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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현 Feb 15. 2023

Ep. 5 │ 내 친구 루시오

산티아고 핑계 삼아 유럽여행_팜플로나

첫 번째 대도시인 팜플로나에 도착하는 날이다.

오늘은 큰 숙소를 빌려 생장에서부터 같이 걸어온 한국인 분들과 함께 다 같이 모여 한식을 만들어먹기로 했다. 비록 순례길을 걸은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빵, 감자, 스테이크를 매일 먹다 보니 한식이 그리워지는 건 당연했다. 특히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


떠날 준비를 마치고 1층에 내려가니 루시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 같이 약속한 것도 아닌데... 여행 가이드도 이렇게 잘 챙겨주고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다 같이 사과를 나눠먹고 오늘도 다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생각보다 다리상태가 좋치않아 어제보다 천천히 템포 맞춰서 걷기로 했다.

미안하다며 괜찮으니깐 먼저 가라고 하셨지만 루시오가 혼자 걸으면 더 아플 수 있다며 같이 걷는 게 좋다며 웃으며 말하는데 참 좋은 친구라고 한번 더 생각했다. 중간에 잠시 물을 마실 공간이 있어 배낭을 내려두고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다 취하고 배낭을 다시 올려 메는데 동행 한 분이 내 배낭끈이 이상하다며 허리끈도 함께 조절해 주셨는데.... 이전까지 있었던 어깨, 허리 통증이 사라지고 편해졌다. 그렇다. 난 배낭 메는 방법도 모르고 이때까지 악으로 걸었던 거다. 진작에 이렇게 메고 피레네 산맥을 넘었어야 했는데 느껴지는 정도가 달랐다. 참 바보 같다. 그래도 앞으로 조금이라도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거에 감사함을 느낀다.  

팜플로나로 가는 길은 어제와 비슷한 숲 길을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오늘은 비록 중간에 휴식을 취할 바(Bar)는 없었지만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대규모 양몰이를 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행 중 한 분에게 사진을 부탁드린 뒤 그 순간을 남겼다. 같이 걸으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내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풍경사진과 셀카, 그리고 거울샷이 전부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동행분들 덕분에 사진도 많이 건지고 있다.


 루시오와의 대화는 오늘도 이어졌다. 어제 저녁식사를 하다가 새롭게 만난 친구가 루시오한테 "계속 한국인들과 같이 다니던데, 전문 가이드야?"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마침 내가 관광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어제 잠시 생각했다며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소수의 한국인이나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순례길 가이드를 하면 좋을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보내주기로 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순례길을 나처럼 혼자 오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기도 하고 산티아고 일정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마을까지만 동행하는 상품이라면 한편으로 스페인어가 부족한 순례자들에게는 더 즐기는 순례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루시오의 기분이 다운되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가지 않아 루시오가 자신은 먼저 가보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걷는 속도가 너무 달라 오히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루시오는 분명히 길을 걷다 보면 분명히 다시 만날 꺼라면서 "너희들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렇게 루시오가 먼저 출발한 다음 나를 포함 해 모두가 루시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한 감정이 컸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감정을 들게 한 신기하고 소중한 인연이다. 그렇게 우리끼리 루시오에 대한 미안하고 고마웠던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도착지인 팜플로나에 도착했다.

팜플로나는 대도시인 만큼 들어서자마자 큰 건물과 편의점 등 편의시설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라 거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열린 바, 마켓이 보여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약해 놓은 숙소로 도착했다. 방 3개짜리 숙소였는데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오랜만에 주변 눈치 안 보고 편안한 침대에 누우니 저절로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 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가 씻고 나오니 얼굴에 열이 나고 감기기운이 올라오는 듯하여 종합감기약을 챙겨 먹었다. 10월 말의 순례길은 날씨가 너무 좋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 쉽게 감기몸살에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씻은 다음 장을 보기 위해서 슈퍼마켓으로 갔다. 팜플로나 성당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곳곳에 투우 기념품 파는 곳이 많다. 팜플로에서는

매년 7월 투우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연박하면서 투우 경기장도 가보고 도시를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다행히 주변에 아시안 마켓이 열려있어 신라면과 불닭볶음면도 사고, 쌀도 구매했다. 하지만 김치가 조금밖에 없어 김치찌개 대신에 계란찜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긴 고민 끝에 고기 스테이크와 라면, 계란국, 계란찜 이렇게 먹기로 했다. 김치찌개는 아쉽지만 이게 어디냐.... 뜨거운 국물이 너무 먹고 싶었다.


재료를 사고 숙소로 들어와 다 같이 요리를 시작했다.

한국인 형님분들이 사 온 와인과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은 느낌이 들어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은 듯하다.

오랜만에 숙소에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아무래도 알베르게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하는 게 눈치가 보이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순례길에 온 이유, 길에서 만난 외국인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막내라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자리가 마무리되고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Buen camino

좋은 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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