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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Jun 25. 2024

악마 이야기

바이블 소설/악마의 시작과 끝

어이, 친구들~ 음...먼저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는 게 좋겠지.


대부분 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물론 무지해서 나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도 있겠지.

나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

인간들은 나를 악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사탄, 마귀 또는 루시퍼라고 부르기도 해.

사람들은 나의 존재에 대해 상당히 호기심을 갖고 있지.

호기심이 과도하다 못해 내 모습을 자신들의 상상대로 우스꽝스럽게, 또는 괴기스럽게 표현해 놓았지. 덕분에 한 동안 내 존재에 대해 과도한 허위 망상적인 표현들을 지켜보는 시간들이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어. 훗날, 내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그들이 뒤로 나자빠질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야. 어찌됐든 내가 인간들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던, 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든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어떻게 하면 갈라 놓느냐이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끊어놓는 것! 그것이 내 존재 이유이자 나의 사명이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에 왜 목숨을 거냐고?

음~ 그 얘기를 하려면 천지창조 그 이전의 세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흐음~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얘기를 하는 것을 그렇게 즐겨하진 않아.

왜냐구? 그곳에 뼈에 사무치도록 아픈 기억이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지.

물론 그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또 내가 완전한 존재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다 누리기도 한 시간들이기도 하지.

그런데 왜 그 얘기를 즐겨하지 않냐고?

그건, 그 아름다운 곳에서 내가 쫓겨났기 때문이야.

쫓겨났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지.

뼈저리게 가고 싶지만 갈 수 없어서 느껴야 하는 고통을 너희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곳이 어딘지 알고 싶다구?

흔히들 그곳을 천국, 또는 하나님 나라라고 부르지.     

 

놀라기는?!

왜? 내가 천국에 있었다고 하니까 믿기지가 않는가 보군!

그럴 수도 있지. 사실 너희들이 예측하거나 상상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은 천국과는 거리가 멀 테니까 말이야. 너희들의 예측을 깨서 미안하지만 내 고향은 천국이었다네. 나도 가끔씩은 감상에 젖어 향수병으로 앓아 누워 그곳을 그리워 할 때가 있지. 그곳에 대해 알고 싶다고? 흐음~ 좀 고민이 되는군! 행여나 내가 나의 고향, 천국에 대해 얘기하면 자네들에게 그곳에 가고 싶은 소망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는군.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도 감성이 충만한 날이니 나의 고향에 대해 얘기해주겠네. 한 번 더 당부하지만 행여나 천국에 대한 소망은 갖지 말기를 부탁하네.     


 나의 고향 천국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면 반드시 성경에 대해 얘기하고 넘어가야 돼!

그래서 오늘은 내가 성경에 대해 좀 얘기해보려고 하네!

다른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지만 오늘은 특별히 나의 감성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어서 주체할 수 없구만! 그러니 오늘만 특별히 나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테니 귀를 쫑끗 세우고 잘 듣게나. 오늘 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 꼭 잡으라고! 자네들이 나의 친구니 이런 충고를 하는 것일세.


 자네들, 혹시 성경의 첫 문장을 기억하는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 1:1)     


성경은 시작부터 이 천지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다네.


그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말, 그건 나도 인정해주지.

6일간에 걸쳐서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 여기는 그 천지창조! 나도 인정해!

그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세계를 아름답게 창조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이는 오직 전능함을 뽐내고 싶어 환장하는 하나님 한분뿐이라는 거, 그것도 인정해주지!


그런데 말이야.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가 빠졌단 말이야.

천지를 창조하기 전에 이곳에 먼저 온 이가 있었단 말야.


그게 누구였나고?


그게 바로 나야.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그거야,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성경 속에 답이 있다네.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나?

성경을 말하지 않고는 내가 태어난 천국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고?

성경을 어떻게 믿냐고? 흐음~ 아주 좋은 자세군!

그런 바람직한 자세는 자네들이 나의 왕국에 들어올 때까지 반드시 유지하기 바라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네들이 믿든 믿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성경을 말해야 한다네. 성경만이 나의 존재를 아주 명확하게 얘기해 줄 수 있기 때문이지. 나에 대해 알려주는 방법이 성경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만, 그래도 방법은 없다네.      

 자,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 세상에 먼저 온 자가 나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듣게나.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창1: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 거 같나?

자네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자면 형태도 없고 텅 비어 있는 황무지를 상상하면 될 거야.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황무지 말이야. 그런 황무지에 흑암이 있었다네. 그 흑암, 칠흑같은 어두움이 바로 나일세.


왜, 나를 어두움이라고 부르냐고?


음, 그건 바로 내가 죽음의 시작이기 때문이지.


죽음의 시작이라면 내가 죽음을 만든거냐고?


큭큭큭큭~ 죽음은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네.

곧 창조의 영역이 아니란 뜻이지.

쉽게 말하자면 죽음은 하나님과 끊어지는 거라네.

끊어지는 순간, 나타나는 존재가 바로 죽음이라네.

내가 나의 고향이었던 하나님 나라에서 내쳐져서 이 땅위로 쫓겨났을 때, 이미 죽음이 임한 거라네. 하나님 나라에서 쫓겨난 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나니까, 그러니까 바로 내가 죽음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지.


생명의 원천이 하나님이라는 거, 자네들은 아는가?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거, 내 입으로 말하기는 싫지만 그 사실을 말해야 나, 곧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군. 생명의 원천인 하나님과 끊어지면 더 이상 생명을 공급받을 수 없지. 그래서 죽음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임하는 것이라네. 하나님 나라에서 쫓겨난 후, 난 하나님과 끊어졌다네. 그 분과 함께 있다면 죽음은 아예 없는 거지. 그래서 불행하게도 생명과 죽음은 공존할 수가 없다네. 어찌됐든 나는 하나님과 끊어진 후, 자연스럽게 죽음, 다른 말로 흑암이라 불리워졌지. 하나님 나라에서 쫓겨나 황무지 같은 이 땅에 외롭고 고독하게 버려졌다네. 그 시간이 얼마나 두려움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는지 자네들은 상상도 못할 거야. 아, 물론 나를 따랐던 내 친구들이 함께였지만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그 녀석들은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녀석들이라네. 지금은 내 앞에서 나를 왕처럼 떠받들고 경배하지만 언젠가 하나님을 배신한 것처럼 나를 배신할지 모르는 녀석들이라 하루라도 내가 발 뻗고 누워 있을 수 없다네. 미카엘이나 가브리엘 같은 믿을 만한 녀석들이 내 수하에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그 녀석들은 하나님이라면 목숨을 걸고 충성할 놈들이라 하나님 보좌를 함께 찬탈하자고 그렇게 꼬셔대도 끄덕도 안하더군! 오히려 나를 잡아먹을 듯이 성을 내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주눅까지 들었지 뭔가? 특히 전쟁을 관장하는 미가엘 녀석의 눈빛 앞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떨리더군. 참, 재수 없는 녀석들이야.


이쯤에서 눈치 빠른 친구들은 눈치 챘겠지?

내가 미카엘과 가브리엘과 친구였다는 걸 말이야.     

그래. 나는 나의 고향, 천국에서 흑암, 즉 죽음이 아니었다네.

나의 이름은 루시엘이었다네.

그 이름이 성경 속에 나와 있냐고?

아니, 나와 있지 않다네.


성경에 내 이름 석 자라도 나와 있으면 나야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살아갔겠지.

하지만 나는 호적에서 제명당한 자식처럼, 그 나라의 이야기를 증거하고 있는 성경 속에 이름 석 자 올려주지 않더군. 솔직히 엄청 서운했다네. 그렇다고 내 얘기가 완전히 빠져 있지는 않아. 비유를 통해 이야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하나님께서 곳곳에 나의 이야기를 많이도 해놓으셨더구만! 아, 물론 내가 듣기에 거북한 얘기로 가득하지만 말야. 솔직히 치부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걸 좋아하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비유로 된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더군. 성경 속에 기록된 얘기가 내 이야기인줄 모르고 그냥 건성건성 읽어 내려가는 아둔한 자들, 그들 때문에 내가 많은 위로를 받는다네. 지금 내 얘기를 경청하는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이기를 바라네.      


 다시 나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천사였다네. 그것도 천사장이었지. 천사장은 총 세명이었지. 찬양을 담당하는 천사장, 나, 루시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천사장, 가브리엘. 그리고 아까 잠시 언급했던 하늘의 전쟁을 담당하는 천사장, 미가엘.

다, 나의 친구들이지. 그 녀석들도 뛰어나고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름다웠지.

자, 지금부터 자네들이 동원할 수 있는 상상력을 총 동원해보게.

혹시 천국에 열두 가지 보석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나? 그 중 열 가지 보석으로 꾸며진 것이 나였다네. 완전한 아름다움으로 인(印) 쳐진 자, 그것이 바로 나였다네. 그것을 성경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지.     


 “인자야 두로 왕을 위하여 슬픈 노래를 지어 그에게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너는 완전한 인이었고, 지혜가 충족하며 온전히 아름다웠도다.

네가 옛적에 하나님의 동산 에덴에 있어서 각종 보석 곧 홍보석과 황보석과 금강석과 황옥과 홍마노와 창옥과 청보석과 남보석과 홍옥과 황금으로 단장하였음이여 네가 지음을 받던 날에 너를 위하여 소고와 비파가 준비되었도다.”(겔28:12~13)     


그래 이게 내 모습이었어.

완전한 아름다움!

열 가지 보석으로 단장돼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

소고와 비파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  

천천이요 만만인 헤아릴 수 없는 천사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지.


그렇게 시작됐어. 나의 반역은.


나도 하나님처럼 찬양받고 경배 받고 싶다.


나의 아름다움은 완벽하지 않은가?


내가 하나님보다 못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찬양받기 합당하다.


솔직히 나는 반역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네.

이건 반역이 아니지.

하나님의 자리, 그 보좌가 바로 내 꺼라네!      

난, 나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사랑했지.

나의 아름다움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곳!

그곳은 딱 하나라고 생각했어.

바로! 하나님의 보좌!

그래서 결심했지.      


 "하나님 보좌에 앉으리라. 하나님같이 되리라"



만만이요 천천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천사들의 삼분의 일이 나를 따랐다네.

다들 나와 비슷한 자들이었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어 하는 자들. 그래서 하나님같이 되고 싶어 하는 자들. 하나님의 보좌에 앉아 왕 노릇하고 싶어 하던 자들! 그렇게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전지하신 하나님이 어느 새 나와 내 수하들의 마음을 알아버렸지 뭔가? 참, 재수 없지 뭐야? 아름답고 완전한 존재인 나에게 합당한 자치를 내가 차지하겠다는데 그것이 뭐가 그리 큰 죄라고?  

    

난, 뉘우칠 생각이 전혀 없다네!


왜? 난, 아직도 내가 완전한 존재로 하나님 보좌에 마땅히 앉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 그 마음을 품고 반역을 일으켰다는 죄로 나는 나의 고향, 아름다운 나라 천국에서 쫓겨난 거라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마음속에 분을 품은 이유가 또 있는데 그게 뭔지 아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내가 종의 신분이라는 걸세. 하나님이 한번 인치면 그건 변하지 않는 법령이 된다네. 난, 영원히 종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였다네. 하나님께 항변해봤냐고? 흥~ 이미 뻔한 답변은 준비돼 있다네. 금그릇으로 만들든 질그릇으로 만들든 토기장이 맘이 아니냐라는 대답! 딱히 반기를 들 수 없는 말이라서 더 짜증이 나는 대답이지.


특히,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후사들을 섬기는 거였어.

내가 보기에 정녕 볼품없고 못생긴 너희 인간들 말이야.

그런데 그 인간을 하나님이 너무 사랑해서 양자로 들여 왕권을 물려준다는 게 말이 되냐구?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지!     

난, 나의 창조주이자 왕이시자, 아버지이신 그 분을 경멸하고 증오한다네. 조롱할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마음이 있다네. 하지만 그 분을 가까이 할 생각은 전혀 없다네. 아직도 그 분 앞에만 서면 불에 타는 형벌이 생각나서 오금이 저려오는군. 그렇다고 나의 분노와 복수를 포기하진 않았다네. 나는 여전히 반역을 꿈꾸고 있지.     

그런데 이게 웬일, 아니 웬떡인가?

그디어 나에게 복수의 기회가 왔지 뭔가?     


<복수의 서막>     


황무지같이 공허한 이 땅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것도 고마운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턱하니 만들어 놓으셨지 뭐야? 그것도 흙으로 말야.

그 보잘 것 없는 흙으로 만든 존재에게 하나님의 생령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 줄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참, 하나님이 기발한 건 인정한다니까.

그 생령들은 내가 하나님 나라에 있을 때부터 이미 택정된 자들이었어.

그런데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더군.

그 보잘 것 없는 인간들에게 모든 것을 다스릴 권리를 주다니! 심지어 그 다스릴 존재에 나까지 포함시켰다니 참, 기함을 토할 일이지 뭔가?


자네 같으면 나처럼 완전한 인이었고 완전한 아름다움이었던 자가 저 보잘 것 없는 인간에게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겨우 이러려고 나를 종으로 부르고, 후사를 섬기라는 사명을 부여해 준거란 말인가? 이러니 내가 반역하지 않고 어떻게 버티겠는가?      


 나는 진정, 질투했다네. 아담이라고 불리는 그 인간을!

 

나의 분노가 하늘에 닿기를 바라며 나는 지축을 흔들어 대며 울부짖었다네.

하지만 하나님, 그 작자는 끄덕도 안하더군! 그래서 결심했지!     

 

“당신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인간을 나와 같이 만들리라. 당신에게 반역하고 당신의 보좌를 찬탈하게 만들리라. 그래서 당신을 그토록 기쁘게 하며 가슴 설레게 만드는 그 인간들로 하여금 당신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리라. 큭큭큭큭”     


이것이 새롭게 시작된 나의 복수의 서막이라네. 하나님 형상을 따라 만든 그 존재들을 조롱하고 경멸하는 것! 그래서 그 조롱과 경멸이 하나님을 향하게 하는 것!

그렇게 보이지 않던 하나님 나라에서 시작됐던 나의 음모와 반역은 이제 인간들을 미혹함으로 보이는 세계에서 똑같이 나타나게 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이자 비전이라네. 말하다 보니까 괜히 으스대고 싶어지는 군.    

 

 “난, 죽음의 창시자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의 권세가 나에게 있다. 그러니 나를 두려워해라! 너희 인간들이여. 내 앞에 무릎 꿇고 나를 경배하고 찬양하라. 내가 너희를 죽음으로 인도하리라! 크크큭큭~”     

 

나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네.

바로 죽음의 왕국을 건설하는 거지! 하나님 나라가 생명의 왕국이고, 생명의 왕이라면 나의 나라는 죽음의 왕국이고, 그 죽음의 왕은 바로 나지! 나는 확신한다네!

나의 나라, 죽음의 왕국에 어마어마한 부흥이 있을 거라는 걸! 그 부흥으로 인해 나를 찬양하는 찬미소리가 높아지고, 내 앞에 모두 무릎 꿇으리라는 것을! 할레루야일세!          

<최초의 살인, 선악과 사건>     


나의 위대한 죽음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또 나의 복수를 위해, 내가 처음으로 계획한 일이 뭔지 아나? 그건 바로 인간들을 미혹하는 일이야. 난, 우선 아담과 하와, 두 인간을 관찰해보았다네. 누구를 먼저 미혹하는 것이 전략적일까? 나의 지혜를 총 동원하기 시작했지. 아, 난 정말 나의 놀라운 지혜에 감탄하고 말았다네. 왜냐? 하와를 먼저 미혹하는 전략을 생각했으니까! 하와를 미혹하면 사랑에 눈 먼 아담은 자연스럽게 딸려오게 돼 있지! 그 아담이라는 놈은 하나님 말씀에는 귀를 종긋 세우고 들어도 내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은 아예 안하고 오히려 나를 다스리려고 하고 있지. 그것이 하나님의 명령이니까 충성되게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래서 그런지 나와는 아예 말도 섞지 않으려 한다네. 하지만 자신의 뼈요 살이라고 생각하는 하와의 말에는 아주 세밀한 음성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내가 알지. 게다가 하와를 향해 미소를 지을 때 표정을 보면, 정말 토악질이 날 정도로 하나님과 닮아있더군. 어찌됐든 나는 나의 기막힌 전략을 실행할 생각이라네.      

 자, 이제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이밍이 왔군. 하와가 아담과 떨어져 혼자가 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아담이 옆에 있으면 방해할 것이 분명하니까 하와가 혼자되었을 때 소리 없이 다가가 은밀한 목소리로 유혹하는 것이 딱 맞는 전략이었다네.

이 전략에 딱 맞는 나의 충성된 부하, 옛뱀을 보내기로 했다네.

그의 혀는 두 갈래로 갈라져, 한 입 갖고 두 말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자지.

바로 거짓말 말일세!

역시 나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순전한 하와에게 나의 아름다운 옛뱀이 말을 걸었을 때 하와는 순순히 응하던군. 하긴 부드럽고 달콤한 속사임으로 말을 걸었으니 누구인들 거절할 수 있겠나?      


그녀의 맑은 눈을 보니, 참으로 아름답더군.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보니 참으로 어여쁘더군.

그래서 더 탐이 났지! 나는 결심했다네. 아름답고 맑은 그녀의 눈을 혼탁하게 만들겠다고! 그녀의 입술에서 미소를 앗아가 버리겠다고! 그리고 그녀를 나의 신부, 나의 백성, 나의 종으로 삼겠다고!  

   

그렇게 최초의 살인사건이 시작된 거라네. 아주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었지.

이것이 왜 최초의 살인사건이냐고? 최초의 살인 사건은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사건 아니냐고? 큭큭큭, 어리석은 자들이군! 아까 내가 뭐라고 말했는가? 하나님과 분리되는 것이 곧 죽음을 맞이하는 거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 곧, 하나님과 인간을 분리시킬 기막히게 멋진 살인을 소개할테니 기다려보게.   

  

나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아담에게 하는 기막힌 얘기를 듣게 된 거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제외한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는 먹어도 된단다. 하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거라. 만약 그것을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된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한번 내뱉은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이제 드디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묘략을 찾아내는 순간이었다네.  그건, 바로 선악과를 따먹게 만들면 되는 일!

아담의 표정을 보니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 판에 새기고 있더군. 그래서 아까도 말했지만 아담을 유혹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걸 알고 하와를 노린 거라네.

하와는 너무도 순순히 옛뱀의 유혹에 걸려 넘어갔다네. 그것도 말 몇 마디로 말일세.     


“정말 하나님께서 동산의 어떤 나무의 열매도 먹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니?”     

옛뱀이 하와를 유혹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지.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먹을 수 있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하셨어.”     


하와가 의심도 없이 대답하더군.     


“으음~ 왜 모든 열매는 먹을 수 있는데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만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 하셨을까?”     


“으음~ 그건... 그걸 만지면 아마 죽게 될 거야.”

    

옛 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드디어 걸려들었다고 말이야.

그래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하와에게 바로 대답했지.   

  

“아니! 결코 죽지 않아.”   

  

하와가 결코 죽지 않는 다는 말에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옛뱀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숨죽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네.      


“결코 죽지 않는다고?”   

  

“그래. 오히려 그것을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같이 될 거야.”    

 

“하나님같이 된다고?”     


“그래! 하나님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될 걸. 하나님은 너희가 하나님같이 되는 게 싫으셔서 못 먹게 하는 거야.”

     

“하나님은 왜 우리가 하나님같이 되는 걸, 싫어하시는데?”   

  

“내 말이 바로 그거야. 너, 하나님처럼 되고 싶지 않아?”  

   

“나도 하나님처럼 되고 싶어! 정말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이 열매가 먹음직스럽고 탐스럽다. 정말 이걸 먹으면 하나님처럼 지혜로워질 거 같아.”   

  

그 말에 바로 반응하며 하와는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바라보았지.     

 

‘큭큭큭, 하와! 그걸 먹으면 하나님처럼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지혜로워지는 거란 말이야. 그걸 먹는 순간 실제로 네 눈은 밝아질거야. 그 밝아진 눈으로 비춰지는 너의 세상은 수치스럽고 또 너는 다른 사람의 죄를 판단하고 정죄하고 더 나아가 심판할 수 있는 자리에까지 가는 거지. 심판의 주권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는 생각은 이쯤에서 완전히 집어 던져버리라구. 그렇게 너는 하나님의 통치권 아래서 벗어나고 나의 통치 아래 들어오게 되는 거지. 이걸 계기로 넌 더 이상 하나님의 자녀도 아니고 하나님의 백성도 아니야. 쉽게 말하면 넌, 나의 신부, 나의 종, 나의 백성이 되는 거지!’

     

하와의 눈을 바라보니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으로 이글거리며 빛나고 있었지.

이미 하와의 마음은 하나님의 보좌에 앉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다네!

바로 나처럼 말이야. 하와는 망설이지 않고 나무의 열매를 따서 먹었다네. 그때 하와 곁으로 다가오던 아담이 그 모습을 보게 되었지.     


“하와, 뭐하는 거야?”   

  

“나의 남편. 당신도 이걸 먹어요. 이걸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될 수 있어요.”     

순간 아담의 눈빛에 스쳐지나가는 절망을 나는 보았다네.

그리고 그 절망은 곧 분노의 눈빛으로 바뀌었지. 아담은 하와가 누구의 꼬임에 넘어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네.     

 

‘악하고 교활할 놈! 옛뱀의 짓이군!’   

  

아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자, 이제 아담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네.

아담은 한참동안, 죄로 물든 하와의 눈빛을 바라보더군.

아담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 같았어.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 나의 아내를 이대로 홀로 죽게 놔 둘 수는 없어. 당신은 나의 뼈, 나의 살, 나의 순전한 비둘기. 내가 당신과 함께 하리다. 그것이 비록 죽음일지라도!’     

사랑바보인 아담은 아내가 건네주는 열매를 받아들더니 이내 한 입 베어 물더군!     

부라보~ 역시 나는 지혜로운 자야. 사랑에 눈먼 아담이 하와를 따라 이런 선택을 할 거라 확신했지. 큭큭큭 멍청한 놈이지! 자, 이제 죄로 물들어가는 아담의 눈빛을 지켜보는 쾌감을 맘껏 누려야 할 때가 됐군!     

아담이 선악과를 입에 베어물고 서걱거리며 씹어 먹는 소리는 마치 나에게 아름다운 연주곡으로 들리더군.      


“자, 이제 곧 그들의 눈이 밝아지겠군! 자, 이제 자신들이 얼마나 못생기고 수치스러운 존재인지 자각하는 시간이 다가왔군!”

    

역시 내 예상대로였지.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너무 당황하더군. 그 동안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운 지 자신들의 실체를 보자마자 무화가 잎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는 꼴이라니! 큭큭큭~ 그런다고 그 부끄러운 모습이 가려지냐고!

그때 바람이 불더군! 그리고 하나님이 나타나신 거지.     

자, 이제 내가 할 일은 시치미를 떼고 지켜보는 일이지.     

하나님이 찾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을 피해서 동산 나무에 숨어버리더군. 역시 어리석은 인간들이야. 그런다고 하나님이 찾지 못하겠냐 말이야.     

     

“아담아, 네가 여기 있느냐?”     


“네. 제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벌거벗은 것이 두려워 숨었습니다.”    

 

“누가 네게 벌거벗었다는 것을 말해 주었느냐? 내가 먹지 말라고 네게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     


“하나님께서 함께 하라고 제게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제게 주어서 제가 먹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그래, 그렇게 서로에게 핑계를 대고 떠 넘겨.

그래야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지.     

그러자 하나님이 바로 여자에게 물었지.

     

“네가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질렀니?”     


“옛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먹었습니다.”  

   

오 마이 갓!

서로에게 떠넘기는 건 좋은데 거기에 옛뱀이 한 일을 말하면 어떡하니?

그런데 이미 하나님은 옛뱀의 모든 죄를 알고 계신 듯했어.

하긴, 전지하신 하나님이 모르실 것이 없지만 말 그대로 천하에 낱낱이 죄가 드러나고 말았지 뭔가? 마음에서 지은 죄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게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데 어리석은 인간들 입술을 통해 증거가 나타나 버리니 참으로 죄를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됐지 뭔가?     

아무래도 내가 하나님이 던진 미끼에 걸려든 것 같아서 상당히 기분이 안 좋더군.

하나님한테 이제 심판을 할 명분이 생겼으니 말야.

지금까지는 내가 하나님의 보좌를 탐한 죄가 드러날 일이 없었는데 선악과 사건 때문에 이제 나의 죄까지 드러날 판이 됐으니 참으로 황망하더군.

아, 공의의 하나님이니 어쩌지 이따위 소리 듣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상황이 돼 버린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승리했다네. 결국 내계획 대로 됐지. 내가 하나님 나라, 천국에서 죄를 짓고 쫓겨났듯이 인간들도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 뭔가? 나는 복수를 통해 핏빛의 승전고를 올렸다네.

완벽한 하나님과 인간의 분리! 결국 인간들도 나처럼 죽음의 왕국에 입성하게 된 거지. 덕분에 나의 천하가 시작됐다네.


“나의 백성들아, 나를 경배하라. 그러면 내가 이 세상을 죄악으로 만연하게 하리라.”


 자, 이제 이 세상의 왕은 내가 됐다네.

인간의 죄로 인해 이 세상은 나의 것이 됐다네. 하나님이 인간에게 다스리라고 명령하신 그 권리가 내게로 이양된 것이지. 아, 그건 나의 탁월하고 논리적인 언변덕분에 찾아올 수 있는 권리였다네. 나는 죄를 범한 인간들이 더 이상 하나님 소유가 아니라 나의 소유가 되었음을 선포했다네. 내가 그들의 아비이자 왕이라고 말일세.

나의 참소를 듣고 계시던 하나님이 당황하는 듯 보였다네. 아, 물론 그 모습이 나의 착각일 수 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네.

그때 내가 강력하게 말했던 것은 하나님을 반역한 인간의 죄에 대해서였다네. 하나님께서 내가 천국에서 보좌를 차지하기 위해 반역을 일으키고 그 반역이 실패하자 나에게 불에 타는 뜨거움과 함께 땅으로 내리꽂으셨던 그 때의 기억들을 상기시켰지. 그리고 나의 의견을 주장했다네. 나에게 벌을 내린 것처럼 인간들에게도 심판하시라고!     

결국 인간은 에덴에서 쫓겨났고, 거기다 더 큰 징벌을 받게 됐지.

인간은 땀을 흘리는 수고로움과 함께 아무리 수고롭게 일을 해도 더 이상 에덴동산에서 맛보았던 과실의 열매를 먹을 수 없었다네. 땅은 엉겅퀴와 가시나무로 가득했다네. 게다가 인간의 죄는 대물림이 시작됐다네. 죄 사함을 받을 수 없는 인간에게서 난 자손들은 결국 죄의 DNA를 갖고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네. 고로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죄인이었다네.

결국 그 죄를 씻을 수 있는 것은 죄가 없는 인간이어야 했지.

큭큭큭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러일으켰다네.

인간의 죄를 사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고로 인간은 죄에서 구원받을 수 없다.

그러기에 인간은 영원히 나의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의 통치자라네. 나는 이 세상의 아비라네. 나는 이 세상의 왕이라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회의가 열렸다네. 나의 부하들을 불러 모았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나의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 긴급하게 불러 모았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그들의 삶은 피폐해졌다네. 과즙의 달콤함은 사라졌고 아무리 열심히 땀을 흘리고 일을 해도 땅에서는 엉겅퀴와 가시나무만 가득했지. 에덴동산에서의 풍요로움은 사라졌다네. 마치 내가 천국에서 버림받아 땅에 내리꽂혔을 때 바로 그때처럼 말일세. 우린 또 하나님의 저주에 걸려든거라네. 전능자인 그는 자신의 보좌를 탐한 죄의 댓가라고 합리화하겠지만 내가 볼 때 그는 사랑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위선자에 불과하다네. 우리를 사랑했다면 의당 우리에게 보좌를 넘겼어야 맞는 것이 아닌가?      

어찌됐던 인간들의 불만과 원망은 나를 향해 쏟아졌다네. 선악과를 먹으면 결코 죽지 않을 거라는 나의 거짓말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 거지. 이제 그들은 나를 닮아 참으로 지혜롭더군. 선악을 분별할 줄 알고, 판단할 줄도 알며, 또 그 판단으로 비난의 잣대를 상대방에게 들이밀기도 하더군. 역시 내 백성들답더군.

그나저나 이대로 방치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었다네. 더구나 내 백성들 틈에 하나님과 은밀히 교제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네. 그들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께 구원을 간구하는 자들이지. 다시 하나님이 계신 에덴으로 자신들을 소환해달라고 구하고 있더군. 그들이 하는 짓거리들은 마치 전염병 같아서 급속도로 나의 백성들을 잠식해버릴지도 모른다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세. 만약 그들의 기도를 듣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존재 자체이신 하나님이 그들에게 긍휼을 베푼다면 어쩌면 내가 어렵게 세운 나의 왕국은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네. 내 백성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네.     

하늘에서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의 하나님이 천상의 회의를 하듯 우리도 은밀히 지옥의 회의를 열었다네. 이 회의를 통해 한 가지 지혜로운 방안을 찾아냈지.

그 방안은 바로 그들에게 새로운 천국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네. 아, 당연히 그건 거짓말이었다네. 천국은 내 나라가 아니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네. 할 수만 있다면 천국을 차지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이미 전쟁에서 패배함으로 하나님의 전능한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었다네. 결국 요점은 하나! 우리는 하나님을 이길 수 없다는 거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나님을 유일하게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인간을 이용하면 되는 거지. 지속적으로 그들을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 힘든 현실에게 그들은 당연히 아름다웠던 에덴을 그리워하고, 하나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었지. 하긴 나도 인간들과 똑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네. 그들이 에덴동산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에덴을 꿈꾸도록 만들어 주는 것! 아, 물론 새로운 에덴은 가짜지! 당연한 거 아닌가?

    

난, 지혜의 신이라네.

그래서 우리는 가짜 천국을 만들어주기로 했지.


가짜 천국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에덴동산을 만들었을 때를 모방하기로 했지.

에덴동산 동산지기로 아담을 세웠듯이 우리도 지금 나의 왕국에 동산지기로 그들을 세우기로 했다네. 그리고 하나님이 선악과를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법령을 세운것처럼 우리도 법령을 만들기로 했다네. 그건 바로 우상을 만드는 것이라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게 만드는 것! 그 신을 믿으면 천국 간다는 믿음을 강력하게 부어줄 생각이라네. 그들은 그 우상을 믿으며 일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네. 이왕이면 많은 신들을 만들면 될 거 같군. 그래야 어디를 가든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길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들이 하나님을 만날 기회는 영영 멀어지고 그들의 육신이 다하는 날, 그들의 영혼은 영원한 죽음이 있는 나의 나라, 지옥으로 함께 떨어지는 것이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전략이라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거짓말을 시작해야겠군.     


우선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토대로 신을 만들어야겠군.

확실하게 나의 백성들을 나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나를 주인님으로 섬기게 해야겠군. 인간들은 풍요로움에 약하니까 주인님을 잘 섬기기만 하면 풍요로움을 주겠다고 믿게 만들면 되겠고.


그의 이름은 바알~ 바알이여 가라. 가서 인간들로 하여금 너를 주인으로 떠받들고 너를 찬양하게 하라.


또 탐욕으로 이 땅의 것들에 집착하게 만들고 쌓아올리게 만드는데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어야겠군.


나의 부하, 마몬이여! 가라. 가서 금은보석으로 그들의 눈을 멀게 하라.


그밖에 잡다한 신들도 만들어야겠어.


온갖 신들의 이야기, 신화로 이 땅을 전파하라.

 

그 신들의 이야기에 인간들이 더 이상 하나님을 보지 못하게 하라.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자들로 더 죄가 팽배하게 하라.     


하나님을 떠난 죽음을 맞이한 원죄를 덮고 절대로 그 죄가 그들 앞에 보이지 말게 하라. 

인간들을 더욱 칭송하고 찬양하여 그들 자신이 신이 되게 하라.


교만의 끝자락에서 그들이 신이 되었을 때 그들에게 내가 죽음으로 화답하리라.


모든 것이 허망하고, 고독하며 절대적인 외로움에서 치가 떨리는 고통이 무엇인지 내가 알게 하리라. 구원이 없는 반복되는 고통의 나락에서 어두침침하고 음습하며 타는 갈증으로 혀가 갈라져 물 한 방울이라고 혀끝에 닿으면 살 거 같은 갈망으로 그들을 더 목마르게 하리라.     

나는 지옥의 왕! 어서 오라! 나와 함께 가자! 사랑하는 너희여! 그곳으로 내가 너희를 인도하리라.     


<메시아, 그 자가 왔다>     


나를 근심과 염려와 고통가운데 잠 못 이루게 하는 자!

하나님의 선지자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인간들을 나에게서 구원해 빼내가겠다고 말하던 자!

그 좋은 소식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의 목을 베고 불에 태워 화형을 시키고 씨를 말려 죽이려고 애를 써도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던 예언!

그 구원자가 드디어 이 땅에 나타났다네.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빌어 성령으로 잉태된 자!

인간의 원죄의 DNA를 거부하고 죄가 없이 태어난 완벽한 인간이자 전능한 신의 유일한 독생자! 그가 왔다네.     

인간이 죄를 범하기 전부터 그는 이미 있었고, 전능하신 하나님으로 나으심을 입은 독생하신 하나님의 아들! 재수 없는 자! 미치도록 죽이고 싶은 자! 그 자가 볼품없는 인간의 육신을 옷 입고 이 땅 가운데 찾아왔다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나는 혼란스러웠지.

     

‘도대체 왜 온 거지? 이 세상의 왕은 나인데, 설마 나의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서 온 것인가?’     


괴롭고 괴로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지. 미치도록 숱한 밤을 잠 못 이루며 두려움에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도록 떨려왔다네. 단 하루도 술에 취하지 않고는 잠 못 이루는 밤!

나를 경배하는 인간들의 육신 안에 거하며 세상의 정사과 권세를 잡고 인간들을 통치하며 잘 살아왔는데 그가 나타남으로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네.   

  

‘전쟁의 선포인가? 그의 선제공격인가?’

     

저렇게 작고 여리디 여린 인간의 육신을 힘입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연한 순처럼 저렇게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라면 내가 저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대체 왜?      


오랜 고심 끝에 나는 결심했다네.


자칭 메시아라 하는 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 싹을 죽여 버리기로.


나의 세상의 군왕인 헤롯을 통해 유대인의 왕이라 칭하는 자를 죽이라 명했다네. 하지만 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천군천사들이 어린 아이를 호위했고, 죽음의 권세로부터 보호했지.


아, 죽음조차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온 절망감이 나를 분노케 했다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 애굽의 왕 노릇하던 나에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도전장을 내밀더군. 개박살 났던 그 때를 생각하니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군. 그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내가 애굽에 배치해 놓은 모든 신들을 죽여 버렸지. 나일강을 피로 가득 물들인 첫 번째 재앙을 통해 나의 생명줄을 막았다네. 풍요로운 나의 나일강은 죽음을 맞이했고, 나일강 덕분에 경배를 받던 나일의 수호신과 나일의 악한 영과 나일의 지하세계의 신마저 무너졌지.

하지만 나는 그따위로 패배를 인정하기 싫었다네. 그러자 두 번째 개구리 재앙을 내리더군. 죽음과 심판의 강으로 변해버린 나일강에서 튀어나온 부활한 신들이었지. 그 부활의 신들이 결국 하나님께서 부여해주신 모세의 지팡이의 권능과 말씀 선포로 죽음을 맞이했다네. 나는 그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통탄을 금하지 못했다네. 내 마음에는 비통함의 무게만큼이나 큰 분노가 치솟았지. 절대로 이스라엘 백성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네. 그러자 셋째 재앙이 임했다네. 땅의 모든 티끌 들이 이가 되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네. 나의 백성과 가축들에게 이가 생기고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주었다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가운데 나는 일단 화해의 손을 내밀었지.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주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다음날, 내 마음은 또 바뀌었다네. 나의 백성과 이스라엘 백성을 구별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 이스라엘 백성도 나의 것이니까, 게다가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라 할지라도 나는 하나님께 그의 백성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네.

그러자 넷째 파리재앙이 임하더군. 파리로 말미암아 나의 땅은 황폐해졌지.

아, 괴로워서 더 이상 말하기가 싫어지는 군.

나는 그때 받았던 재앙을 일일이 열거하기 싫다네. 그 후로도 나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나갔고 악성 종기가 일어나고 우박의 재앙과 메뚜기 재앙이 일어났지. 또 칠흑같은 흑암의 재앙이 임하기도 했지. 이 재앙들로 인해 다산을 관장하던 나의 암황소 신도 무너졌고, 질병과 의술을 관할하던 신들도 무너졌지. 곡식의 여신은 물론 공기를 주관하던 신들까지 다 무너졌다네. 아, 물론 이 모든 신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기 위해 내가 만들어 놓은 신들이었지. 그 왕위를 나와 함께 반역을 도모했던 하늘에서 쫓겨난 나의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네. 그때 그들이 얼마나 나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는지 그 때의 눈빛에 그들의 진심이 묻어나서 나는 행복했다네. 그런데 오랜 시절 쌓아왔던 나의 신들의 역사를 한순간에 다 무너뜨려버리다니 나는 다시 한 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세는 나의 백성의 장자들을 칠거라 경고했지. 이 경고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경고라네. 그것은 나를 죽일 거라는 경고이자 선전포고였다네.      

이 세상에 먼저 온자, 내가 이 세상의 장자라는 것을 기억해보게.

내가 처음에 말했던 말, 말일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한 황무지 같은 곳에 흑암으로 이미 와 있던 나! 내가 바로 세상의 장자라네. 그러니 내 백성의 장자들을 다 치겠다는 모세의 경고에 내가 치를 떨지 않을 수 있겠나? 나는 그의 경고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네. 그렇게 전쟁이 선포됐지. 결국, 나의 백성, 나의 장자들은 다 죽음을 맞이했다네. 약삭빠르게도 유월절의 어린양의 피로 문설주에 바르게 해서 죽음의 천사들이 이스라엘 백성의 장자들을 치지 못하게 사전에 전략을 세워났더군. 유월절의 어린양의 피, 훗날 나는 알게 됐다네. 그 어린양의 피가 바로 하나님의 유일한 독생자 예수의 피라는 것을! 참, 하나님은 이야기꾼이지.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재밌게 포장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어찌됐든 나는 그 날에 참패하고 말았다네.

내가 참패당한 그 이야기는 계속 전해져서 후대에까지 이어지더군.

정말 그 이야기를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네.

부득부득 이를 갈며 복수의 칼날을 들이댈 기회를 노리고 또 노렸지.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리라. 천국에서 쫓겨나 불의 심판대위에 올린 전능자의 등에 칼을 꽂을 날이 반드시 오리라. 숨죽여 기다리고 기다리며 그 때를 보아야 한다.’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치욕의 나날을 견뎌내고 있을 때 바로, 하늘에서 먼저 난 자, 진정한 장자가 나타나게 된 거지.


드디어 나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네.    


        

<해골언덕, 십자가가 나의 심판대라니!>     


태초 이전에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난자,

하나님으로부터 나음이 있었기에 생명이 시작된 거지.

그 후로부터 생명은 존재 자체였다네.

인정하긴 싫지만 생명이라는 존재자체가 바로 하나님이지.

그래서 하나님과 멀어지고 분리되면 생명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임으로 죽음이 임하는 것이라네. 그렇게 나 또한 죽음을 맞이했지.

하지만 나의 죽음의 왕국은 부활했음을 선포하네.

나는 나의 죽음의 권세로 인간들을 생명의 존재로부터 멀어지게 할 생각이라네.

그것이 나의 진정한 복수임을 나는 아주 명확히 알고 있다네.     

내가 천국에서 번개같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일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가 더럽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 가운데 왔으니 철저하게 짓밟아주기로 했지. 그의 나라, 그의 왕국, 천국에서는 감히 복수를 상상도 못했건만 이제는 갚아줄 수 있을 거 같군! 드디어 성령으로 잉태된 자가 나사렛에서 태어났다는 얘기를 동방박사들로부터 듣게 됐지.


그가 나의 장자들을 죽였듯이 나 또한 그를 포함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장자들을 죽일 생각이었다네. 그렇게 받은 만큼 철저하게 갚아줄 생각이었다네.  하지만 나의 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네. 예수의 아버지 요셉에게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빨리 아기와 어머니 마리아를 데리고 애굽으로 가라 한 거지. 그때 나는 아기 예수를 찾을 수 없어 분노했다네.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아 그의 피를 나의 제단에 뿌리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 하지만 나는 이쯤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지. 나는 나의 군사들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두 살 이하의 사내 아이들을 다 죽이라 명했다네. 아이를 잃은 아비와 어미의 통곡소리가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지! 그것이 나의 미비한 복수였다네.      


훗날, 애굽으로 피신한 예수가 이스라엘 갈릴리 지방 나사렛이란 동네에 다시 돌아왔고, 그는 점점 자라 성인이 되었다네. 그가 살아있는 한 나는 발을 뻗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네. 내 비록 예수의 심장에 칼을 꽂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함부로 그에게 다시 칼날을 들이댈수는 없었다네. 그가 인간으로 태어난 그 계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지. 반드시 나를 죽이기 위한 음모가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난, 도저히 그의 계략을 알아낼 수 없었다네. 하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어 아주 기발한 생각을 해냈지.     


그래. 그도 인간이니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미혹해보자!

그때 마침, 그를 광야로 끌어내어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네.     

먼저 그를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지.

마침 광야에서 40일 금식을 하고 죽음에 임박한 연약한 상태로 있으니 이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지.      

오호, 그런데 참으로 슬프게도 그는 하나님의 아들답게 강하더군.

하긴, 전능한 그의 능력 덕분에 내가 천국에서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셔야했지만 말야. 그런데 완벽한 인간인 그가 그렇게 강할 줄은 미처 예상을 못했지!

내 앞에 무릎 꿇고 절하면 천하만국을 다 준다 해도 끄덕도 안하더군.

정말이지 그가 내 앞에 무릎 꿇고 경배한다면 내 수하에 그를 두고 함께 이 세상을 다스릴 권세를 나누고자 했는데... 안타깝지만 나의 손을 잡지 않더군.     

또 40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그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고 유혹했더니 글쎄 하나님의 말씀이 진정한 생명양식이라며 들이대는데 그 순간 아찔해서 그곳을 달아나서 도망치고 싶었다네. 그걸 꾹 눌러 참고 있는데 그가 오히려 나에게 명령하더군.   

  

“사단아 물러가라!”     


그의 말 한마디에 나의 사지가 떨렸다네.

뼛속 깊은 곳까지 두려움이 덮쳐서 나는 광야에서 또 하나님의 아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길 바라며 그곳을 빠져나왔다네.


그 시간이 흐르고 나는 분노했다네.

그 앞에서 떨고 있는 나의 연약함 때문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음에도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의 모습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나는 다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네.

그리고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네.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에 가장 수치스러운 참형으로 그를 죽이기로 했다네.

모세가 출애굽 할 때 나의 장자들을 죽였던 그 날, 그 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유월절에 자칭 유대인의 왕인 그를 죽인다면, 얼마나 극적인 이야기인가? 이 이야기가 후대에까지 전달되어 나의 승리가 만방에 퍼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네. 그런데 솔직히 좀 불안하기는 했어. 나는 아직, 그가 인간으로 온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네. 그 의도를 정확히 알고 난 후 전략적으로 그를 죽이면 나의 지혜가 빛을 발할텐데... 그게 참으로 찝찝하고 안타깝더군. 그리고 솔직히 유월절에 그를 죽이기로 한 것도 나의 결정은 아니었다네. 뭔가 그의 계략에 걸려든 거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지.

 그는 전능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걸 계속해서 증명해 왔단 말이지. 오병이어의 기적이나, 귀신들을 내어 쫓거나, 또 죽은 자를 살리기도 하고, 아픈 자들을 치유해주기도 했지. 그런 전능한 능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자가 순순히 십자가에 못박힌다는 것이 뭔가 마땅찮게 느껴졌단 말야. 그런데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들고 일어나 하나님의 아들인 그에게 신성모독죄라며 십자가에 참형시키라고 들고 일어서지 뭔가?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겠단 말이지.

인간의 무지함이란....하나님의 아들인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함이야 내가 그 동안 그들의 눈을 가려서 생긴 참으로 놀라운 결실이긴 하지만 하필 많고 많은 죄목 중에 신성모독죄라는 죄명을 들이댈 줄은 몰랐다네.

하여간 인간들의 아집이나 교만이 하늘을 찌르더군! 덕분에 뭔가 찜찜하긴 하지만 십자가의 참형을 속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네.

차라리 그가 죄가 없다고 항소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온갖 채찍과 욕과 침 뱉음과 수치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있더군.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를 조롱하자 마음먹었지만 마음 한 켠에서 오는 두려움 같은 것이 내 안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네. 하지만 나의 불안함과 두려움과는 상관없이, 또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이 척척 진행되더군.     

결국 그는 십자가로 들리어졌다네. 그리고 모든 물과 피를 다 쏟아내며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지. 그의 모습은 해골의 언덕인 골고다라는 이름에 딱 맞는 몰골로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네. 그의 볼은 해골처럼 앙상해졌고, 살가죽과 빼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네. 말 그대로 마른뼈 같았다네.

그는 고통스러웠는 지 하늘을 향해 부르짖더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니이까”    

 

그렇게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하는 듯 싶더니 다시 잠잠해지더군.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다 이루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네.


십자가의 참형이 그가 계획한 일이었음을!


물론 그의 아버지이자 나의 아버지인 하나님과 함께 합의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야!

그들은 하나가 되어 십자가 참형을 계획한 거라네.

계속 나를 괴롭혔던 찝찝함이 바로 이런 결과를 예측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네.

하긴, 누가 감히 전능자인 하나님을 심판할 수 있겠는가? 그가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음을 나는 그 일이 이루어지고서야 깨달았다네. 나의 오만함과 자고함이 나를 다시 한 번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게 만들었지.

    

그리고...그로 인해...나의 심판이 이루어졌다네.

죄, 그 자체인 나의 심판!


그 심판으로 인해 내가 선악과 사건으로 인간으로부터 빼앗았던 모든 권세,

즉 죽음의 권세로부터 그들을 자유케 했지.


결국 죄인이어서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졌던 인간들에게 그는 하나님께로 가는 길이 되어 주었다네. 그것이 바로 그가 숨겨놓았던 비밀이자 하늘의 보화였던 거지. 진작 알았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까? 그의 전략을 돌이킬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지 싶네.

완벽한 그의 승리였다네! 그것은 나의 완벽한 참패이기도 했지.     

구원받은 죄인들을 볼 때마다,

나의 백성이었던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을 찢으며 애통한 눈물을 흘렸다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네.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그가 나의 죽음의 권세를 빼앗고 삼일 만에 다시 부활해서 제자들과 떡을 떼더니 성령을 보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승천했지. 다시 재림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 날이 언제가 될지 나는 모른다네.


그가 다시 오늘 그날, 나는 완전한 파멸을 맞이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을 내어볼 생각이네.

그의 백성이라 자부하는 자들, 그를 믿어 믿음으로 의에 이른 자들, 그들을 지속적으로 미혹하여 나의 백성으로 돌이키게 할 생각이라네.


그것이 나의 사명, 나의 비전이라네.


나는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일 생각이라네!

지금 이 순간, 나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자네!

자네도 지금 나를 믿고 나에게 경배하기만 한다면 내가 나의 왕국, 지옥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주겠네. 자, 어떤가? 나를 믿고 받아들이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내가 약속하지! 자네가 살아있는 동안 금은보화로 자네의 창고를 가득 채워주겠네. 그것도 모자라다면 자네를 왕으로 만들어주지! 어떤가? 나의 손을 잡아보지 않겠나?


그리고 나와 함께 지옥! 그 영원한 사망의 길로 끝까지 동행하지 않겠나?

나의 초대를 받아들이길 간청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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