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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훈 Oct 29. 2024

[주택살이] 아들과 정원에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집에는 작지만 사계절을 느끼기에 충분한 정원이 있다.

우리 집에는 작지만 사계절을 느끼기에 충분한 정원이 있다. 

사실 정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은 '미니정원'이다. 

우리 가족이 사계절을 함께 보내는 '미니정원'


2018년 무렵부터 주택에 살고 싶어 집 지을 택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회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요구조건에 맞는 택지가 나와 바로 구입을 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가며 2021년 4월 주택살이를 시작했다. 지금이 2024년 10월이니 벌써 3년 반이 흘렀다. 


나는 주택살이에 만족하는가?


나는 여전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

21년생 아들이 걷기 시작해 정원에 데리고 나가도 될 무렵부터 나와 아내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정원놀이에 할애했다. 계절변화에 따른 식물들의 변화, 피부로 느껴지는 덥고 차가운 느낌을 많이 경험했으면 했다. 당연히 아파트에 살더라도 밖에 나가서 놀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야외로 나가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에 살다 보면 그 경험이 훨씬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집안에 머무르는 중에도 외부와 연결되는 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아들과 함께한 주택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 추억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봄에는 아들과 함께 정원에 꽃을 심기도 하고 직접 키워서 먹을 수 있는 딸기도 키웠다. 딸기가 많이 나는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에 아들은 너무 신기해했고, 관찰하기 바빴다. 4월 말쯤 되어 딸기가 다 익었을 때 나와 아내는 정원으로 나가 아들이 직접 딸기를 수확하고 깨끗이 씻어 먹기까지의 과정을 추억상자에 담기 바빴다. 물로 휘휘 씻어 한입에 우물우물 먹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들은 식물을 접하는 경험이 많아서인지 식물에 관심도 많고 식물 이름도 곧 잘 외운다. 아내가 아이에게 식물 이름을 많이 알려주는 편인데, 어떨 땐 내가 모르는 식물 이름도 아이가 척척 말할 때가 있다.  
아들은 직접 심고 기른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맛있게 먹었다.



여름

많이 덥지 않은 초여름에는 물놀이를 많이 했다. 아들이 아직 어려 얕은 유아용 풀장을 구입하여 23년까지 물놀이를 했다. 코스트코에 저렴하고 괜찮은 제품들이 많아 내년에는 좀 더 깊은 풀장을 하나 장만하려고 한다. 물놀이장이 있으니 다른 친구들이 놀러 오기도 좋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옆에서 지인들과 함께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아이가 성인이 된 후, 4~5살 사이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집에서 한 물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하는 물놀이는 한여름보다는 초여름에 하는 게 좋다. 아이들은 많이 덥거나 춥거나 상관없이 그저 신나게 놀겠지만, 준비하고 놀아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한여름은 쉽지 않은 계절이다. 그리고 뒤에 산을 끼고 있는 주택이라면 모기도 무시하지 못한다. 주택에는 산모기와 함께 여름을 보내야 한다. 
여름 물놀이의 시작은 항상 집이다.



가을

가을에는 밖에서 식사하기 너무나 좋은 계절이다. 10월 초 까지 여전히 모기가 돌아다니긴 하지만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면 큰 불편 없이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다. 가을 분위기의 8할은 서늘한 바람에 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서 온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귀뚜라미, 여치,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는 매미와 개구리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숲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들은 밖에서 밥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 어린이집 졸업할 나이가 되니 꽤나 오래 앉아 있을 줄도 알아서, 엄마, 아빠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저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초가을 풀벌레소리와 함께하는 정원에서의 식사,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가족



겨울

사실, 주택에서의 겨울은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다. 그저 겨울이라는 계절을 온전히 느낄 뿐이다.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시며 뒷산의 겨울 풍경을 바라본다. 경남 양산에 살고 있어 눈이 많이 오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눈이 쌓인 날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나가서 눈을 뭉치고 작은 눈사람도 만들어 본다.

하지만 한겨울이 지나 겨울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에는 점점 아이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여러 가지 심고 싶었던 식물을 심는데, 아이는 식물 심는 과정을 많이 좋아한다. 그리고 본인이 심었던 식물은 꼭 기억한다. 따뜻한 봄이 와서 꽃을 틔우기 시작하면 하나하나 관찰하기 바쁘다. 

아침 어린이집 가기 전, 그 바쁜 와중에 꼭 꽃은 보고 간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출근 시간에 늦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하다. 
남쪽 지방의 깜짝 '눈'과 늦겨울 봄날 준비




아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새싹이 나는 것을 보거나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각 계절마다 온도, 색깔, 소리, 냄새 등이 달라짐을 느끼며 자연의 주기성을 몸으로 배운다. 여름엔 따뜻한 햇빛과 물놀이를, 겨울엔 차가운 바람과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을 통해 다양한 촉각 경험을 한다.


집에서의 활동을 실내뿐만 아니라 주택 마당으로까지 확장하면 계절에 맞는 여러 가지 신체적 활동을 늘릴 수 있다. 아이가 신체적으로 건강해짐을 느끼고 있고, 장난감 없이 스스로 놀거리를 만들 수 있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호기심이 많을 뿐더러 흙을 만지거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안정감도 매우 높은 듯하다. 



엄마, 아빠와 주택에서 함께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래도록 아들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한다.

그 기억들이 자라면서 맞닥뜨리게 될 어려움들을 힘차게 이겨낼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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