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으니까 우리가 있는 거야
언젠가 회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원들과 업무 중에 주고받은 얘기가 있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느 회사나 겪는 일 중에 하나였다. 기능 누락과 데이터 불일치. 그날도 어김없이 데이터 불일치 건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그 팀원은 ‘좀처럼 끝이 안 나네요. 이렇게 계속해서 이슈가 나올 줄은 예상 못했어요.’ 그 팀원은 업무 능력이 정말 탁월한 친구였다. 머리도 비상해서 수년 전 업무 협의 내용 처리 결과까지 마치 노트에 기록해 놓은 것처럼 기억하고 알려주는 그런 직원이었다. 그 친구는 이슈 처리에 지쳐 있었다.
난 세부 사항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말은 덕담 정도였다. 그래서 해준 말이 “이슈가 있으니까 우리가 있는 거야. 그리고 이슈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니까 당신처럼 전문가가 필요한 거고.”였다. 정작 그 말을 들었던 그 친구는 그냥 체념하는 표정이었지만, 맞은편에 있던 다른 팀원이 그 말에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자기도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일하고 있다가 잠시 옆 자리 대화를 들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란다. ‘아 그래 문제가 있으니까 내가 있는 거지.’
후에 옆에 앉아서 내 얘기를 듣고 정신이 들었다던 그 팀원과 다시 얘기하면서 몇 가지 얘기를 더 나누었다.
“AI는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정상 작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 비즈니스를 자동화하고 그 자동화한 것을 더 지능화하는 순서로 진행이 될 거야”
“그런데 우리 시스템은 정상작동을 잘 안 하잖아? 그래서 AI가 적용되려면 멀었어. 우린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하하하”
어쨌든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 자동화가 안되어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감사하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