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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Dec 11. 2023

행복한 몰입으로 성과내기

일의 의미와 성장,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협업 환경

유저를 확실하게 깨워주던 알라미는, 유저를 확실하면서도 개운하고 상쾌하게 깨워주기 위해 올 한 해 부단히 달려왔다. 연초에는 유저의 입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수면 사운드를 양 OS 모두 탑재하여 제공하기 시작했고, 알라미만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뒤이어 수면 분석 기능을 통해 수면 시간을 양적으로 측정하여 피드백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연달아 더 정밀하게 수면 단계(얕은 잠, REM, 깊은 잠 등)까지 분석하여 질적인 피드백도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 분기 우리는, 유저의 수면 중 행동패턴(코골이, 기침, 잠꼬대 등)까지도 분석하여 제공하기로 했다. 

수면 사운드 제공에서 더 나아가 수면의 양과 질까지 분석해 주는 알라미. 이제 수면 중 행동패턴까지 분석해 주자!

그렇게 일명 '코골이 콜라보'가 탄생했다. 유저의 상쾌한 기상 경험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해 여러 팀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코골이 콜라보'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유저가 얻게 될 가치도 빠르게 확장되었지만, 우리가 함께 일하며 얻는 가치도 덩달아 확장되었다. 우리는 확실하게 듀데이트에 맞춰 제품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운하고 상쾌하게 제품을 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협업을 하는 기간 내내 모든 멤버들이 함께 행복한 몰입을 경험했다는 의미이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못할 이유가 더 많았는데...?


사실 코골이 콜라보는 듀데이트에 맞춰 완수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과업이었다.

먼저 기술적인 어려움이 존재했다. 마이크 권한을 기반으로 여러 오디오 값들을 가져와 코골이 여부를 판별해야 했고, 유저에게 가치 있는 정보로 치환하기 위해 부가적인 값(코골이 크기, 시간, 실제 녹음 파일 등)들도 함께 수집 및 가공을 해야 했다. 과정에서 용량 이슈나 제품 퍼포먼스 이슈도 함께 고려해야만 했다. 이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심플한 작업이 아니라 굉장히 챌린징 한 기술 과업들이었다.


또한 QA 가 어려웠다. 메인 유즈케이스는 실제로 밤에 잠을 자면서 코를 고는 케이스인데, 잠은 하루에 딱 한 번만 자거니와 그때 코를 골지 않을 수도 있다. 대략 하루에 0.8회의 QA 기회가 있는 셈이다. 여러 조건 값들을 바꿔가며 낮시간에도 QA를 병행해보려 했으나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용 간에 UI/UX 변화가 상당했다. 본래 피쳐를 개발함에 있어서 UI/UX 수정은 비일비재하다만, 이번 콜라보에서는 그 변화의 폭이 굉장히 커서 사실상 처음 개발하던 디자인과 아예 다른 디자인이 되었다. 아무래도 코골이 소리를 측정하여 재생해 보는 경험 자체가 모두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기획이 실제 사용  편의와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위 모든 어려움을 여러 팀의 협업으로 풀어야 했다는 점도 난점이었다. 코골이 판별 모델은 딜라이트룸의 연구팀에서 담당하였고, 그들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를 개발했다. 내부적으로는 모네 스쿼드(수익화 스쿼드)와 슬립 스쿼드가 함께 협업을 했다.  8명이 함께 미팅을 하고 합을 맞춰 나가며 외부에 있는 연구팀과 협업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시간을 요했다. 



내적 동기의 힘


이 모든 난관을 타개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비결은 다름 아닌 구성원들의 강한 내적 동기였다. 이번 과업으로 특정 개발/디자인 스킬을 키워보겠다, 동료들과 함께 잘 협업하는 역량을 키워보겠다,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되게 만들어 보는 경험을 쌓아보겠다 등 일의 의미, 성장, 즐거움과 같은 내적 동기가 있었기에, 아무리 많은 제약 사항이 주어져도 그 과정을 유쾌하고 즐겁게 헤쳐나가며 끝끝내 목표마저 달성하게 된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 하네... 누가 그걸 모르나? 현실적으로 그걸 레버리지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이 이야기가 다소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분명 강한 내적 동기가 뾰족한 비결이었다. 하여 본 글을 통해 지난 협업 기간을 돌아보며 강한 내적 동기를 레버리지 할 수 있었던 조건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적 동기가 발현되어 나타난 주요 현상들 (예시)



내적 동기를 높이는 협업 환경 조성


몇 가지 환경 조성으로 일의 의미와, 성장, 즐거움 등 플러스 요소들을 고취시키고 스트레스, 압박감 등 마이너스 요소들을 제거한다면 모든 멤버들의 내적 동기가 탄탄해지고 이는 행복한 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1. 목적과 의미를 고취시키는 사전 킥오프


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멤버들과 함께 해당 협업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킥오프)를 갖는다.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 문제가 끼칠 제품 내 예상 임팩트에 대해 공유하는데, 비단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리가 아니다. 본 협업에 대해 동료들이 갖고 있는 여러 질문과 의문들을 해소해 주고, 또 문제 해결 방법 및 협업 프로세스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미리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이러한 자리는 여러 차례 미리 가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이 협업을 만들어 나아가기 시작함을 느끼고, 또 끝내 해낼 수 있으리라는 의지를 다진다.


사전에 여러 차례 목적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눴던 코골이 디텍트 협업


2.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스프린트 플래닝


규모가 큰 협업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가장 큰 어려운 것이면서도 동시에 중요한 것은, 스프린트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아래 3가지 방법을 통해 큰 규모의 작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볼 수 있다.


2-1. 러프한 중장기 플랜 공유

상대적으로 넉넉한 타임라인 하에서 이번 협업의 엔드픽쳐(End-Picture)를 함께 그려본다. 이는 당장 눈앞의 나무뿐 아니라 그 나무들로 완성될 숲을 보는 것이 오래 달릴 수 있는 동기부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또 당장 이번 주의 목표치가 아닌 6주 남짓의 오랜 기간의 목표치로서 바라보며 정신적인 여유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2. 스프린트 단위로 끊어낸 목표 설정


이제 좀 더 작은 단위인 스프린트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나누어 목표들(마일스톤)을 설정한다. 적당히 챌린징 하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하는 만큼, 개발자들이 별도의 깊은 논의 (‘요구 조건 분석’, ‘개발 설계’ 등)를 통해 작업 스콥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다. 

준비된 기획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진행된 개발 요구조건 싱크


그 결과 이번 콜라보 작업은 아래와 같은 목표를 주차별로 나누어 진행해 보기로 했다.


2-3. 플래닝 간 적절한 버퍼 확보


마일스톤들이 생성되면, 각각에 대해 어느 정도 발생 가능한 서프라이즈들이 예상된다. 예측될 서프라이즈에 대비하여 버퍼 시간을 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제 삽을 뜨기 시작하는 스프린트일수록 버퍼를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첫 마일스톤 달성부터 실패하면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해져 내적 동기가 떨어지고, 이는 이어지는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만약 서프라이즈가 발생하지 않아서 버퍼 시간이 남게 되면 오히려 좋다. 그다음 마일스톤을 위한 작업들을 미리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QA 중에 기획/디자인 변화가 컸으나 적절한 버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위 3가지 방법들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협업 방식이지만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막상 다인원의 협업이 시작되고 나면 과한 열정과 욕심으로 인해 일단 우당탕탕 달리게 되고, 별다른 버퍼 없이 가용 리소스 가득 태스크를 빡빡하게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리 강한 내적 동기로 협업을 시작했다 할지라도 지속되는 스트레스 하에서는 금세 내적동기가 바닥나게 된다. 강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조급함 없이 여유롭게 접근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인 것이다.


3. 심리적 안정감 가득한 스프린트 운영


예측 가능한 스프린트를 시작해도 진행 간 스멀스멀 올라오는 조바심을 막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나 때문에 동료들이 피해를 보면 어떡하지?’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조바심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동료들에게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먼저 나의 힘든 마음을 공유해야 다른 동료들도 그 마음을 편히 공유할 수 있다. ‘실수해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아. 다시 시도하면 되지’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조바심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각자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편히 공유하며 함께 해결했던 모먼트들

또 흔히 이러한 조바심은 과한 책임감에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콜라보 작업은 나 혼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수행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난관에 봉착했다면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자. 맡은 도메인을 서로 바꿔볼 수도 있고, 디자인이나 기획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여기서도 변함없이 중요한 것은 다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지 기존의 플랜과 개개인의 역할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번 협업은 마침 코골이 디텍트 작업이라 서로의 코골이를 한껏 들어볼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유독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졌던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솔직하게 도움을 제 때 잘 구했다..)


4. 명확한 맺고 끊음으로 막판 스퍼트


협업 막바지가 되면 큼직한 작업들은 얼추 마무리되고, 자잘한 잔업들이 넓은 범주에 걸쳐 흩어져 있게 된다. 또한 이 시점은 모두의 에너지가 바닥날 시점인 데다가 듀데이트가 가까워졌기에 조급함이 최고조에 오를 시점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여러 차례 변경되었을 기획과 디자인으로 인해 여러 스레드들이 다소 지저분해졌을 것이다. 이를 한차례 명쾌하게 청소를 해줌으로써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부숴야 할 단위 목표를 좁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잔업 중 첫 배포에 포함시키지 않을 작업들은 간단한 싱크 이후 더 이상 쳐다보지 않기로 하며, 포함시킬 작업 중 기획 정돈이 필요한 작업들은 한 번에 모아서 정리하여 더블체크를 해준다.

이제 불필요한 번뇌에 에너지 쓸 일은 없다. 남은 단위 목표에 쏟아부으며 강렬한 막판 스퍼트를 달릴 수 있게 된다. 하루 단위로 마일스톤을 좁혀 달성해 나가면 이제 조금씩 결승 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협업 기간 동안 높은 내적 동기를 유지해 가는 과정이란, 요컨대 협업의 목적과 의미를 싱크 하여 내적 동기의 불씨를 지피고, 예측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 활활 타오르게 한 다음, 스프린트 동안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스트레스나 압박감 따위가 불을 꺼뜨리지 않게 보호하고, 작업 막바지에는 배포 범위를 명확하게 맺고 끊어줌으로써 불필요한 번뇌 없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여러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기대보다 짧은 기간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치며 


행복한 몰입으로 순식간에 두 스프린트가 지나갔다. 꼬박 한 달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정말 한 팀처럼 지내왔다. 함께 스프린트를 운영하며 콜라보 작업에 해당되지 않는 다른 작업들도 함께 합을 맞춰 진행했기에, 더욱이 한 팀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스프린트 회고를 하는데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다음 스프린트부터 따로 플래닝을 한다는 사실이 벌써 어색했다. 뭔가 회의실이 8명으로 가득 차야 될 것 같은데, 빈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모두가 비슷한 어색함을 느끼는 것도 재밌었다. 생각보다 낯설게 시작했던 첫 만남과 달리 밀도 높은 한 달을 보내고 이제는 헤어짐이 낯설게 느껴졌다.

콜라보 스프린트 마지막 회고에서 발췌


이러한 아쉬움을 가득 담은 마지막 회고를 끝으로 우리의 약속된 콜라보 협업은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확실하게 듀데이트에 맞춰 제품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운하고 상쾌하게 제품을 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협업을 하는 기간 내내 모든 멤버들이 함께 행복한 몰입을 경험했다. 


우리가 행복한 몰입을 했던 만큼, 유저들도 이번 코골이 디텍트 기능을 통해 확실한 기상에서 상쾌한 기상으로 더 확장된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알라미와 함께 행복한 아침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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