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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리리영주 Feb 20. 2022

입춘 돌아보기

2022 군위둥글게절기살이

절기요정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싶어서 '24절기' 관련 책들을 두루 보고 있다. 그중 책[때를 알다 해를 살다]에서 '봄은 기다리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하고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들썩거렸다. 그 마음으로 올해는 나의 세계를 펼쳐낼 씨앗을 꼭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싹으로 솟아오르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그런 다짐을 하자마자, 내 안에서 '과연?' '욕심 아니야?' '능력이 돼?' 하는 검열관이 목소리가 가장 먼저 올라왔다. 정월대보름 무렵 매섭게 불던 찬바람에 다시 몸을 움츠리면서, 품었던 씨앗도 내려놓고 싶어졌다.  그때 마침, 둥글게절기살이 단톡방에서 '용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참 신기한 일이다. 말에는 정말 힘이 있다. 톡으로 오가는 말이지만, 온기가 있고 응원이 있다.

오고 가는 톡을 소리 내어 읽었던니, 내 안의 씨앗이 용기를 얻는 듯하다.


아이들과 보내는 24시간 동안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의 대부분은 '하라마라'이고 내 귀가 듣는 말은'해도 돼?'이다. 그나마 산책을 하며, '엄마의 절기 친구들은  남해에서 매화꽃을 봤대.  마당에 심은 구근들 싹이 올라왔대. 우리 동네는 어떤가 둘러보자.'하고 사람의 말을 건넨다. 엄마도 뭔가 할 말이 있어야 할 것 같은지, 금세 이리저리 둘러보며 ' 엄마 개울에 물 흐른다!' '엄마 여기 꽃봉오리!' 하며, 기꺼이 '봄소식 특파원'들이 되어준다. 아이들과 내가 이어지고, 절기 벗님들과 우리 식구들이 이어지고, 절기 벗님들 너머의 자연들과 이어지는 순간들이 일상의 큰 기쁨이고 숨통이다.


군위 매곡리 자연학교 냇가


인생이 늘 봄꽃이 환하게 핀 따스한 봄날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런 봄날이 오기 전에는 '입춘'의 시절을 지나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밤공기가 달라졌는지 달빛이 은빛에서 금빛으로 조금씩 빛깔이 달라지지만, 체감하는  칼바람은 여전하다. 지구가 황도의 입춘 지점을 지났다고 하는 지식을 체감으로는 알 수가 없고, 그저 받아들이고 믿어야 한다. 사람의 몸으로는 겨울바람이 더 강하게 느껴지지만, 땅과 공기 동식물들은 가까워진 태양을 확실하게 느끼는 걸까? 차에 벌똥이 묻어있다! 꼭 일일이 손으로 문질러야 제거가 되는 벌똥! 너무 귀찮지만, 입춘에 만나 그런지 반갑다. 벌들이 깨어났다는 소식이니, 꽃들도 차례대로 피어날 것이다. 올해도, 매화꽃, 산수유꽃, 살구꽃, 자두꽃, 복숭아꽃, 사과꽃... 맞이하며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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