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슬로우 Feb 26. 2024

[아무튼 다시] Soul 따라

I'm gonna live every minute of it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250 day


브런치를 시작한지 벌써 횟수로 4년이 되어간다.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보고 난 후, 나도 줄리따라 한번 블로그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주인공 '줄리'처럼 '365일 내로 524개의 요리 도전하기'를 내 나름대로 시도하려 했는데, 아직도 목표로 한 365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회사만들기'라는 당초의 도전 과제와 목적은 점점 갈 길을 잃고, 가끔 불쑥 솟아오르던 용감함도, 용기도 내어보지 않고, 열정이 예전같지 않음에 괜히 나이탓을 해보며.. 속이 많이 상했다.


앞으로 남은 115일 동안, 무엇으로 160개 넘는 레시피 거리를 써나가나.. 막막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그냥 작게나마 스타트하기만 하면 되는 건데.. 시작을 못하고 주저주저.. 아까운 시간만 흘러흘러.. 어느덧 이렇게 나는 마흔을 훌쩍 지나고 있다.


참 많이도 살았는데.. 나이만 먹었지 도대체 나는 뭐지? 도대체가 삶의 의미를 못 찾겠네.. 내 삶의 불꽃, 열정, 목적, 내가 태어난 이유, 그것이 대체 뭐지? 어제 생일을 맞이하면서, 나에게 이런 질문 폭격을 던지며.. '다시 내 인생의 불꽃을 장착하고! 다시 열정을 불태울 땔감을 어서 찾아야겠다!'며 굳은 다짐을 하고, '내일부터는 새롭게 잘 해보자! 다시 시작하는거야!'라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recipe 381. 영화 '소울'

그러던 와중 영화 <소울>을 한밤에 보기 시작했는데.. 이런 갓띵작을 이제서야 보다니.. 영화 초반.. 목적없이 산다고 혼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반전 어떡하지.. 나 무엇을 놓치고 있었지?.. 무엇이 ‘삶'의 시작점이 되는지, 하루도 안되어 아니 몇 시간도 안 되어 크나큰 생각의 전환을 해야만 했다.  


다시 시작하는 지점의 이정표부터가 달라져야!

삶은 비로소 살만 하다는 것을..

따듯한 햇살과 파아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 떼, 바람에 나부끼며 또르르르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사랑하는 가족과, 곁에서 함께하는 친구들,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입 안 가득히 퍼지는 피자 한 조각, 베이글 한 조각이 주는 삶의 행복감이.. 그 어떤 돈보다도 가치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태어나지 못했으면 몰랐을 이 기쁨들.  


이 모든 일상의 하릴없는 하찮은 것들이 내가 태어난 이 곳, 지구에서의 삶 '그 자체'인데.. 즐기기만 하면 되는 '그 자체'를 두고서.. 무엇을 심오하게 찾겠다고, 무엇을 이루려 집착하듯 고통 속에 헤매이고 있는지.. 무엇이든 즐기기로 마음먹으면 쉽게 쉽게 그런대로 잘 살아지는 것을.. 즐기는 것을 괴로워하는 것도 참 병이고, 많은 해를 살아 내면서 이 사실을 수도없이 깨쳤는데 또 까먹어 버리고.. 매번 도로아미 타불이다.         

 


recipe 382. 물고기 한마리

젊은 물고기가 있었는데

나이든 물고기에게 헤엄쳐가 물었지

"바다라고 하는 걸 찾는데요"

"바다?" 나이든 물고기가 말했어. "여기가 바다야"

젊은 물고기는 말했지. "여기? 이건 그냥 물인데?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

- 영화 <소울> 中 대사


어제 아침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인데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Ce n'est pas mon chapeau)" 라던 물고기가 귀엽기도 하고 나 같았다. 그렇게 하찮은 게 우리 인생이고, 인생 뭐 별거 아닌데도, 발버둥치고 변명하고 탐내고 합리화하고 숨고 도망치고. 


    


recipe 383. 줄리와 줄리아

"줄리아 차일드도 49세에 성공했어"

- 영화 <소울> 中 대사


이 대사가 영화 초반에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데, 그 흘러가는 대사를 놓치지 않고 들은 나는 '와 신기하다. 내 인생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여기서 얘기하네? 줄리아도 49세에 이루었다고 하니,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왠지 희망이 보인다. 그때까지 몇 년만 제대로 불태워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참.. 이상하지.. 그 대사를 듣고 줄리아 차일드를 위키 검색하다가.. <줄리 앤 줄리아>의 실제 저자 줄리 포웰이 49세에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발견하고 말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49세에 성공한 줄리아를 롤모델로 삼았던 줄리가 같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는 참.. 거짓말과도 같은 인생사. 요람 뒤에 무덤이라더니.


이 영화는 초반에는 '나.. 목적없이 산다고 혼나고 있네. 정신차려야지' 라고 마음을 먹게 하다가.. 후반부로 갈 수록 반전의 펀치를 세게 날리며 이렇게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목적만 찾다가 현재를 낭비하지 말고 살아간다는 자체를 즐겨!"


이렇게 여러 메타포를 통해, 나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준 영화 <소울>을, 생일날 만나서, 참으로 오묘했다. 내 앞에 나타나 준 이 모든 신비함들에 감사하며, 아무튼 다시 시작! 영화 'Soul' 처럼.


최근 잉여 잉여하게 살아 보면서, 매일 매일이 새롭다는 것도 알았고, 하루 하루가 하릴 없어도 소소하게 행복해하며, ‘나 근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질문을 하며 스스로를 참 많이도 괴롭혔고 조급했는데, 이제 새로운 시작의 새 이정표는, 그래.. 영화 <소울>처럼 매일 최선을 다해 감각하기!

"I'm going to live every minute of it."


이제는 Soul따라 살아볼까나.      



목표일: 250/365 days   

리서치: 383/524 recipe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튼 생일] 많이도 살아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