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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의 타로공원

나의 레전드들

by 더슬로우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305 day


대학교 때 여름 방학동안 유럽 여행을 핑계로 파리에 2달간 거주를 한 적이 이었다. 그때 내가 파리에서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장소를 꼽으라면, 튈르리 정원의 분수대와 퐁피두 센터 앞의 분수대이다. 튈르리 벤치에 앉아 있으면 세상만사 시름없이 평온한 느낌이 들고, 그와 반대로 퐁피두 센터 앞의 스트라빈스키 분수대에는 '니키 드 생팔'과 그의 남편 '장 팅겔리'의 합작인 움직이는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어, 그 앞에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고, 러블리해지고, 예술적인 아이디어가 샘 솟고, 생동감이 넘쳤다. 그래서 퐁피두를 그 짧은 2달동안 자주 오가며 그 광장에 앉았다 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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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ipe 455. 나나와 타로공원(Il Giardinodei Tarocchi)

'루이스 부르주아'가 자신의 어머니를 거미로 형상화한 '마망(Maman)' 시리즈가 있다면, '니키 드 생팔'은 '나나(Nana' 시리즈로 유명하다. 나나는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할머니나 보모를 이르는 말이기도 해서, 우리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여성과 모성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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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볼륨감 있는 풍만한 몸매에 밝고 화려하게 원색으로 채색된 '나나'들은 항상 저렇게 춤추는 듯 즐겁게 포즈를 취한다.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마냥 기분이 즐거워지는데, 하지만 그녀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지옥과도 같은 불우했던 가정사를 겪으며 정신쇄약에 시달리며 자랐고 그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켜 극복해낸 경우이다.


'나나'는 임신 중이었던 그녀의 친구 클라리스 리버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클라리스는 "여성은 두뇌없는 성적인 대상, 아이를 낳는 기계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녀의 은유는 분명했고 시의적절했습니다"라고 나나라는 이름의 조각상에 대해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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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모델로 데뷔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눈뜨고, 총으로 물감을 쏘는 슈팅 페인팅을 시도한다던가, 여성의 성적이고 영적인 부분을 과장함으로써 긍정적이고 유쾌한 나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던가, 하는 모든 것들이 그녀의 자기 치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자기만의 작품 방식으로 인종 차별, 불의, 에이즈에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를 다루고 여성에 대한 찬가와 여성에 대한 관습, 보수적인 진부한 편견들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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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 아트로 유명한 '장 팅겔리'와의 재혼으로 그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공고히 구축하게 되는데,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입구에 있는 '혼(Hon)' 역시 팅겔리와 합작한 작품이다. 길이가 28미터, 폭이 9미터, 높이가 6미터나 되는 거대한 조형물이자 건축물이다. 여성의 질인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12좌석이 있는 극장, 회화 미술관과 설치 미술 작품, 물고기 연못, 움직이는 뇌, 안락 소파, 샌드위치 자동판매기, 아이들을 위한 미끄럼틀 등이 설치되어 있고, 미니 놀이 동산인 것 같기도 하고, 여성의 몸을 영적이고 정신적인 안식처를 상징하도록 그려낸 듯 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 각자의 태아였을 때의 기억이 떠올를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조각을 만들 것이다. 남자들보다 더 크고 더 강한 조각 말이다" - 니키 드 생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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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의 가장 주목할만한 역사적인 작품은 이탈리아의 카파비오라는 작은 도시에 세워진 타로 공원이다. 1998년에 개관, 공사기간만 무려 20년에 달하는 명소로, 스페인에서 본 가우디의 구엘 공간에서 건축적인 영감을 얻고, 타로카드에 등장하는 메이저 카드의 22개 캐릭터를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해 신비한 조각공원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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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진 환상세계를 풀어내 펼친 타로공원은 꿈의 공간인 동시에 평범한 여성으로서 살기 힘들었던 그녀의 상처와 영혼을 예술로 승화시킨 걸작이며,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해 줄 정신적 쉼터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영원이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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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의 이탈리아 '타로 공원'

https://ilgiardinodeitarocchi.it/en/


"삶이 게임이라면 우리는 그 룰을 모른채 태어났다. 하지만 게임은 계속돼야 한다. 타로카드는 그저 게임일 뿐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 삶의 철학이 존재하는 것인가? 타로는 영적 세계와 삶의 시련에 대한 위대한 이해를 주었다. 그리고 모든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며 결국 내적 평화와 천국의 정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 니키 드 생팔


그녀가 그린 22개의 타로카드가 나는.. 너무나도 탐난다.

나도 언젠가 저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목표일: 305/365 days

리서치: 455/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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