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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훈 Dec 31. 2021

치열하게 읽었다.

출퇴근 지옥철 안에서도.

열심히 읽어 보았다.




 생물학적 나이로 서른 줄에 들어선 이후 유약해진 육체와 정신이 스스로 삼십 대라는 걸 겨우 인정하기 시작할 때쯤, 나의 인사이트는 나이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인사이트를 뿜어냈던 대학 시절을 떠올렸고, 그때의 나는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부천역 교보문고에 들러 한 권씩 꼭 읽으며 다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선이 너무 번거로웠고, 퇴근 후의 지친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었다. 새로운 방법을 찾던 나는 망설임 없이 전자책 리더기인 리디페이퍼를 구매했고, 리디페이퍼는 최근 몇 년 동안의 독서 생활을 180도 바꿔놓았다. 출퇴근 지옥철 안에서도 치열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 리디페이퍼 프로는 30대 이후 가장 성공적인 지출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리디페이퍼 3세대가 내 손에 들어왔다.

 항상 건조한 눈이 걱정이지만, 종이책을 읽는 듯한 e-잉크의 질감은 전자기기임에도 눈을 덜 피로하게 하였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드래그해 체크해두면 스마트폰의 리디북스 어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이따금 글을 인용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기 좋았다. 잊을 때쯤 한 번씩 밥을 먹여주면 절대 안 죽는 배터리까지. 특히 민망할 정도로 작은 내 손에도 쏙 들어오는 3세대 모델은 나에게 딱 맞는 최고의 독서 경험을 선사했다. 종이책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디지털화로 인해 전자기기에 너무나 적응되어버린 비루한 몸뚱이와 종이책 둘 곳 없는 비좁은 내 방은 종이책과의 마음의 거리를 몇 광 년 정도로 멀어지게 했다. 이런 내게 공감이 됨과 동시에 리디페이퍼를 사용해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 추가해준 문장이 있어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종이책 구매는 부동산 문제다. 종이책은 물건이어서 놓을 자리가 있어야 하고 놓을 자리는 집의 크기와 직결된다. 누울 자리만 간신히 확보한 작은 집에 사는 사람이 책을 사들이기는 어렵고, 그보다 넓은 집이라고 해도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한다면 책을 사는 부담은 가중된다. 책은 어찌나 물건인지 책이 늘어날수록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이 정직하게 줄어든다."

-김겨울 《책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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