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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욱 Mar 20. 2019

적정 마케팅 기술

벤처와 디지털 초보 기업은 어떻게 마케팅 기술에 접근해야 할까?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언제쯤 적용하면 좋을까요?

벤처 기업과 디지털 초보 기업을 만나서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꼭 등장하는 질문이다. '무엇부터', '언제부터'. 그러나 꼭 무엇부터인지 언제부터인지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케팅의 역할을 이해한다면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요즘은 마케팅이 너무 세분화되고 관련 기술도 너무 다양하다 보니 마케터 전문가들도 혼란을 겪는 것 같다. 

마케팅의 역사를 찾아보면 1950년대 제조업의 대량 생산 능력의 향상으로 필요성이 대두되어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의견이 있고, 최초의 물물교환도 마케팅 활동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뛰어난 문이과 통합 인재들과 달리, 나는 이과 중심의 커리큘럼에 익숙했던 터라 기존 마케팅 원론이나 개념보다 현실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해 보려고 한다.


마케팅도 세일즈도 결국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시공간적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생겨난 직군이다

스스로 필요해서 직접 도구를 만들어 쓸 때는 생산자, 소비자도 없이 바로 내가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된다.

소비자=생산자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옆집에서 빌려오거나 동네에서 누군가 잘 만든다고 소문난 사람에게 부탁하여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는 물리적인 거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는 직접 만나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바로 물건을 부탁하거나 물건의 값을 지불하고 가져갈 때이다. 아직까지도 직접 만나서 교환을 하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있었다.

소비자 <-- 물리적 거리 --> 생산자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곳 = 생산자의 의견을 듣는 곳


이제는 생산자가 만든 제품이 소문을 타고 다른 동네와 지방까지 알려진다. 그리고 이 제품이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발이 넓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자기가 대신 팔아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에 따라 생산자는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듣기 어렵고 중간 상인을 통해서 듣게 된다. 그리고 소비자도 생산자의 말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중간 상인이 이해한 내용을 대신 전달받게 된다.

소비자 <--> 물리적 거리(중간 상인) <--> 생산자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사람 = 중간 상인


이렇게 생산자를 대신하여 판매하고 고객의 의견을 매개하며, 생산자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이 생기게 되고 이 사람이 바로 세일즈와 마케팅을 대신했던 최초의 전문가가 된다. 20세기에는 이 역할이 세분화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알리는 역할은 마케팅 전문가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은 세일즈 전문가가 담당하게 되었다. 


시공간적 제약을 무너뜨린 디지털과 적정 마케팅 기술


고객과 만나는 통로가 마케팅의 이벤트 행사와 매장 혹은 세일즈의 대면 영업 활동만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가 된 21세기인 지금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는 채널이 디지털로 통합되면서 마케팅과 세일즈가 다시 하나의 채널이 되었다. 이 디지털 채널이 마케팅 플랫폼과 연결됨으로써 이전 수 세기 이상 동안 서로 격리되었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시공간적 거리와 단계를 한 순간에 직접 소통으로 단순화시켜 버렸다. 이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시공간적 거리가 마치 직접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과 같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적정 마케팅 기술은 바로 마케팅과 세일즈의 본질, 즉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그 지점에 존재함으로써 상품의 존재 이유와 가치 그리고 소비자의 관심과 삶의 의미가 만나는 그 지점의 담백한 매개 기술로서 정의된다. 상품이 소비자에게 의미가 있고 소비자는 상품과 생산자의 존재 이유가 되는 그 자리. 바로 적정 마케팅 기술이 있어야 할 자리다. 적정기술이라는 것은 영어로는 Appropriate Technology로서 표현되지만, 여기서는 Moderate Technology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기업이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를 가장 단순화하여 제공하는 관점보다는, 이미 넘쳐나는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 중에서 기업과 고객을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매개하는 적정한 수준의 기술을 식별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왜 적정 마케팅 기술이 필요한가?

최근 디지털 데이터가 급증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플랫폼과 마케팅 기술들이 넘쳐나면서 이를 활용한 서비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chiefmartec.com - global marketing technology ("Martech 5000")


기존 웹사이트뿐 아니라 검색, 포털, 소셜, 언론 등 고객에게 기업과 상품을 알릴 공간은 무한대로 늘어나버렸다. 그리고 경쟁 상품과 기업들이 늘어나다 보니 경쟁사보다 더 많이 노출되기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로 더 눈에 띄는 곳에서 도 많이 광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기업의 열심은 고객들에게 더 적절하고 좋은 콘텐츠로 여겨지기보다 이 회사나 저회사나 이상품이나 저상품이나 계속 사달라고 조르는 스토킹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이미 멀티채널 캠페인 자동화 설루션은 10년도 전부터 '피로도 관리(Fatigue Management)' 기법을 도입하여, 타깃 캠페인 시에 같은 고객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보내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비즈니스 규칙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과거 공자와 자공(공자의 제자)의 대화에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지나친 마케팅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때로는 과장광고로 제재를 받기도 하고, 지나친 광고가 삽입된 영상은 이탈률을 높이고, 좋은 콘텐츠보다 광고가 많은 사이트는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도'가 지나친 마케팅 활동은 고객의 관심사와 트렌드가 빨리 변하고 있다는 기업의 불안감과 예산과 집행의 효율성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분주함, 너무도 세분화된 테크놀로지와 예산에 비례하는 에이전시 수수료 체계 등이 모두 결합된 부작용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적정 마케팅 기술은 비단, 벤처나 디지털 초보기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모든 기업에서 적정마케팅 기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기업은 내부의 역량으로 판단하여 적정성을 고민하면 되겠지만, 신생 기업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무엇부터, 언제부터 이 질문에 답을 해보고자 한다.


적정 마케팅 기술의 시작


마케팅은 서두에서 정의할 때 기업 혹은 기업의 상품과 고객이 만날 수 있게 하는 매개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시간적 공간적 간극을 순간과 직접 소통으로 단순화시켰다고도 했다. 그러면 적정 마케팅의 시작은 디지털 채널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소통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고객의 관심사와 필요를 알 수 있는 소통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디지털 채널에는 웹사이트가 될 수도 있고, 소셜의 기업 페이지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오픈 마켓의 상품 페이지일 수도 있다. 콘텐츠는 글이거나 영상, 이미지, 회사 소개 페이지이거나 혹은 상품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고객의 관심사와 필요를 알 수 있는 소통방법은 설문조사, 회원 가입 시 프로파일 항목에 넣을 수도 있고, 우리 웹사이트나 어떤 디지털 채널에서 고객이 관심을 가졌던 흔적을 조사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고객과의 소통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웹사이트(채널), 상품(콘텐츠), 웹사이트 트래픽 수집(관심사 파악) 등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소셜 채널, 블로그나 영상, 시장조사와 버즈 분석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콘텐츠가 제조 상품인지, 글인지, 서비스인지에 따라 또, 준비된 디지털 채널이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채널과 콘텐츠는 시작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가장 기본은 고객의 관심사와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 수집 방안이다. 물론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고,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는 비즈니스의 목표와 성과 기준, 참고자료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적정 마케팅 기술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가장 기본적인 채널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적정 마케팅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있어야만 하는 항목이다. 얼마나 멋지고 세련된 채널인지 팬시하고 매력적으로 상품을 묘사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그다음에 고려할 사항이다. 

따라서 적정 마케팅 기술은 비즈니스의 목표와 수치적 성과 목표의 수립, 이를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비즈니스를 정의할 때는 대상 시장, 대상 고객, 핵심 콘텐츠와 매출 및 수익 목표 등을 포함한다. 이런 항목은 수시로 변하는 것이 아닌 지표로 사용할 자료로 준비한다.

고객과 만나는 지점에서 고객의 관심사와 필요를 파악하기 위해서 디지털 채널에 데이터 수집 방안을 마련한다. 단, 몇몇 국내 기업에서 제공하는 웹사이트나 쇼핑몰 채널에서는 수요 기업의 독자적인 데이터 수집 기술 구현을 거부하고 있는 곳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해당 디지털 채널 제공 플랫폼이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제공할 수 있는지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적정 마케팅 관리 요소

고객이 찾아서 들어오는 기업의 디지털 채널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방안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기업의 "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 그 대화를 알아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귀가 열리긴 했지만 아직 갓난아기이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부모의 목소리와 대화를 알아듣기 시작할 때 까지는 시간과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만약 고객이 로그인을 하고 자기의 정보를 남겼다면 우리는 "눈"을 뜨기 시작한다. 고객이 누군지 정확히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물론 디지털 지문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고객의 행동과 관심사, 조금 더 나아가서 IP, 위치정보 등의 디지털 지문을 통해서 유사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잡아낼 수는 있지만, 정확히 누구라고 단정하려면 회원가입과 로그인의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초기 기업의 모습에서는 당연히 고객의 관심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기업도 표정과 인상으로만 의사를 표현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직접적인 언어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할 때가 온다. 그때 사용하는 것이, 푸시 메시지, 이메일,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의 메시징 채널이다. 이런 메시징 채널이 "입"의 역할을 한다. 가끔  디지털 채널을 통해서 말한다고 얘기할 때 웹사이트가 "입"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얼굴"과 "인상"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고, 선물을 든 "손"에도 비유할 수 있다. 

사실 얼굴로 표현하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미 파놓은 무덤이라 조금 더 가보자. 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관심사가 바뀌는 것을 포착하게 되고 고객의 관심인지 가족에게 선물하려는 것인지 까지 알게 되는 단계에 이르러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하게 된다면 우리는 "코"가 열렸다고 표현할 수 있다. 환경의 변화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이렇게 얼굴과 눈, 코, 입, 귀등 모든 것이 갖춰지면 고객과 기업 사이에 매개자로서의 마케팅 기술은 모두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본적인 채널과 콘텐츠가 있다는 가정하에 비즈니스 초기 적정마케팅의 시작점을 지정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귀"의 역할을 하는 데이터 수집이 첫 번째. 그리고 그다음이 "입"의 역할을 하는 메시징 체계를 준비하는 것이 두 번째가 된다. 그러나 "입"만으로는 사기꾼이 되기 쉽다. 꼭 좋은 콘텐츠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험프티 덤프티 on Pixabay


언제부터 시작할까 -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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