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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마우지 Oct 12. 2023

가난한 고졸이 공기업까지 후편

나의 결과물

준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이력서 쓰는 것도 훈련이고 경험이다. 나는 그런 훈련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첫 직장도 사장아들 면접으로 들어갔으며 군대 또한 병사로 들어가 전문하사로 전환하여 제대로 된 이력서를 써서 취직해 본 경험이 없다. 먼저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운이 좋게도 당시 여자친구(현재 와이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인생의 최고의 은인이자 스승님이다.


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인맥과 자원은 아낌없이 사용한다. 물론 개인의 능력이 출중하면 필요 없겠지만 우리는 가난한 고졸이다 인맥을 잘 만들어 놓기 바란다. 수많은 자소서를 쓰면서 탈락도 해보고 합격도 해보며 점점 훈련되어 갔고 어느 순간부터 기계처럼 써 내려갔다. 이제는 자소서 쓰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나의 합격 경험으로는 겪었던 사실만 쓰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면접에서도 자소서 연동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 경험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돼서 긴장감을 줄일 수 있었다.


많은 도전 끝에 한 공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바보 같은 실수로 공기업 합격이 취소가 되었다. 정말 내 인생은 드라마 같은 일이 많이 발생한다. 공무원처럼 임용유예기간이 있을 줄 알고 시험을 쳤는데 최종합격 후 임용유예가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담당자분이랑 정말 오랫동안 전화통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전역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었다.


정말 많이 알아봤지만 결국은 임용취소되었다. 아쉬웠지만 좌절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꼭 이직에 성공해서 "나가서 뭐 할래? 나가면 지옥이다."라는 말을 나가서 뭐든 할 수 있다로 바꾸고 싶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한번 붙은 거 두 번은 못하겠냐는 마음으로 임하였다. 전역하고 또 많은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중 몇 군대 최종면접까지 갔었지만 다 떨어졌다. 이제는 공기업은 포기하고 사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고향인 부산은 사기업마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없었고 채용 또한 하지 않았다.


합격한 공기업에서 똑같은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전반기에 2명밖에 뽑지 않았던 공고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이미 한번 붙었던 시험이라 자신감이 넘쳤다. 자소서는 다시 썼고 시험까지 합격했다. 하지만 면접은... 자신감 넘치던 나는 없어지고 준비해 온 문장을 외울 뿐이었다. 면접질문은 전반기랑 정말 달랐다. 하지만 두 번 준비로 철저한 질문 대비를 한 덕분에 막힘없이 시원하게 시험을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내 인생 최고의 개운 함이었다.


나는 한 공기업에 두 번째 합격 통지를 받았다.


여기까지 같이 해준 와이프에게 너무 감사했다. 이 시기 나의 인적 자원은 와이프 말고는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무직인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고 격려해 준 와이프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가족과 친구 모두 최고의 지원군이지만 실질적으로 평생 같이 있어 주는 와이프가 제일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까 한다.


첫 발령지에서 재 공고의 이유와 내가 입용취소하고 어떤 분이 들어오셨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다시 들어올 수 있었으니 예비였던 분도 경사고 나도 경사가 아닐까? 그리고 재 공고의 이유는 전반기 입사자가 월급이 적다고 다른 일을 구한다고 나가버렸다고 한다... 나는 들어오고 싶었는데 세상엔 대단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로서 가난한 고졸이 공기업 취업을 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지금은 그 공기업을 계속 다니며 내 집마련의 꿈을 가지고 살고 있다.

나는 항상 다음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처음은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였고 다음으로

차를 사고 싶다라던가 돈을 얼마까지 모으고 싶다던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산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그게 허황된 꿈이라도 내 삶에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서이다.

모두들 로또 당첨되면 뭐 할래?라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나의 수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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