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향에 대하여 고민 중이다.
내 인생은 크게 세 가지 길로 나뉘어 있다.
가정, 작가, 그리고 신앙.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고,
또 남편의 밥을 차리고,
그리고 성경말씀을 봉독하고 예배가 있는 날은 예배에 참석한다.
크게 다른 날도 없고, 매일매일 평안함으로 가고 있는 인생에 감사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부쩍 고민이 시작됐다.
지리멸렬했던 가정의 평화는 깨지지 않고 잘 굴러가고 있었기에 늘 감사하고 있다.
동상이몽으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던 남편과는 나이가 들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제 크게 싸울 일도 없이 서로를 존중해 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와 신앙의 길이라는 부분에서의 부딪침이다.
이 고민은 크리스천 작가로서 늘 하던 고민의 연속이고, 늘 만족할만한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맬 때가 많다.
세상이 원하는 글을 쓰자니 너무 독하고
하나님께서 원하는 글을 쓰자니 세상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아 늘 갈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냥 쓰고 싶은 글을 닥치는 대로 써보자!라고 결심한 후
정말 닥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장르고 구분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쓰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쯤!
놀라운 것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하니 지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찾아진 놀라운 정체성의 회복!
'아, 내가 정말 작가가 맞구나!'
'작가가 별거냐? 쓰는 사람이 작가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내 글들이 방황할 때마다 나를 위로하며 던졌던 말들!
그렇게 3년을 열심히 썼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된 고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 제대로 된 글인가?'
'내 글을 하나님께서 과연 기뻐하실까?'
그러면서 나는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놀랍게 그 슬럼프에서도 글 쓰는 일은 쉬지 않았다.
3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써온 루틴 덕분일까?
물론 내가 쓴 글들에 대해 만족도를 따지자면
으음... 그건 별개로 둬야 할 거 같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내 글에 대한 피드백에 난 여전히 나약하다.
'이런 부분은 좀 별로인 거 같아.'
라는 피드백만 들어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아, 정말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재밌어요.'
라는 피드백을 들으면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다.
피드백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나의 감정선에 나는 여전히 취약하고 여린 글쟁이다.
그럴 때마다, '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또다시 흔들리는 멘털!
'그건 프로가 아니라던데?'
그렇게 방황이 시작됐다.
잘 가고 있나?
흐음~ 일단 닥치고 써!
그리고 후회해도 늦지 않아.
쓰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쓰고 난 후에 후회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그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책상 앞으로 가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방향?
쓰면서 잡아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