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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Jul 12. 2021

생명나무의 전설

# 어른들을 위한 성경동화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땅이 있었습니다.

그 땅에 작은 묘목을 손에 든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광야에 나타난 남자의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중요한 일을 하러 온 사람처럼 의연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잠시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던 남자는 작은 묘목을 내려놓고 다른 손에 들려 있던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메마른 땅이라 땅을 파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이번에도 남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열심히 땅을 팠습니다. 드디어 작은 묘목이 심길 만큼의 공간이 생겼고, 남자는 기쁜 얼굴로 작은 묘목을 심었습니다.   

 

“얘야~ 넌, 이곳에서 많이 외로울 거야. 이곳에는 살아있는 생명이 하나도 없단다.

하지만 너는 이곳에서 최초의 생명이 될 거야. 그리고 바람을 견디고 태양을 견디고

모래를 견디면서 점점 자라나게 되면 너는 아주 튼튼한 나무가 될 거란다.

네 잎도 무성해지고 때에 따라 꽃도 피고 열매도 맺게 될 거란다. 너로 인해 언젠가

이 광야에는 살아있는 생명들로 가득할 거란다. 지금 너는 여린 순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난, 네가 멋지게 자랄 거라는 걸 믿는단다.”

   


그러자 작은 묘목이 눈을 깜박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주인님!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 봐도 될까요?”    


평소에 호기심이 많은 작은 묘목이었기에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말해보렴.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라면 뭐든 다 대답해주마!”  

  

“제 이름은 무엇인가요?”    


남자는 아직까지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상태여서

선뜻 대답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으음~ 글쎄다. 잠시 고민해봐야겠구나!”  

  

눈을 깜박거리며 고민하던 남자는 좋은 이름이 생각난 듯 손가락을 탁 튕기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생명나무! 생명나무가 어떻겠니?”

   

“생명나무요?”    


“그래. 넌, 생명나무란다.”   

 

작은 묘목은 생명나무라는 이름에 기뻐하는 남자의 표정을 보고는 기쁜 듯 말했습니다.     

“좋아요. 주인님! 주인님이 기뻐하시니까 저도 너무 기뻐요. 전, 주인님 말씀대로 생명나무예요.”   

 

“그래. 생명나무야.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으렴! 나중에 또 보자꾸나!”

   

남자는 생명나무를 홀로 두고 떠나기가 아쉬운 듯 생명나무의 여린 잎사귀를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고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남자의 말대로 생명나무는 너무 외로웠습니다.

이곳에는 살아있는 벌레도 없고, 살아있는 식물도 없고, 살아있는 동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명나무는 남자의 말을 떠올리며 이 외로움을 잘 견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태양과 구름과 바람과 비와 모래를 벗 삼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태양아, 너는 너무 뜨겁구나! 네 뜨거운 열기 때문에 내 잎이 다 타들어가는 거 같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의 뜨거운 열기를 사랑해. 나의 사랑을 받아주겠니?”    


그러자 태양은 기다렸다는 듯 생명나무를 불태울 듯 더 뜨거운 열기를 보냈습니다.  

   

“으윽~ 도저히 못 참겠다. 나, 곧 죽을 거 같아. 내 잎이 거의 시들었어. 나는 목이 말라죽을 거 같아.”   

 

그때 마침 호기심 많은 구름이 찾아왔습니다.   

 

“넌, 왜 이 뜨거운 사막에 혼자 외롭게 있는 거니?”    


구름이 호기심으로 얼굴을 드리우며 생명나무를 향하자 그제야 생명나무는 거의 기절

할 듯한 얼굴을 겨우 들며 구름을 바라보았습니다. 구름을 보자, 반가운 듯 환하게 웃으며 미소를 짓고는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안녕! 구름아! 정말 고마워! 네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니까 이제 겨우 살만하다. 하하하”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난, 바로 네 곁을 떠날 거야. 너, 여기 왜 혼자 외롭게 있냐고?”    


“아, 잠시만! 대답해줄게!”    


생명나무는 구름이 떠나갈까 봐 구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살랑살랑 여린 나뭇가지를

흔들며 말했습니다.    


“나는 생명나무야. 나의 주인님이 이곳에 나를 심어 놓으셨어. 나는 이곳에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명이래. 그래서 생명나무라고 이름 지어주신 거 같아. 생명나무, 내 이름 정말 멋지지 않니?”   

 

“네 주인님은 이상하구나! 너처럼 볼품없고 연약한 나무가 이곳에서 어떻게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너를 여기다 심어놓으신 거니?”   

 

“주인님은 나를 믿는다고 하셨어. 나는 주인님 믿음대로 잘 견디고 살아남을 거야. 그래서 멋진 나무가 될 거야. 철을 따라 풍성한 잎사귀를 내면 내 그늘에서 쉬고 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많아질 거고, 철을 따라 꽃을 피고 열매를 맺으면 사람들에게 치유는 물론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 있어. 나로 인해 이곳에는 생명으로 가득하게 될 거야.”  

  

“그게 정말 가능할까?”  

  

“우리 주인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는 확신할 수 있어. 정말 그렇게 될 거야.”    


“너, 생긴 건 정말 볼품없는데 멋진 생각을 갖고 있구나. 나는 너처럼 멋진 친구를 갖는 게 소원이었어. 내가 너의 친구가 돼 줄까?”    


“그럼 나는 너무 좋지. 고마워 구름아! 네 덕분에 뜨거운 태양을 잠시 피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그러자 굵직하고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도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서 사인을 보낸 건데, 나랑은 친구가 되기 싫은 거니?”    


태양이었습니다.    


“태양아! 너도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난, 네가 나를 미워해서 뜨거운 열기를 보내는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야? 나의 뜨거운 열기는 너를 향한 나의 애정 표시였는데... 나는 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 네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네 작은 잎도 마음에 들고, 네 귀여운 얇은 가지도 마음에...”    


“으악~”    


태양이 흥분하면서 말하자 더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생명나무는 자신도 모르게 타들어가는 고통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구름이 살짝 태양을 가리며 말했습니다.   

 

“아후, 정말 못 말리는 태양이야. 네 사랑이 너무 지나쳐 내 친구를 말려 죽일뻔했잖니?”    

그러자 태양이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며 말했습니다.

   

“미안해! 나는 사랑을 표현한 건데 대부분 내 사랑 때문에 이곳에 있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죽어나갔어. 그리고 그들은 내가 무서워서 이곳에 아예 나타나지도 않고 도망쳤지. 나 때문에 이곳은 더 황량해진 거야.”   

 

슬픈 듯 태양이 눈을 껌벅거리자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와~ 비다. 목말라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비가 내리고 있어. 태양아, 네가 슬퍼하니까 비가 내리네. 고마워!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지금부터 우린 친구니까.”  

  

그러자 비가 수줍은 얼굴로 서운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너의 갈증을 해결해준 건 난데 왜 태양한테 고맙다고 하지? 나도 너의 친구가 되면 안 될까?”

 

“무슨 소리야? 비야. 너는 정말 멋진 친구야. 시원한 너의 물줄기는 나의 갈증을 채워주고...”   

 

생명나무가 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모래더미가 생명나무의 얼굴을 덮었습니다.

그렇게 생명나무는 모래더미에 온 몸이 묻혀 사라졌습니다.    


“아, 미안 미안! 내가 너무 세게 호흡했나 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생명나무를 덮고 있던 모래 더미가 바람에 일렁이며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생명나무가 드러났습니다.    


“퉤!”    


생명나무는 입에 있는 모래를 밖으로 뱉어내며 바람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은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태양과 구름과 비와 친구라면 당연히 나의 친구이기도 하지! 안녕. 나는 바람이야.”    


“안녕! 바람아. 다음부터 호흡조절을 좀 잘해줄 수 있겠니? 나, 이대로 모래 더미에 파묻혀 죽는 줄 알았잖아. 헤헤!”    


“앞으로 주의할게. 처음에 나의 존재감을 알려주기 위한 나의 인사법이니까 이해해주렴! 생명나무야!”       

  

바람은 생명나무를 향해 후~ 호흡을 불었습니다.

그러자 잎사귀에 있는 모래들이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모래들은 떨어져 나갔지만 생명나무의 머리카락은 엉망이 되어 헝클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모두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생명나무와 친구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습니다.

사막에서 이런 웃음소리가 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생명나무는 친구들 덕분에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태양은 생명나무에게 빛을 주어 생명을 자라게 했고, 구름은 뜨거운 태양빛에서 타들어갈 듯한 고통을 치유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단비는 생명나무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람은 매일같이 생명나무를 먼지를 털어내주고 빗물을 닦아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생명나무는 키가 자랐고, 멋진 나뭇잎으로 무성해졌습니다.    

생명나무의 말대로 생명나무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쉼터가 돼 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광야를 지나오며 지쳐있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나무에 기대어 평안한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나그네들은 생명나무의 잎사귀를 따서 얼굴을 덮고 자기도 했고, 생명나무의 잎사귀로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생명나무 잎사귀에는 배고픔은 물론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나그네들은 생명나무의 효험을 알게 되자 많은 이들에게 생명나무의 효험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더 많은 나그네들이 광야에서 생명나무를 찾았고 생명나무는 그들의 멋진 친구가 돼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흐르자 생명나무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꽃은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나그네들은 생명나무의 아름다운 꽃을 보며 위안과 평안을 얻었습니다. 생명나무의 꽃의 아름다움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제는 나그네들만이 아니라 일부러 생명나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의 욕심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꽃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생명나무의 꽃은 꺾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생명나무는 점점 볼품없이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생명나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생명나무는 주인님의 말씀을 믿고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난, 주인님 말씀처럼 때를 따라 열매를 맺을 거야. 꽃을 피웠으니 반드시 열매를 맺을

날이 오게 될 거야.”    


하지만 생명나무의 믿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생명나무의 꽃을 본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왔고 사람들은 자기 욕심껏 생명나무의 꽃과 나뭇잎을 가져가기 위해 생명나무의 가지를 꺾어갔습니다. 생명나무는 점점 상처투성이가 됐습니다. 어느새 생명나무의 화려했던 나뭇잎과 꽃은 다 사라졌고, 생명의 나무의 가지도 모두 꺾어져 나무 기둥만 남았습니다.

더 이상 생명나무는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생명나무에서 평안과 쉼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생명나무를 죽은 나무라 불렀습니다.

죽은 나무가 된 생명나무는 절망한 채 생명력을 잃은 채 점점 더 말을 잃어갔습니다. 태양과 구름과 바람과 비가 말을 걸어와도 생명나무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기 쓸 만한 나무가 있군!”    


힘이 센 장사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와서 도끼로 생명나무를 찍었습니다.

생명나무는 오랜 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았기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비명조차 질러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명나무는 몇 번의 도끼질에 의해 잘렸습니다.    

생명나무는 잘린 채로 어딘가로 질질 끌려갔습니다.

아무도 더 이상 생명나무를 살아있는 나무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어딘가로 실려 간 생명나무에게 톱질이 시작됐습니다.

생명나무는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느꼈지만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온전히 생명나무의 몫이었습니다. 결국 생명나무는 두 동강이가 났습니다. 두 동강이가 난 생명나무에게 커다란 못을 박았습니다 못이 박히기 위해 망치가 두드려질 때마다 생명나무는 뼈가 깎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나무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저를 믿으셨는데 저는 이제 죽은 나무가 되어 이렇게 사라집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살지 못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생명나무는 마음으로 부르짖으며 주인님께 용서를 구했습니다.

생명나무가 마음을 찢으며 우는 동안 생명나무는 어딘가로 끌려갔습니다.    


“이 자에게 이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라”   

 

어느새 깎여지고 못 박힘으로 십자가 모양을 하게 생명나무는 누군가의 앞으로 던져졌습니다. 땅에 내 던져진 고통에 신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생명나무에게로 한 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주... 주인님?!”    


한줄기 빛으로 보인 피투성이가 된 남자.

얼굴은 누군가에게 맞은 채로 피투성이가 되었고 퉁퉁 부어있었으며 눈동자는 핏빛으로 가득 채워져 흰 눈동자와 검은 눈동자가 모두 피로 물들여져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이 써진 채로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들은 찢겨 나갔고

온몸은 뼈로 만든 갈고리 채찍으로 찢겨 나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습니다.    

십자가가 된 생명나무를 본 남자는 고통 가운데서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 나의 생명나무야! 잘 자라주었구나. 잘 견뎌 주어 나에게 왔구나!”   

 

“주인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세요?”

   

“이제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열매를 맺을 때가 왔구나!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함께 들리어질 때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명이 되는 열매가 가득 찰 것이다.”   

 

“주인님! 저는 이제 더 이상 생명나무가 아니에요. 그리고 주인님도 저처럼...”    


생명나무는 차마 말을 잊지 못한 채 눈물을 삼키며 울었습니다.  

  

“빨리 십자가를 지지 못해!”    


로마 군사는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를 향해 채찍을 가했습니다.

남자는 생명나무를 향해 말했습니다.   

 

“생명나무야. 나를 끝까지 믿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생명나무는 절망 가운데서 포기하지 않고 말을 하는 남자에게서 새로운 소망을 발견했습니다.   

  

“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믿습니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끝까지 주인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마지막 자신의 힘을 다 끌어 모아 생명나무를 짊어졌습니다.

생명나무는 힘겹게 자신을 짊어지고 가는 남자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인님! 죄송해요. 저는 무겁기만 하고, 주인님께 아무 도움을 드릴 수 없네요. 흑흑”   

 

“나의 사랑하는 나무야. 이 짐은 내가 져야 한 하는 것이란다. 이것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란다. 걱정 마렴. 내가 너를 살릴 것이다. 조금만 인내하고 나만 바라보렴”    


“네! 주인님! 저도 주인님을 사랑합니다. 주인님 말씀 때문에 저는 광야에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주인님 말씀 때문에 저는 많은 이들에게 평안의 쉼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님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비록 몸은 죽었으나 주인님과 함께 하는 이 시간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오냐. 그래. 기특하구나! 마지막인 듯 하나 시작이요 죽은 듯 하나 살아있는 놀라운 열매를 네가 볼 것이다.”    


쓰러지고 넘어지면서도 남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명나무를 지고 해골 언덕이라 하는 골고다까지 왔습니다.    


“네가 메시아냐? 네가 유대의 왕, 예수더냐? 그렇다면 그 십자가에서 너를 구원해 보거라”   

 

조롱 섞인 소리와 비웃음으로 가득했지만 예수라 불리는 남자는 그저 침묵만 지켰습니다. 십자가가 된 생명나무 역시 그저 주인님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생명나무는 다른 사람들의 조롱 소리와 비웃음 소리가 들리지 조차 않았습니다. 그저 주인님만 바라보았습니다. 생명나무의 눈에는 주인님의 모습이 생명의 빛으로 가득 빛나 보였습니다.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의 몸이 생명나무 위로 눕혀졌습니다.

생명나무는 어떻게 하면 주인님을 편안하게 받들 수 있을까 노심초사한 마음이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로마 병사는 생명나무를 십자가로 만들 때 사용한 커다란 못과 망치를 꺼내 들고 남자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주... 주인님! 주인님의 피가... 주인님의 고통이 제게 전달됩니다.”  

  

“그래! 사랑하는 생명나무야. 이제 너와 나는 하나란다. 이제 아버지의 원대로, 그리고 나의 원대로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들리어질 것이다. 기대하렴! 그다음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네. 주인님. 저는 주인님과 함께 해서 영광입니다.”    


그렇게 생명나무와 주인인 남자는 십자가로 하나가 되어 들리어졌습니다.

생명나무는 주인님의 핏빛으로 온몸이 가득 적셔졌습니다.    

며칠 후, 핏빛으로 물들인 생명나무는 메마른 땅 광야에 버려졌습니다.

바람이 모래더미를 만들어 어느새 생명나무의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태양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듯 뜨거운 열기를 뿜어댔습니다.

구름이 태양을 살짝 가리며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쯤 세월이 흘렀을까?

생명나무가 묻혀 있던 모래더미 안에서 작고 연한 싹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싹은 점점 자라 나무가 되었고, 나무에 무성한 나뭇잎이 자랐고, 그곳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습니다. 바람에 꽃잎이 후드득 떨어지자 꽃이 떨어진 곳에서는 퍼올려도 계속 솟아나는 샘물이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곧 샘물은 넘쳐나 광야에 길을 내며 강이 되었습니다. 강을 끼고 양 옆으로 수많은 생명나무들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나무에는 무성한 열매들이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 열매들은 빛으로 가득했기에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동물과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생명나무의 풍성한 열매 덕분에 사람들은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배불리 먹어도 생명나무의 열매는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과 동물들은 함께 어울리며 행복을 누렸습니다.

생명나무는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주인님이 말한 열매는 내가 주인님과 십자가로 하나가 됐을 때 진정으로 열릴 생명나무 열매라는 것을!

이제 생명나무는 기쁜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언제든 내어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열매를 내어주길 고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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