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탐가 Sep 16. 2021

예수님을 등에 태운 나귀

# 어른들을 위한 성경동화

옛날 아주 먼 옛날, 유대 땅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여관에서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졌어요.

그 아기는 강보에 쌓인 채 구유에 뉘어졌어요.

그 구유에서는 아름다운 별빛들이 춤을 추듯 반짝반짝하는 빛들로 가득했어요.


 그 아기는 바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였어요.

여관은 많은 사람들이 묶고 있었기에 방이 없었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게 된 거예요.    


마구간 한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나귀가 있었어요.

그 나귀는 얼마 전에 새끼를 잉태한 곧 엄마가 될 나귀였어요.

나귀는 아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신비롭게 바라봤어요.

아기가 태어나는 모든 순간순간이 다 빛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엄마 나귀는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다음 날, 나귀는 등에 짐을 가득 싣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났어요.

그의 고향은 감람산 벳바게의 맞은편에 있는 마을이었어요.

나귀는 등에 가득 실린 짐이 무거운 줄도 모른 채 생각에 잠겨 시냇가를 건너고 있었어요.


'아, 어쩜 그렇게 반짝반짝 아름다운 빛이 아기 주변을 맴돌았을까?

그 아기는 정말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구원자가 맞나 봐!'


나귀는 어젯밤 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 빛으로 가득했던 멋진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그만 발을 헛디뎌 돌다리에서 미끄러졌지 뭐예요.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일었어요.

놀란 나귀 주인은 얼른 나귀를 건져 올리려 했지만

워낙 센 물살 덕분에 나귀는 계속 떠밀려 갔어요.


"히이잉~"


순간 나귀가 고통에 찬 소리로 울부짖었어요.

나귀가 물살에 떠밀려가다가 바위에 다리를 부딪쳐 그만 부러지고 말았지 뭐예요.

그 후로 나귀는 평생 다리를 절룩거려야 했어요.  


   



"절룩 절룩, 절뚝발이 나귀야. 뭐가 그리 급해서 뒤뚱뒤뚱 걸어가니?"


나귀가 주인의 손에 이끌려 걸어갈 때마다 아이들은 나귀를 절뚝발이라며 조롱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기까지 하면서 놀려댔어요.


"저리들 가지 못해! 못된 것들 같으니라고!"


주인이 호통을 치고 나서야 아이들은 까르륵 웃으며 떠나갔어요.

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이었어요.

아이들은 나귀가 거리로 나올 때마다 놀려댔고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침을 뱉고 돌까지 던져가며 나귀에게 못되게 굴었어요.

 

나귀는 슬펐어요. 하지만 뱃속의 나귀 새끼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슬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나귀 새끼에게만은 슬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나귀의 뱃속에 있는 나귀 새끼는 무사하게 잘 자라고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귀가 태어났어요.




새끼 나귀는 점점 자라서 어린 나귀가 되었어요.

어린 나귀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어요.

하지만 어린 나귀는 친구가 없었어요.

절룩거리는 나귀 엄마를 둔 어린 나귀를 친구들은 괴롭히고 따돌렸어요.  

  

“네 엄마처럼 너도 다리를 절어야 되는 거 아냐? 그래야 한 가족이지.”    


“절뚝발이 엄마 영향을 받아서 너도 키가 작고 다리도 짧고 못생기기까지 했나 봐!”    


여기저기서 어린 나귀와 엄마 나귀를 조롱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여전히 아이들은 나귀는 물론 어린 나귀까지 조롱하는 노래를 지어 불렀지요.


어린 나귀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친구들의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생긴 입버릇이 바로 “나는 괜찮아!” 였어요.  

  

“나는 괜찮아. 난, 혼자라서 더 좋은 걸. 혼자면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나는 괜찮아.’라고 말할 때마다 어린 나귀는 정말로 괜찮은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린 나귀의 마음속에는 가시의 씨앗이 뿌려져서 그 가시가 자라기 시작했어요. 가시가 자라면서 어린 나귀는 점점 난폭해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혼잣말처럼 괜찮다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에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리 꺼져! 네가 뭔데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는 거야?”  

  

그 후로 친구들 중에 어린 나귀에게 맞지 않은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심지어 어린 나귀의 주인도 밥을 주러 왔다가 어린 나귀의 뒷발길질에 차여 ‘발라당’하고 넘어졌지 뭐예요. 화가 난 주인은 그날 어린 나귀에게 처음으로 채찍질을 했어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어린 나귀의 난폭함은 채찍질에도 멈추지 않았어요.




그 후로 어린 나귀의 털은 가시 모양으로 자라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본 엄마 나귀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어요. 그리고 기도했어요.  

  

“구원자 되신 주님!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명의 빛으로 가득했던 분이시여.

당신의 이름으로 저와 우리 아이를 구원하소서.”   

 

밤이면 밤마다 눈물로 기도하는 엄마 나귀를 보던 어린 나귀의 눈에서도 눈물이 났어요. 엄마의 기도 덕분이었을까요?

가시 모양으로 뾰족뾰족 서 있었던 어린 나귀의 털이 부드러워졌어요.

그리고 부드러워진 털 모양만큼이나 나귀도 부드러워졌어요.

하지만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주인에게 매여진 채 있어야 했어요.

어린 나귀가 언제 난동을 부릴지 몰라 주인이 묶어 놓은 것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두 남자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묶여 있던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를 풀어 끌고 가려했어요.    


“아니 이보시오. 어찌 남의 나귀를 풀어 데려가는 것이요?”    


“주가 쓰시겠다 하십니다.”    


그러자 주인의 마음에 뭉클하며 감동되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알겠습니다. 구원자 되신 주님께서 쓰신다면이야 무언들 내어드리지 못하겠습니까?

어서 데려가시오.”    


그렇게 묶여 있던 나귀와 어린 나귀는 어딘가로 끌려갔어요.

어린 나귀는 두려움에 휩싸여 엄마 나귀에게 물었어요.    


“엄마,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요?”    


엄마 나귀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힘겹게 걸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나도 모른단다. 하지만 분명한 건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거야.”    


엄마가 확신에 차서 말하자 어린 나귀의 마음속에서 새 힘이 솟아났어요.

그렇게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감람산 벳바게로 끌려갔어요.

힘겹게 산을 오르던 엄마 나귀의 눈에 뒷모습을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어요.

엄마 나귀는 한눈에 그가 예수님이란 걸 알아봤어요.

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 가득했던 생명의 빛이 어느새 남자가 된 예수님한테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요.   

 

“주님! 내가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만난 그 아기였던 예수님, 맞으시지요?”

   

그러자 남자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엄마 나귀를 바라보았어요.   

 

“그래. 내가 바로 그란다.”    


“저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주님을 잊은 적이 없었어요. 반드시 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실 거란 걸 믿었어요.”  

  

“그래. 그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단다. 고맙구나! 다리가 많이 불편했을 텐데 잘 버텨주었어.”   

 

“난 괜찮지만 우리 아기가 걱정이에요.”   

 

그러자 예수님이 어린 나귀를 바라보았어요.

어린 나귀는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한 예수님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어요.    


 “어린 나귀야. 괜찮니?”    


그러자 어린 나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실 전... 괜찮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엄마와 나를 조롱하고 비난할 때마다 내 마음이 갈가리 찢기는 거 같았어요.”

   

“그래. 내가 네 마음을 아주 잘 안단다.”   

 

“어떻게 내 마음을 주님이 아세요?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고요.”    

발끈하는 마음에 어린 나귀는 예수님께 반항하듯 말했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화도 내시지 않고 그저 빙긋 웃기만 하셨어요.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네가 내 영광을 볼 것이다.”    


어린 나귀는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안 돼서 눈만 끔뻑거리며 바라보았어요.

예수님은 그런 어린 나귀가 귀여운 듯 다시 한번 생긋 웃으시고는 다음 말을 이어가셨어요.  

  

“어린 나귀야. 내일 내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데, 네 등을 빌려도 되겠니?”    


어린 나귀는 놀란 얼굴로 어찌 대답할지 몰라 엄마를 바라보았어요.

엄마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예수의 제자인 두 남자는 어린 나귀의 등에 옷을 깔았어요.

   

다음 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등에 태운 어린 나귀를 보며 사람들은 종려나무를 흔들며 환호했어요.    


“겸손의 왕이시여. 호산나. 우리를 구원하소서.”    


“다윗의 자손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구원자 되신 예수님을 등에 태운 어린 나귀는 뛸 듯이 기뻤어요.

자신이 이렇게 쓰임 받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모든 일이 끝난 후,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감격에 젖은 눈으로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엄마~ 난 다리를 저는 엄마가 너무 부끄럽고 싫었어요. 마치 나도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갖고 있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죄송해요.”  

  

“사과할 거 없단다. 나도 한 때는 나의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예수님을 원망하기도 했었으니까. 아기 예수님을 보고 난 후에 너무 들뜬 마음에 돌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헛디디는 사고를 당했지 뭐니? 그때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차라리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보지 않았어야 했는데...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들었단다. 하지만 네가 태어난 후에는 난 단 한 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단다. 내가 예수님의 탄생을 지켜본 후에 태어난 너에게 놀라운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날 거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놀랍게 오늘 너의 등에 예수님이 타실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뭐니?"


“이게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일까요?”    


“글쎄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다시 주님을 만날 때 그때 여쭤보자꾸나!”    


 며칠 후,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예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신 채 골고다 언덕을 향해 힘겹게 가고 계셨습니다.   

  

“주님!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어린 나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피범벅이 된 예수님을 바라보며 부르짖었습니다.    


“찬란했던 예루살렘 입성의 영광은 다 어디로 가고 수치스러운 십자가에 매달리려고 가시나요?”

   

그러자 예수님이 고통이 가득한 얼굴로 희미하게 웃으시며 말씀했어요.    


“이, 십자가... 이 십자가가 나의 영광인 것을 아직도 모르겠니?”    


“네. 잘 모르겠어요.”    


“이 십자가에서 나는 승리할 것이란다. 이 영광의 죽음은 많은 눈물을 흘린 자들의 눈물을 씻어줄 것이고, 마음이 상한 자를 회복시켜 줄 것이고, 또 죄인들을 구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한 나의 영광이란다. 비록 겉모양은 네 엄마의 다리를 저는 장애처럼 불안전하고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모양이지만 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 인해 너희를 사망에서 건져내고 영원한 생명길로 인도하는 구원을 이룰 것이란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예수님께서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뼈가 가시처럼 튀어나온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담대하게 십자가를 짊어지신 채 걸어가셨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마치 장애를 입은 엄마의 모습을 닮은 절룩거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상처의 가시 때문에 가시투성이가 된 어린 나귀의 모습이었어요. 십자가를 짊어진 채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의 연약한 모습들을 다 끌어안고 가시는 거 같았어요.    


“당신은 영광의 왕이십니다. 당신은 겸손의 왕이십니다. 당신은 평강의 왕, 사랑의 왕이십니다.”


엄마 나귀와 어린 나귀는 목청껏 소리 높여 주님을 찬양하고 또 찬양했어요.

그렇게 찬양의 곡조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시는 모습 뒤로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죠.     


“할렐루야~ 할렐루야~ 호산나! 우리를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매거진의 이전글 생명나무의 전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