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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강력반 영구, 강철중, 마석도 등. 한국 형사 영화 주인공은 시대마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구현돼왔다. 순결하지 않고 ‘적당히 부패하거나 비도덕적’인 데다 조직 내 꼴통 신세지만, 천인공노할 악인 앞에서는 정의로운 사회정의 수호자다. ‘내가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너는 정말 못 됐다’라는 논리다. 여유에서 나오는 형사의 능글맞음, 절대악처럼 보이는 악인의 행동 등 여러 장치가 편안함을 준다.
1편의 동력은 계급적 미러링이다. 우리는 헌법 제11조 제1항이 사회 토대면서도 선언적 내용임을 안다. 경제력 차이가 사회적 차이와 처벌 차이를 야기하는 사회, 역사적으로 피지배 계급을 향해왔던 경찰 과잉 폭력의 방향을 거꾸로 돌렸다. ‘너희들이 우리를(혹은 그들을) 대했던 대로 당해 봐’라는 논리다. 법적 문제는 내내 되풀이되는 ‘정당방위’로 해결했다. 이제 관객은 연거푸 뺨을 맞는 조태오를 마음 놓고 볼 수 있다.
2편은 당혹스럽다. 전편의 윤리를 반박하고 성찰한다. 편의적 통쾌함은 어떤 결과를 낳아오고 또 그럴 것인지. 사이버 레커(사이버 렉카)와 사적제재는 적절한 소재다. ‘저 사람은 죽어도 싸!’에서, 만약 저 사람이 소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뒤 한 시민에게 살해당한다면? 국가폭력이 못다 한 처벌을 대신한 것인가, 치러야 할 죗값을 초과해 부도덕·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인가?
서도철뿐 아니라 감독, 관객도 시험에 든다. 그는 과잉 폭력을 일삼았고, 자녀에겐 싸우면서 크는 거라며 폭력을 정당화했다. 현실 속 한 아동 성폭행범이 연상되는 등장인물을 보며 누가 저 사람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두 편 모두 감독·관객의 윤리와 서도철의 윤리는 일치한다. 다만 빛과 그림자를 나눠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려면서도, 의도적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사적제재 피해자들의 시신은 과시적으로 보여진다. 관객은 이 중 한 인물에 대해 시점 쇼트로 마주 본다. 그들의 죽음에 통쾌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편의적 통쾌함의 이면에 있는 이런 상황도 수긍해야 하지 않냐며, 영화는 묻는다.
영화는 훗날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진다. 서도철과 서도철의 아들, 박선우는 서로 다른 장면에서 같은 구도로 담긴다. 이들은 영화적으로 같은 사람이다. 서도철의 과잉 폭력 윤리는 미래 세대라 할 수 있는 아들과 박선우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이 점으로 박선우의 과거를 가늠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며 뜨겁게 다그친다.
문제는 엉성한 구성이다. 두 영화의 전개 구도는 같다. 경쾌한 도입부, 바로 정체가 드러나는 범인, 서도철의 추리와 추적, 마무리 액션 장면. 1편 도입부는 영화의 주요 사건과 관련이 적으면서도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 그러나 2편은 그렇지 않다. 특히 난간에서 버둥대는 서도철을 경찰과 용의자들이 함께 응원하는데, 액션과 코미디를 군무와 짜고 치는 이야기처럼 그려내는 류승완 감독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위기에 맞지 않고 과했다.
1편과 서로 분위기는 정반대인데, 대사들은 그대로 가져왔다. 또한, 절정 단계에서 박선우의 행동은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연상된다. 그러나 상업영화로서 선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긴장감 도는 순간을 맹탕처럼 마무리했다. 전편도 팀원 중 서도철이 가장 튀어 보이지만 나름 팀 합이 적절하다. 2편은 서도철 단독 영화라 해도 될 만큼 팀원들의 활약이 적다.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전편의 분위기와 윤리를 과감하게 뒤집었으나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제 서도철은 어떤 자기 확신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궁금해지지만, 이것 하나만을 위해 너무 많은 걸 희생한 터라 3편이 제대로 갈피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한국 형사 영화를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게 한 가치는 있다. 적어도 (1편을 제외하고) 공허한 주먹질의 반복뿐인 「범죄도시」 시리즈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