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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Jan 15. 2024

[부록] 영화 '괴물'로 이선균의 죽음을 부감

주말엔 영화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243 day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고 온 어젯밤, 폭풍같이 휘몰아치던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잊혀지질 않아.. 뜨거워지는 심장과 함께 벅차 오르는 감정으로 내달리게 해주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 음악을 무한반복하며 들었다. 아.. 거장과 거장이 만나면 이런 완벽한 작품이 탄생하는구나.. 영화관의 돌비 사운드가 더욱 가슴이 울리는 체험을 만들어준 것 같다.  



recipe 370. 유독 당신없는 이 밤이 너무 아픕니다

거장은 타개했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씬에 흐르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영혼도 밝고 아름다운 시공간에서 자유롭게 날아 오르고 있으리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이제와 다시 몇 년 전 표절 논란이 있었던 어느 작곡가의 ‘아주 사적인 밤'을 들어보니.. 나의 사적인 밤을 참 고요히도 잔잔히 채워주는 너무 좋은 음악이다. 사카모토도 '내 음표가 홀씨되어 어딘가에서 또 다른 모양의 꽃을 피웠구나'라며 인자하게 웃고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그의 음악이 계속 살아남아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생명력을 가지길 바래본다.            


그리고 더불어...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도 나를 알 수 없는 우울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드는.. 이선균 배우의 죽음이… 왜.. 무엇이.. 나를 이토록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인지..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의 엄청난 팬이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지.. 이 복잡하게 드는 기분의 정체를 알 수가 없어 내내 답답했는데.. 영화 '괴물'을 보면서 그 슬픔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그의 죽음을 영화를 통해 멀리서 부감해보니, 그 누구의 개인 일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자 삶과 죽음이 부조리하게 혼재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슬픔을 공부하며 살아갈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처럼 이제는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먹먹함으부터 자유로와졌고 해방된 기분이다. 이제.. 배우님 역시 이 세상의 속박에 구속되지 않고, 밝고 자유로운 곳에서 편안하길.


https://www.youtube.com/watch?v=nlr9p5nNHOA&t=1074s


recipe 371. 고레에다 히로가즈 '괴물'

1. 누구도 진실은 알 수 없다. 각자의 시점과 각자의 해석만이 있을 뿐. 지극히 우연적인 중첩이 결과적으로 사건의 새로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낳는다.


두번째 시점, 호리 선생의 시점은.. 차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선생은 매순간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대했지만, 이미 범인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그에 대해 단 한명의 아이도 설문조사에서 호리 선생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맑고 천진한 성정을 가진 호리 선생은 그저 억울하다. 해명을 하고 싶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교장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며… 학교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가 혼자서 모든걸 감내하게 시키고.. 해임까지 해버리는 걸 넘어.. 사람들 앞에 공개적으로 세워져 하지도 않은 사실을 한 것처럼 사죄하게 한다.. 신문에는 오도된 과장 보도가 실리고 여자친구도 그런 그의 곁을 싸늘하게 떠나고 모두가 마녀사냥을 한다. 모든 것을 잃었고 무슨 짓을 해도 하지도 않은 일이 진실처럼 퍼진다. 계속되는 오명에 결국..그는 학교에서 이지매를 당하던 아이 요리처럼 신발을 외발로 꺾어 신은 채.. 학교 지붕 위에 올라설 수 밖에 없었다..


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말처럼 국가와 공권력 그리고 언론은 각자의 목적성에 맞는 일을 할 뿐, 한 개인을 위한 나라는 없었다.. 마약을 금기시하고 정조를 강요하는 이 사회는.. 시스템을 유지시키기 위한 생산성 논리는 교묘히 가린 채.. 개인에게 윤리라는 이름의 옷을 입고 살기를 주입 교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인을 위한 국가와 사회, 나라는 없다.


3. 이 세상 어디에도 경계는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지금도 끊없이 팽창 중이며 어딘가에 생긴 선과 경계 역시 계속 흐릿해져 언젠가 영으로 수렴될 것이다. 미나토가 호른을 불어 속 밖으로 내뱉어 본 숨결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공기에도 넘지 말아야 할 경계라는 것은 없는데.. 괴물은 누굴까. 어디에도 경계란 없지만 인간들은.. 선 밖을 괴물이라고 하고 자신은 안온한 경계선 안에서 편견을 무기로 삼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가 괴물일까만 계속 의심했던 내가.. 사실 영화를 보고있는 내가 바로 괴물과 다름없었던 것. 괴물이 아닌 사람을 괴물로 몰아세웠다.. 인간다반사가 그러하다.. 잔인한 세상.. 너무 잔인한 인간들.. 한 배우의 죽음에 알 수 없이 내내 몹시도 우울했던 이유가.. 어쩌면 나 조차 그의 죽음에 일말의 부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목표일: 243/365 days   

리서치: 371/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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