. 그러니까 그걸 인정해줄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