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 가득했던 생명의 빛이 어느새 남자가 된 예수님한테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요.
“주님! 내가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만난 그 아기였던 예수님, 맞으시지요?”
그러자 남자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엄마 나귀를 바라보았어요.
“그래. 내가 바로 그란다.”
“저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주님을 잊은 적이 없었어요. 반드시 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실 거란 걸 믿었어요.”
“그래. 그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단다. 고맙구나! 다리가 많이 불편했을 텐데 잘 버텨주었어.”
“난 괜찮지만 우리 아기가 걱정이에요.”
그러자 예수님이 어린 나귀를 바라보았어요.
어린 나귀는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한 예수님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어요.
“어린 나귀야. 괜찮니?”
그러자 어린 나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실 전... 괜찮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엄마와 나를 조롱하고 비난할 때마다 내 마음이 갈가리 찢기는 거 같았어요.”
“그래. 내가 네 마음을 아주 잘 안단다.”
“어떻게 내 마음을 주님이 아세요?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고요.”
발끈하는 마음에 어린 나귀는 예수님께 반항하듯 말했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화도 내시지 않고 그저 빙긋 웃기만 하셨어요.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네가 내 영광을 볼 것이다.”
어린 나귀는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안 돼서 눈만 끔뻑거리며 바라보았어요.
예수님은 그런 어린 나귀가 귀여운 듯 다시 한번 생긋 웃으시고는 다음 말을 이어가셨어요.
“어린 나귀야. 내일 내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데, 네 등을 빌려도 되겠니?”
어린 나귀는 놀란 얼굴로 어찌 대답할지 몰라 엄마를 바라보았어요.
엄마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예수의 제자인 두 남자는 어린 나귀의 등에 옷을 깔았어요.
다음 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예수님을 등에 태운 어린 나귀를 보며 사람들은 종려나무를 흔들며 환호했어요.
“겸손의 왕이시여. 호산나. 우리를 구원하소서.”
“다윗의 자손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구원자 되신 예수님을 등에 태운 어린 나귀는 뛸 듯이 기뻤어요.
자신이 이렇게 쓰임 받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모든 일이 끝난 후,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감격에 젖은 눈으로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엄마~ 난 다리를 저는 엄마가 너무 부끄럽고 싫었어요. 마치 나도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갖고 있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죄송해요.”
“사과할 거 없단다. 나도 한 때는 나의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예수님을 원망하기도 했었으니까. 아기 예수님을 보고 난 후에 너무 들뜬 마음에 돌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헛디디는 사고를 당했지 뭐니? 그때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차라리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보지 않았어야 했는데...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들었단다. 하지만 네가 태어난 후에는 난 단 한 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단다. 내가 예수님의 탄생을 지켜본 후에 태어난 너에게 놀라운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날 거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놀랍게 오늘 너의 등에 예수님이 타실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뭐니?"
“이게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일까요?”
“글쎄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다시 주님을 만날 때 그때 여쭤보자꾸나!”
며칠 후,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예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 채 골고다 언덕을 향해 힘겹게 가고 계셨습니다.
“주님!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어린 나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피범벅이 된 예수님을 바라보며 부르짖었습니다.
“찬란했던 예루살렘 입성의 영광은 다 어디로 가고 수치스러운 십자가에 매달리려고 가시나요?”
그러자 예수님이 고통이 가득한 얼굴로 희미하게 웃으시며 말씀했어요.
“이, 십자가... 이 십자가가 나의 영광인 것을 아직도 모르겠니?”
“네. 잘 모르겠어요.”
“이 십자가에서 나는 승리할 것이란다. 이 영광의 죽음은 많은 눈물을 흘린 자들의 눈물을 씻어줄 것이고, 마음이 상한 자를 회복시켜 줄 것이고, 또 죄인들을 구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한 나의 영광이란다. 비록 겉모양은 네 엄마의 다리를 저는 장애처럼 불안전하고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모양이지만 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 인해 너희를 사망에서 건져내고 영원한 생명길로 인도하는 구원을 이룰 것이란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예수님께서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뼈가 가시처럼 튀어나온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담대하게 십자가를 짊어지신 채 걸어가셨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마치 장애를 입은 엄마의 모습을 닮은 절룩거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상처의 가시 때문에 가시투성이가 된 어린 나귀의 모습이었어요. 십자가를 짊어진 채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의 연약한 모습들을 다 끌어안고 가시는 거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