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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Aug 11. 2022

머드 축제에 안 갔다

보령, 2022. 8.8~10

1. 쏘카는 처음이라

덩치가 상당해진 청소년 둘에게 조금 더 안락한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렌트를 해서 가기로 하고, 돌잡이 막내딸과 엄마가 집 앞에서 타고 내릴 수 있게 쏘카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집으로 차를 배달해주고 다녀와서도 그대로 반납이 가능한 서비스가 쏙 맘에 들었다. 유사한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의 사용자 경험이 일반 렌트카와 비슷했기 때문에 쏘카도 다른 기대가 없었는데 첫 톨게이트를 지날 때 하이패스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차내에서 와이파이가 될 줄이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행담도 휴게소에서 넉넉히 40리터를 주유하고서야 심지어 주유 전용 카드가 장착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내돈내산 주유 8만 원 했는데 쏘카가 주유비를 부담한다니.. 쏘카는 주행 요금을 별도로 청구한다는 걸 그러고서 알았다.


2. 머드 축제에 안 갔다

코로나 이후 머드 축제 재개장 첫해에 보령을 갔는데, 정작 머드 축제에 가지 않았다. 우리 집 청소년 두 분께서 머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셔서.. 둘째 날 9시경에 대형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듣고 12천 원어치 폭죽 세 개를 사서 해변으로 가는데 대형 폭죽에 흥분해 거리로 나온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폭죽을 금지하니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코앞에서 폭죽을 파는데 폭죽이 언제부터 금지가 되었지, 싶어 가던 길 계속 가는데 과태료 5만 원 현수막을 보고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해변을 가로질러 경찰차가 질주하는 것을 보고 폭죽놀이할 마음을 접었다. 폭죽은 환불하고 편의점에서 따로 산 라이터만 덩그러니.  


3. 모든 식당이 삼합

여행을 떠나기 전 일정을 짜면서 매일 저녁을 맛집거리의 식당으로 봐 두었는데 첫날 거리에서 삼합을 배불리 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식당이 삼합을 주 메뉴로 하는 것 아닌가. 삼합이 물론 맛있었지만 매일 먹을 수는 없겠다 싶어 보령 맛집 하면 검색되는 소소한 식당들로 남은 일정을 변경했다. 비슷하게는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가 같은 곳에 있는 걸로 조회되길래 일타쌍피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갔더니 스카이바이크는 모두 포대에 덮여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짚트랙을 타고나니 비닐에 덮인 채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스카이바이크가 더 초라해 보였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숙박업소 클러스터인 대천해수욕장, 대세가 지배하는 보령이 보였다.


작년 부산에 비하면 여러모로 조촐한 여행이었지만 돌잡이 막내와 물놀이도 하고 잦은 이동 없이 편안하게 쉬다 온 휴가가 되었다. 쏘카의 와이파이와 유류비 지원을 돌아오는 길에 주유를 하고 난 뒤 알게 된 것은 유감이었지만 조기 반납 포인트와 함께 다음 여행도 쏘카와 하기로 다짐하며, 집에 돌아오니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이 필요한 모든 것이 집에 있었다. 여행은 일상 속에 흘리고 오래 비워진 자리의 결핍을 채우러 가는 것인가, 여행지의 결핍을 배우러 가는 것인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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