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름 Jul 11. 2022

알코올 중독 치료 일기 #2

그러니까 알중으로 산다는 건


 알코올 중독자로 산다는  매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글을 보는 독자들이 혹여 속으로 ‘그러시겠지하는 심심한 호응을 할지 모르겠으나, 실제로 매일 겪어야 하는  경험은 정말 끔찍하다. 게다가 결심이나 결단 같은  딱히 의미가 없다. 어차피 실패할  이미 알다.  스스로가 제일  안다.  없이 반복해와서 ‘오늘은 진짜.’, ‘내일부턴 정말.’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오히려 그런 결심이 나를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그래서 굳이 스스로와 약속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나를 좌절시킬 이유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하루 끝에 술을 마시는 나를 보며 실패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혹은 운이 좋아 이틀에   꼴로  박약함을 인정하고 실패를 보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나는   정도의 의지를 가진 보잘것없는 인간이다.


 무엇보다 끔찍한 일은 이 실패담을 이주에 한 번 가는 진료에서 내 입으로 인정하고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궁색하게도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진 않았다’는 변명을 덧붙이다 보면 그 기분이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살짝 웃는 선생님의 표정은 어떤 말을 생략했는지 알 것 같아 수치스럽다. 말을 하지 말까 고민한다. 거짓말을 할까. 진료실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고민한다. 아직까지 거짓말을 한 적은 없으나 축소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나를 해치고 그 수치를 떠안아야 한다. 어쩌면 망가지는 뇌와 간, 기억과 일상보다도 두려운 일이다.


 진료가 끝나면 항상 하는 설문이 있다. ‘변화 준비와 치료 열망 척도’라는 검사다. 사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입장에서 문항이 파악하고자 하는 바가 보여 답변을 할 때마다 조금 고민스럽기도 하고 내 의도대로 답변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설문을 하다 보면 나의 지난 2주간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번 진료보단 나았다. 혹은 더 못났다. 설문을 작성하면서 스스로 이미 깨닫게 된다. 다음 진료에서는 보다 나은 답변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먹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고 싶긴 한데, 술을 먹지 않겠다는 말은 아닌. 이 얼마나 모순적인 마음인지. 나는 아직도 치료되기에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꽤 오래 알콜릭에 관한 글을 올리지 못했다. 성공해가는 모습을 적고 싶은데. 어째 3월 이후로 매일매일이 실패였다. 그걸 낱낱이 적는 일이 고통스럽기도 하고 매일 저녁 취해있으니 글을 쓸 겨를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하이볼 3잔과 와인 1잔을 마시고 적고 있다. 내가 앞으로도 쓸 글에는 결론이 없다. 그럴 것이다. 다 나아서 이런 경험이 있고 이렇게 극복했다! 말을 하면 좋을 텐데. 나는 지금도 매일 실패를 겪고, 내일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기록할 뿐. 이렇다 할 멋들어진 말을 덧붙일 거리가 없다. 그게 글을 발행하는데 주저하도록 만든 큰 이유일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용기를 내 두 번째 글을 발행하고 있는 것이 술 덕분인지 내 안에 웅크린 용기일지 알 수 없다. 나는 늘 그런 식으로 술김과 진심과 용기 사이를 어정쩡하게 어슬렁거렸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알콜 중독 치료 일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