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데이
작은 일렁임은 내게 작지 않다. 굳이 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날은 “귀찮더라도 낭만적인 일을 찾아서 하는 날”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낭만은 굳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전제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생각에 파묻힐 땐 굳이 무언갈 해야 하나? 하는 것이 몸을 지배한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이 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굳이 밖을 나가야 하고 가고 싶었던 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해야 하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럴 땐 굳이? 하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한다.
생각은 양날의 검이다. 날 살게 하기도 하지만 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내던지기도 한다. 충분히 감정이 시키는 대로 내던져져야 할 때도 있지만 매번 그럴 순 없다. 해를 보고 걷고 좋아하는 것들 또 무용한 것들에 시간을 써야 한다. 오늘 난 굳이 버스를 타고 영화를 보고 가보고 싶던 카페를 가고 참새방앗간인 서점을 가 책을 샀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지인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면 비일상 그 자체였다. 굳이 나선 발걸음이 한 주를, 또 더 긴 시간을 버다 잘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하루였다.
현실은 현실이고 때때로 순응해야 한다. 난 혁명가도 뭣도 아니다. 그러니 견딤의 순간에 기꺼워야 한다.(미련하게 하진 않지만) 이성과 마음은 분열을 일으키키도 하지만 이런 날들의 누적은 그 마음들을 타협하게 한다. 그래서 또 굳이로 시작하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사사로운 것들에 목을 매고야 마는 것이 좋고 사사롭다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꽤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