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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 진숙님 Jun 07. 2022

그래서 L&D가 뭔데요?

그게 뭔데, 뭐 어떻게 하는건데

내 커리어 백그라운드는 L&D고, 지금은 비록 HR팀에 속해있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영어로 이상한 전략 지원 어쩌고 팀이다) 업무를 찬찬히 뜯어보면 전부 L&D다. 대충 셀털이 되지 않을 정도로 (+ 회사에서 보안 경고를 주지 않을 정도로) 내 업무를 적어보도록 하자.


나의 메인 업무는 전환형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및 신규입사 전환자 프로그램 운영이다.

이렇게 쓰니까 굉장히 간단해보여서 좀 억울하다. 내가 11시간씩 일하는 게 고작 이 한 줄 때문이라니. 아무튼 이런 일을 맡고 있고, 보통은 이런 일들은 HR 내의 L&D 담당자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금 이 프로그램의 성향 자체도 L&D 성향이 강하고, 내 매니저 역시 나의 L&D 백그라운드를 보고 나를 하이어링 했다고 한다.



그럼 대체 L&D가 뭘까?

최근 HR팀에 다른 직무로 인턴이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오지랖이 발동해서 그 인턴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서 L&D가 뭐지? 하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오지랖이 좀 많이 발동해서 문서를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회사 컴퓨터에 있어서 가져오진 못하고 (가져왔다간 세큐리티 팀에 불려가요) 기억과 기력을 되살려 여기에 옮겨보도록 해 보겠다. 글이 길어서 아마 2-3편으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황금같은 주말에 늦잠도 자고 카톡 친구도 만나고 출근도 하고 게임도 하고 아무튼 끝내주는 은둔형 외톨이 현생을 살려면 브런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일단 이 모든 이야기는 나의 뇌피셜로, 전 글을 보면 대충 알겠지만 나는 약 4년정도의 경력을 가진 뺙뺙 애기 L&D HRer다. 이 글은 아침에 이 인턴분과 1:1하기 직전에 후다닥 경험을 꺼내 쓴 글이라 오로지 100% 뇌피셜이며 내 개똥철학이며 세미 오타쿠의 집념이 담겨 있음을 밝힌다. 공신력이 없으니 어디가서 이 글 보고 아는 척 하면 개쪽 당한다는 얘기다.



1. L&D가 뭔가요?


L&D는 Learning & Development의 약자로, 임직원의 전반적인 능력 개발을 총칭한다. 여기에는 세일즈/테크와 같은 기술적인 측면으로의 개발도, 리더십이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과 같은 소프트 스킬적인 측면으로의 개발도 모두 포함한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테크 컴퍼니다보니 나같은 비전공자 L&D는 소프트 스킬 발전 플랜에 좀 더 주력하고, 기술은 기술 트레이닝 팀의 협력을 받아 플랜을 세우고 세션을 매칭시켜주며 진행하는 편이다. 대충 '교육'이란 말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걸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소프트 스킬도 다루기 때문에 간간히 '문화'란 말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걸 다 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L&D보단 HRD라는 용어가 더 흔히 쓰이며, HRD는 HR Dㅏ (다) 한다의 약자라는 말이라는 농담도 있다. (사실 맞다. ❤❤...)


2. L&D는 왜 해요?


이 질문은 어디 가서 L&D를 한다고 하면 늘 들어오는 질문이고, 심지어 면접장에서도 들은 적 많은 질문이다. 물론 정답이 없는 물음이고, 이 짧은 물음에 한 마디로 멋진 답을 내릴 수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내 얘기 하는 걸 좋아하는 구구절절러이기 때문에, 보통 두 가지 축으로 답한다.


A.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L&D가 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

이 경우는 간단하다. 그냥 교육해요. 삼성 입사하면 신입사원 교육 받죠? 그거 하는 사람이에요. 하면 열 중 아홉은 고개를 끄덕인다.


B. L&D의 존재 의의에 대해 묻는 경우

이 경우가 굉장히 tricky하다. 보통 면접장에서 많이 묻고, 회사에서도 '저 부서는 뭔데 돈만 쓰지'하고 가재미눈을 뜨고 묻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떻게 대답하느냐는 본인의 L&D 철학에 달려있다. 보통 이 의도로 자주 나오는 질문의 워딩은 다음과 같다.


* HR도 종류가 많은데 왜 하필 L&D를 하세요?

* 교육이 좋으면 학교 가서 선생님 하지 왜 회사에서 일 하세요?

* 회사가 일만 잘 하면 됐지, 돈까지 들여서 교육을 시켜야 해요?


처음엔 딥빡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너른 마음으로 이해한다.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돈 못 버는 지원부서의 숙명이자 남들이 잘 모르는 롤의 숙명이 아닐지.


앞서 말한 것 처럼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여기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그게 나의 L&D 철학이 될 것이고, 직업 가치관이 될 것이며, 나의 Fit이 될 것이니. 어떤 직업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내 직업을 설명하기 위해선 직업에 대한 철학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3. 그럼 보통 어디로 취업해요?


주변 친구들과 스터디 친구들, 그리고 과거 컨설턴트 시절 돌아다니며 보았던 기업들과 수많은 면접 보고 까였던 기업들을 바탕으로 뇌피셜 분류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L&D 패스를 밟고 있는 HRer가 갈 수 있는 곳들이다.


A. 임직원 0-10명대 협회

- 협회는 보통 외부 행사를 자주 하며, 그 행사가 교육적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무원을 뽑을 때 L&D 경력자를 좋게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뭔가, 내부 직원교육을 잘 했으면 외부 교육 세션도 잘 기획하고 운영 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B. 임직원 2자리수 중소기업/스타트업

- HR One man team인 경우가 많다. 인사 담당자 한 명, 혹은 시니어 한 명에 어드민 한 명 규모의 작은 규모라 사실상 L&D만 집중할 수는 없다. 다만 조직 내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모든 이슈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 개인/조직 맞춤형 플랜 수립이 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했지 많이들 그렇다거나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시간과 리소스가 없겠지..

- 스타트업 중 문화 및 직원 개발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 L&D 경력이 있는 인사담당자를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누가 가르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L&D만 해 본 경력자는 선호하지 않는다. 막상 지금 당장 채용하고 이번 달 급여가 나가야 하는데 그 방면으로는 1도 모르는 사람을 데리고 뭘 어떡하겠나...


C. 임직원 3자리수 중견기업/대기업 계열사

- 1자리수로 구성된 HR팀이 있고, 각 전문 분야를 맡는 Specialist가 분야별로 1-2명씩 있다. 따라서 이 규모부터는 보통 1명의 L&D 담당자가 있다.

- 그렇다고 L&D 담당자가 언제나 L&D만 한다는 건 아니다. 다른 직무를 병행하는 2개 이상의 Specialist가 되던지, 아니면 BP 역할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모든 HR은 BP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D. 임직원 4자리수 대기업

- HR 조직 내 각 분야별로 팀이 나뉘어진다. L&D팀이 따로 있고, 요즘은 L&D팀과 조직문화 팀이 따로 나눠지는 경우도 많다. (사실 10년도부터 이렇게 됐다. 요즘이라기엔 라떼 시절이긴 함.) L&D가 팀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각 기능을 담당해서 오너십을 가지고 운영한다. (나는 신규입사자-저연차자 대상, 너는 리더십 트레이닝 대상, 너는 저성과자 및 해외 주재원 대상, 인턴은 모든 교육 책상 나르기와 법정의무교육 등)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니다. 누가 조사 한 것도 아니다. 근데 어떤 대학원생이 학위논문으로 조사했을 법 하긴 함. 저, 이따 3시에 약속 있어서 리서치는 못합니다. 물과 지식 탐구는 셀프입니다...


아무튼 하고자 하는 말은, L&D 업무 '만' 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있다. L&D '만' 해온 사람이 작은 규모의 기업에 가기는 쉽지 않지만, L&D '도' 해본 HR Generalist는 선호하는 스타트업이 쏠쏠하다는 것. 요새는 조직문화, 직원 발전 이런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튼 비전이 없지는 않는 직무라고 생각한다.


4. L&D 해서 뭐 하면서 먹고 살아요?


나왔다, 직장인을 향한 비전공자의 순박하고 날카로운 질문..

사실 대충 마무리 짓고 싶었지만, 이건 3과 이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3을 아예 다른 글로 빼기엔 분량이 애매해져서 그냥 넣었다. 원래 2+1 그런 거 있잖아요. 이것도 뭐 그런 거라고 생각 하세요.


L&D 경력으로 할 수 있는 것? 물론 많다. 엄청 많다. 그리고 여기 있는 것만이 꼭 길은 아니며, 아래 나온 길들은 내가 주로 보고 들었던 사례들일 뿐이라는 점을 알린다. 막말로 L&D 하다가 카페 차려도 본인이 원해서 전향했으면 커리어 패스가 아닌가. 아무튼 이 역시 뇌피셜이란 점 알아두자.


A. HR Generalist

-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바로 그 제너럴리스트. L&D도 할 수 있는 만능 HRer.


B. L&D Specialist

- L&D 위주로 경력을 쌓다가, 조직 내 L&D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되는 법. 내 전 직장 매니저는 L&D를 담당하는 BP였다. BP는 Specialist와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굳이 빼진 않겠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HR은 BP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C. L&D Consultant

- 컨설팅 펌의 조직 전문가, 교육 전문가로 들어가거나, L&D 컨설팅 펌에서 일 하는 경우도 있다. 3대 펌도 조직/교육 전문가를 채용하고, 잘 알려진 L&D 펌으로는 엑스퍼트, 능률협회 등이 있다. 휴넷같은 경우는 온라인 강의 제공 위주인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 축에 넣기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만 들어갈 수 있긴 하겠다.

(컨설팅 펌과 인력업체의 차이점은 '진단'과 '기획'을 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냥 니즈 듣고 우리 풀에 있는 강사와 강의 매칭해서 보내주는 건 인력업체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 오해는 마세요, 저도 첫 직장 기업교육 컨설팅펌이었습니다.)


D. 강사

- L&D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몇몇 세션을 직접 진행하게 된다. 이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어라.. 나 강의.. 좋아하네..? 가 된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강사로 전직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 강사는 보통 과정 전문가와 (한 주제에 대한 전문가) 방법 전문가로 (보통 퍼실리테이션 전문가) 나뉜다. 보통 거의 모든 강사가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룰 수 있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주력 주제와 방법론이 있으니 나의 무기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기를.

- 기업 내 컨텐츠 전문가가 되어 강의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B2C 기업은 CS강사를 고용한다) 컨설팅 펌과 협약을 맺어 펌에서 주는 의뢰를 수행하기도 한다. 기업으로부터 직접 의뢰를 받고 강의하기도 하는 편.

- 뭐든지 그렇지만, 본인만의 컨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힘들다. 컨설팅이 가능한 강사, 강의를 잘 하는 강사, 유명한 강사일 경우 강사료가 (몸값이) 올라간다. 소위 말하는 A급 강사들은 (비록 유명하진 않더라도) 기업에서 일 할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우도 많다고.


E. 연수원

- 대형 그룹사의 연수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연수원은 보통 운영 / 기획 / 강의 / 영업의 분야가 구분되기 때문에 커리어 패스를 잘 선택해야만 한다. 내부 이동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보통 연수원은 국내기업이고, 국내 대기업은.. 네... 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카더라 주의.

- 여러 계열사에게 전부 통용되는 플랜을 기획한 경험이 있기에, 홀딩스 등에서는 연수원 경험이 있는 L&D를 찾는 경우도 보았다.



이 정도면 대충 L&D가 뭔지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인턴 친구에게 보여줬던 자료를 바탕으로 + 말로 했던 이야기들을 조금 섞어서 적어보니 하나의 글이 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뿌듯하다. ^ㅡㅡ^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들 꼬꼬마 주니어 L&D의 뇌피셜 카더라 통신이니 분별력 있는 독자 여러분은 모두 거를 건 걸러서 10%만 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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