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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벌머니 박타 Apr 13. 2023

EP6. 기회가 왔는데요,

기본기가 없으면 놓쳐버려요.


손흥민 아버지의 교육 방식에 대한 인터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본인이 선수 시절에 너무 고도의 기술적인 측면에 치중하고 기본기를 소홀히 해서 선수생활로선 실패했다 느꼈기에 자식은 정반대로 가르쳤다는 글이었다. 작년에 프리미어리그에서 23점으로 공동 득점왕을 한 손흥민을 보면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크게 실감했다.  사실 기본기라고 하면 아주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인데 그런 기본을 바탕으로 해서 응용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망각하곤 한다. 그리고 결국에 축구는 몸으로 하는 것이기에 평소에 반복 훈련을 통해 몸에 익혀둔 것이 실전에서 발휘가 되지 머릿속으로만 상상한 것은 그저 어설픈 발길질이 돼버린다. 사실 그렇지 않나? 초고난이도 기술은 한 경기에서 몇 번 쓸까 말까인데 기본적인 기술은 모든 경기에 탄탄한 베이스로서 여러 번 활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ENTP인 나로서는 쉽게 흥미를 느끼고 쉽게 싫증이 나버리기 때문에 기본기를 닦는 것 같은 지루한 일을 엄청 못 견딘다. 그래서 뭘 하더라도 계속했다 포기했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을 진득하니 계속해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저력이 필요하다. 그 저력은 처마 밑에 눈이 쌓이듯 한 겹 한 겹 쌓이되 눈 깜짝할 사이에 수북이 쌓인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그 저력을 위해 조금의 시간과 노력이라도 지속적으로 밀어 넣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언어든, 악기든, 운동이든 지금 당장에 결과물이 보이길 바라는 것은 사기꾼일 뿐.. 기본기 연습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계속해서 겪고 이겨내야 비로소 유창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회사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귀찮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막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떠났다. 가다가 머지않아 수레에서 떨어지는 상자, 쓰레기들을 보면서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둘걸..'이라는 후회를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요즘에 부실공사로 인해 건물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걸 바라보자면 이런 토대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곤 한다. 재료를 아끼기 위해 콘크리트 대비 모래와 자갈의 비중을 높이고 시간과 임금을 절약하고자 콘크리트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위로만 쌓아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의외로 기본이 쉽다곤 하지만 기본을 지켜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때 축구선수를 꿈꿨던 내 동생의 엄지발톱은 항상 멍들어있거나 뽑혀있었다. 무수히 많은 슈팅과 패스연습을 통해 생긴 일종의 훈장이었을까.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해도 축구 감독은 주전을 시켜주지 않았고 계속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길 기다렸다가 경기 끝나기 7분 전에 잠시 필드를 밟아보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동생은 그 7분 동안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보기 위해 날뛰었지만, 7분이라는 시간은 무엇을 보여주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조바심도 나고 그 순간에 눈에 띌만한 현란한 기술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는데 그러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헛디뎌 실수를 할 때가 많았다.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서는 현란한 발재간이 아니라 내 두 다리가 바닥을 안정적으로 짚고 있는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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