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커리어1_ 묻고 듣고 기록하는, 인터뷰어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엄마로 살아 온 시간동안 수많은 경험 속에서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고 키워왔습니다. 이제 엄마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의 씨드 커리어-인터뷰어, 독서모임리더, 작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전업맘이라도, 이전 경력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엄마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엄마이자 나로 살아가는 앞으로의 시간에도 도움이 될 커리어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세 가지 직업은 '연결하는 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어는 사람과 사람을, 독서모임 리더는 사람과 책을, 작가는 사람과 글을 연결하는 직업입니다. 날이 갈수록 세상은 각박해지고 단절되어갑니다. 그리고 기계나 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대체불가하며 지속가능하다는 결론이 납니다. 관계 사이의 온기와 에너지를 연결하는 일은 앞으로도 더 중요해 질 것입니다.
'연결감'이 중요한 이 시대에 자녀와 긴밀한 연결감을 경험해 온 엄마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직업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각 씨드 커리어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면서, ‘나는 어떤 커리어로 다시 시작할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하나를 정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씨드 커리어를 시작으로 무한히 창조되고 확장되는 자기만의 커리어 세계를 경험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인터뷰어interviewer’라니, 어쩌면 낯선 커리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은 이미 인터뷰어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인터뷰는 ‘묻고, 듣고, 기록하고’로 구성되는 대화입니다. 인터뷰라는 형식의 대화를 하려면 뭔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본은 간단합니다. 존경하는 인터뷰어 김지수 기자도, 사랑하는 인터뷰어 오프라 윈프리도 사람에 대한 ‘관심과 관찰’을 시작으로 인터뷰를 합니다. 묻는 비법, 듣는 비법, 기록하는 비법을 알기 전에, 그 대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관찰하고 싶은가. 더 알아가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나는 질문할 줄 모르는데...’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궁금한 것을 묻는 건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질문하는 존재라는 것을요.
안타깝게도 (개인에 따라 시기는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라면서 질문을 잃어버립니다. 궁금해 하며 질문을 해도 비난이나 야단을 듣기 일쑤니 질문을 멈추게 됩니다.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들로 인해 점점 세상이나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은 사회에 순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스스로 질문을 멈추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면, 다시 질문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궁금해 하고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며 대화를 합니다. 어떤 연유에서든 질문을 멈췄던 어른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연하게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시기는 바로 엄마가 된 이후일 것입니다.
저 또한 교육과 사회에 아주 순응적으로 적응하며 살아 온 사람이라, 질문이라는 것을 해 본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릴 때 나에게 질문이란 어른 말에 대한 딴지로 받아들여졌고, 그것을 지속하는 것은 저의 신상에 그리 이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머릿속에서 물음표를 지우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 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 하면 저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거의 하루 종일 질문을 듣고 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걸 질문이라고 하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아이는 나처럼 순응적인 사회인이 되기보다 질문하는 창조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입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아이가 하는 질문을 귀하게 여기고 잘 듣고 잘 대답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제가 아이의 마음이나 생각을 물어볼 때에도 주의를 하게 됩니다. 답을 정해두고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면 화를 내거나 나무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며 다음 질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내 의도대로 아이를 끌고 가지 않고 아이의 삶 속에 내가 초대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런 시간을 통해 엄마라면 누구나 좋은 인터뷰어가 될 자질을 충분히 훈련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질문하고 듣고 그것을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는 것은 엄마의 일상이니까요.
엄마는 누구나 인터뷰를 하고 삽니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갓난쟁이 시절에도 “배고파? 짜증났구나? 아프겠다, 그치?”라고 묻습니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묻고-듣고’의 연쇄작업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말이 통하고 질문을 할 때가 되면, 아이와 엄마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갑니다. ‘어쩜 저렇게 기발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하며 아이와의 모든 대화를 받아 적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엄마는 없을 것입니다.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기록한다면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육아일기가 될 수도 있고, SNS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는 육아에세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 아이를 보던 시선과 호기심으로 내가 더 알고 싶은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면 어떨까요? 나만 알기 아까운 누군가를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엄마가 된 후 키워 온 인터뷰 능력으로, 부모로서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제가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인터뷰를 통해 채워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애 키우면서 일하지?”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좋은 언니/오빠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작가님들과 사업가, 활동가들을 만나며 엄마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 또한 일과 육아 양 날개를 펼치고 있는 분들의 밀도 있는 인터뷰가 중요한 구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대상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내 아이, 내 남편으로 시작해도 좋고, 온라인 상에서 알게 된 랜선 친구여도 좋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여도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인터뷰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 본 사람을 인터뷰하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을 인터뷰한다면 인터뷰어의 시선은 확장되고, 세계는 넓어집니다.
인터뷰이와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는 관계가 되는 것은 인터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깊은 고민에서 나온 질문을 가지고 몰입도 있는 대화를 나눈 사람은 오래 기억되게 마련이니까요. 더 나아가서는 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막역한 친구 사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 중 일부를 미리 보여주고. 그 글에 대해 서면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했었습니다. 15명의 엄마들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인터뷰의 힘’을 경험했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이지만, 미리 글로 만나고 소통하던 분들이라 빠르게 친해졌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편안해졌습니다. 서로 ‘인터뷰어’가 되어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인터뷰이’가 되어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두 가지 자리에 머물러보는 연습을 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인터뷰의 유익함을 경험한 참여자 후기>
‘글이든, 말이든 서로가 서로를 가깝게 하는 것이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를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느낀 것은 인터뷰의 첫 출발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관심 있는 것만 관심 가져보는 시간이 아니라 관심 없던 것에도 관심 가져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오늘 모임을 통해 질문을 하려고 하니 물어보고 싶은 건 있는데, 더 선명한 답을 들으려면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고 글을 볼 때도 더 궁금증을 갖고 봐야겠구나 싶은 마음 들더라구요.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 통해서도 저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서평단 모임이나 연구소 모임들 들어와서 미처 생각 못했던 저의 지난 생각들도 정리가 되어 좋았어요!’
‘질문하고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기뻐요.’
‘오늘 시간을 통해 내가 인터뷰어도 됐다가 인터뷰이도 된 느낌이 아주 묘해서 그런지 '조갑경의 입맞춤'이란 노래가 계속 맴도네요. 오늘 시간 통해 한 분 한 분 다 궁금한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 나네요’
심리상담사 자격을 부여할 때, ‘내담자로서의 경험 시간’을 묻는 항목이 있습니다. 내담자 자리에 머물러보는 게 좋은 상담사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라고 보는 것입니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라는 건, 유명하고 잘 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인터뷰를 하고,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유니크한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우리가 서로에게 ‘인터뷰어’가 되고 ‘인터뷰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내가 궁금해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물어주고 들어주는 그와 소통하며 관계 맺게 된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더 귀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수시로 관찰합니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놀이를 누구와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떨 때 웃고 어떨 때 우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많은 것들을 관찰을 통해 알게 됩니다.
우리는 아이를 수시로 궁금해 합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유치원에서 점심은 뭘 먹었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와 가장 친하게 지내며 무슨 놀이를 할 때 가장 재미있는지 늘 묻습니다.
‘인터뷰’는 기술보다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에 엄마는 이미 최고의 인터뷰어입니다. 질문하고 듣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많이 성장하고, 그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나도 같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팀 페리스, 유재석, 김지수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인터뷰어라는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아이와 인터뷰를 먼저 시작하세요.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인터뷰한다고 생각하면 아이에 대해서 더 큰 호기심이 생길 거예요. 그걸 물어보고 나눈 대화를 기록해보세요. 그렇게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편하게 시작하면 됩니다.
[셀프 인터뷰]
‘인터뷰어’ 씨드 커리어 키우기
인터뷰어가 되어 나보다 앞서간 사람들 혹은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을 인터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1. 어떤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나요?
(예. 육아를 경력으로 만든 엄마 선배들 / 공주 놀이를 좋아하는 6세 여자아이들 /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등)
2. 왜 그들을 인터뷰하고 싶나요?
(예. 엄마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서 / 내 아이와 그 친구들의 마음이 궁금해서 /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공감하고 싶어서 등)
3. 어떤 질문을 하고 싶나요? 그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다섯 가지 적어보세요.
4.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요? 어디에 기록하고 싶나요?
(예. 먼저 육아를 경력으로 만든 선배들의 이야기를 주변과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인터뷰 하고 싶은 사람을 선정해서 메일을 보낸다. Zoom으로 인터뷰를 녹화하고 녹음파일을 참고하여 블로그에 인터뷰 내용을 기록한다.등.)
5. 가장 먼저 누구를 인터뷰하고 싶나요? 그 인터뷰를 시작으로 인터뷰어로서 경력을 만들어간다면, 5년 후에 여러분의 커리어는 어떻게 성장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