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골드 Oct 29. 2022

[롤모델 인터뷰1] 진로와소명연구소 정은진 소장

판을 만들고 펼치는 네 아들의 엄마와 인터뷰

정은진 소장님이 운영하시는 ‘진로와소명연구소’는 엄마성장연구소의 롤모델입니다. 소장님은 자신의 경력과 경험, 지식과 성장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이라 (저의 표현으로는) 원조 ‘커리어 메이킹 맘’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가정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업이나 일의 형태에 한계를 두지 않고 여러가지 판을 기획하고 만들어가시는 분인데요. 아들 넷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자체로 리스펙 입니다! 정은진 소장님과 나눈 엄마의 커리어 이야기를 통해 인사이트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김수경: 소장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은진: 공식적으로는 진로와소명연구소 소장이자 상담과 환대의 집 <오두막> 지기입니다.

뭘 하냐고 물어본다면 크게 두 가지, 가족의 회복과 성장을 돕는 일과 각 개인이 고유한 진로와 소명을 찾아가는 일을 지원하고 있어요. 상담자 및 코치,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정체성인 ‘운동가’이기도 합니다.      



김수경: 진로와소명연구소를 10년 운영해 오신 것으로 알아요. 최근에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다는 것(오두막 지기와 운동가)이 인상적인데요.      


정은진: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담자를 꿈꿨고 그 일을 했어요. 아이를 키우다보니 코칭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상담자이자 코치로 일을 해왔고요. 그러다가 연구소를 만들게 되고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내가 판을 크게 키우고 만들고 협업하며 운동을 일으키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새롭게 ‘운동가’라는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어요.          



김수경: 그럼 상담자, 코치, 운동가 등으로 정체성이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소장님의 커리어에 육아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정은진: 우리가 보통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생각할 때, T자를 생각해요. 10년 정도 하고 나면(↑) 전문가가 되어 옆으로 확장한다(⇔) 고 생각하죠. 하지만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요즘은 파이(∏) 모양으로 설명하기도 해요. 하나가 아닌 두 개 정도 좀 더 멀티한 커리어를 키워서 펼치게 된다고요.    

  

T자이든 ∏이든 엄마들은 아이를 양육하면서 그동안 열심히 쌓아 온 커리어가 끊어졌다고 생각해요. 즉, 잘 만들어오던 커리어 패스를 이탈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스스로를 ‘루저loser’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커리어 패스라는 개념보다 커리어 포트폴리오라는 개념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요.      


커리어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보면 루저가 아니라 ‘더 넓어졌다, 더 다양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기존에 생각해오던 커리어 패스로 갈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커리어가 단절된 것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육아라는 건 나 자신을 아주 깊게 보게 되는 경험이고, 상대를 깊이 수용하는 경험이고, 최고의 갈등을 계속 경험하며 안으로 점점 깊어지는 엄청난 경험이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왜 이렇게 맘에 안 드나, 내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돼요. 내면으로도 깊어지고, 외면으로는 강해져요. 실제로 아이가 어릴 때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계속 터지는 문제 해결을 하면서 매일매일 더 깊고 넓고 풍요로워지는 개념이라고 해석하고 싶어요.      


예전에 생각했던 커리어 패스로는 못갈 가능성이 많죠. 예를 들어, 실험실 같은 데서 일해야 했었다면 그런 쪽으로 다시 가기는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경로를 생각하게 되고, 개발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요.          



김수경: 소장님은 더 좋은 쪽으로 경험하고 계신거죠?      


정은진: 더 좋다고 생각해요. 결혼과 육아를 내가 선택했으니, 그것에 대해 책임도 내가 져야하는데, 그 책임을 억지로 질 수도 있고, 즐겁게 질 수도 있잖아요. 이제까지는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을 걸었다고 한다면 육아는 정해진 길이 아니기 때문에 육아 이후의 커리어는 굉장히 창의적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창의적인 길을 기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누가 해주면 좋겠죠. 창의적인 길이란 건 결국 불확실한 길이기 때문에 내면의 힘이 강하지 못하면 그 길을 가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육아가 그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다른 대안이 없잖아요. 아이를 키우며 커리어를 키울 수 있는 정해진 길은 없으니까, 스스로 만들어야지요.          



김수경: 아들 네 명을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가 특히 선생님의 커리어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정은진: 엄청 크죠. 저는 제 커리어에서 아들 네 명이 최고의 약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취업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기존 질서에 더 이상 편입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걸 뒤집어 보면 가장 큰 강점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부모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아들 넷이란 걸 밝히면 일단 부모들이 빵 터져요. 빵 터진다는 것은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이 무너졌다는 뜻이에요. ‘저 사람 이야기는 들어볼만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자신이 최고의 약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최고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지점이 결국은 지금의 제가 자녀 양육에 대한 강의를 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또, 라이프코칭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런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은 사람은 나를 이해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시는 것 같아요.      



김수경: 최고 약점이었던 것이 강점으로 바뀌면서 신뢰와 강력한 힘을 주게 되는 군요. ‘저는 애가 하나밖에 없는 데요’ 라고 말한다면, 강점이 약한 건가요?     


정은진: 애가 하나면 커리어에 훨씬 더 빨리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게 또 강점이죠.

저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애가 하나인 것, 특히 딸 하나 인 것은 아주 큰 강점이다’라고요. (웃음)    



김수경: 진로와소명연구소를 운영하신지 10년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그 전에 경력단절의 시간이 있었나요?


정은진: 진로와소명연구소가 만들어 지기 전에 선교사 가족으로서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4-5년의 시간이 있었어요. 그 때 원래 하던 일을 못했지만, 저는 그걸 경력단절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돈을 안 벌었다 뿐이지 아프리카에서도 상담하는 일을 계속 했기 때문에 그게 다 경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경력’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요. 경력증명서를 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래 하고자하는 그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게 경력이라고요. 누가 인정해주는 거 중요하지 않아요. 20대의 커리어를 보는 관점과 3040의 커리어를 보는 관점을 달라야한다고 생각해요. 20대는 주로 누가 나를 뽑아줘야 하죠. 약간은 수동적이고, 누군가 타인이 나를 증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3040은 내가 나를 증명해야 해요. 누가 나를 증명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이걸 뛰어넘어가는 게 중요해요. 내가 찾아가고, 내가 어필하고, 내가 만들고. 그 시기에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는 3040이지만 시각은 20대에 있기 때문에 그 갭이 너무 큰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수경: 그 갭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정은진: 많은 엄마들이 말해요. “난 이제까지 한 게 없어요.” 그럼 저는 말해요. “왜 한 게 없어? 육아를 했잖아.”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그 시간에 대한 의미부여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육아를 하면서 내가 무엇이 자라났는가를 정확하게 성찰해야 해요.


아무것도 안한 시절이 있나요? 애 키우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애가 이렇게나 컸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안했다고 할 수 있어요. 커리어를 위한 하드웨어적 스킬이 자격증을 따고 기술을 익힌다는 거면, 소프트웨어적 스킬은 내면의 강함이 커졌다든지, 인내심이 올라갔다든지 하는 것들이에요. 사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소프트스킬이 더 중요해요. 하드스킬이 있어도 소프트스킬이 없으면 나갈 수가 없잖아요.      


20대에서는 스펙이 중요하다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내가 그 시간을 날려버렸어.’ 라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잘 하는 게 없지 않아요. 다만 혼자 의미부여가 안되니까 그걸 질문해주고 발견하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죠. ‘기-승-전-나는 못 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서 도움이 필요하죠. 의미를 같이 찾아주는 사람을 통해서 ‘내가 이런 부분이 많이 자라났구나.’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김수경: 저는 엄마들을 만나면 꼭 엄마 경력 몇 년차인지 물어봐요. 소장님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정말 반갑네요.     


정은진: 너무 좋은 질문이에요. 사회가 말하는 경력단절의 시간이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경력을 쌓고 있는 거예요. 그게 아이만 키우는 일일지라도요.      


김수경: 커리어라는 것이 수익을 창출해야만 혹은 성과가 떡하니 나와야 경력이 된다는 생각의 프레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은진: 맞아요. 우리가 보통 일을 볼 때, job - career- calling 세 가지로 봐요. 직업(job)은 돈 벌려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에요. 육아를 직업(job)으로 보지 말고 경력(career)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리어는 승진이나 성장이 가능한 것이니까요.


언젠가 한창 아이들을 키우다가 친정엄마에게 ‘너 인생의 전성기가 언제냐?’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아이 네 명 키우는 게 가장 큰 약점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오지 않은 전성기 때 꽃 피우려면 이 아이들을 정말 잘 관찰해야겠다 생각했고, 그때부터 육아를 커리어로 전환시키는 사고를 했어요. 육아일기도 쓰고 공부도 하면서요.


육아를 소명(calling)으로 생각하면 제일 좋죠. ‘애 키우는 게 너무 좋다, 더 키우고 싶다’ 하는 분들도 실제로 있어요. 하지만 많지는 않아요. 이상적으로는 소명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커리어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돈을 버느냐 안 버느냐가 아닌 것 같아요. 남편의 ‘돈도 안 벌어오고’라는 말에 자존감이 흔들리거나 혹은 돈을 벌어야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건 자기 문제라고 봐요. 육아를 하며 산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특별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내가 참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배우는 때인 것 같아요. 남이 뭐라 하든지 무슨 상관이에요.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것 자체가 300-500만원 정도를 버는 거라는 걸 알면 좋겠어요. 그걸 남편에게도 강력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요.     



김수경: 사형제를 키운 경험이 소장님 커리어에도 굉장히 많은 도움과 영향을 주었다고 하셨는데, 엄마라서 좋은 점 3가지를 묻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은진: 첫째, 엄마로서 좋은 점은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김수경: 그러네요! 가족, 특히 아이들이 많을수록 사랑도 더 많이 받는 거네요.      


정은진: 맞아요. 이게 저에겐 참 충격적인 전환이었어요. 전 제가 애들을 사랑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저를 더 많이 사랑해 줘요. 애들이 더 우리를 잘 용서해요. 엄마들 다 알잖아요. 이게 제일 좋은 점이에요.      


김수경: 정말 관점의 전환이네요. 아이가 많으면 ‘내가 챙겨줘야 될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더 많이 사랑받는다’라는 시선이 정말 멋져요.      


정은진: 챙겨주는 거는 애들 어릴 때 잠깐이에요. 이제 크면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이 대화할 대상이 더 늘어나고 그런 거죠.      


두 번째 좋은 점은 ‘다른 엄마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엄마로서의 공통 관심사가 많으니 더 많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세 번째로 이어지는 것은 그래서 ‘엄마라는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예요. 비즈니스적으로 엄청난 시장이거든요.     



김수경: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책의 예상 독자를 밀레니얼 세대 엄마들로 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80년대 90년대생 엄마들이죠. 그런 세대들은 우선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엄마가 이래야 돼 여자는 이래야 돼.’라는 말 너무 싫어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뭔가 생산적인 어떤 일을 하려고 엄청 애를 쓰는 세대인 것 같아요.      


좀 더 많이 살아온 아이를 좀 더 많이 오래 키워온 선배로서 소장님이 해주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정은진: 일단 저는 정말 격려해 주고 싶어요. 무언가를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그런 게 많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잖아요. 그런 점에 대해 일단은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해 주고 싶은 말은, 인생을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에릭슨의 심리 사회 발달 단계의 주요 발달과업을 보면, 40-50대는 ‘생산성과 침체성’ 이에요. 40-50대가 되면 내가 이제까지 갈고 닦아온 것을 누구에게 전수해 줘야 되는 그런 인생의 발달 단계가 와요. 그런데 자녀가 있으면요. 그게 가장 최고에요. 왜냐하면 그 아이들이 내 유산이니까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내가 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 때문에 혹은 다양한 이유로 자녀를 안 갖기로 했을 경우에, 그 때쯤 되어서 허무함을 느끼시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후학을 양성할 수 있으면 그마나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많이 힘들어지시더라고요.   

   

내가 교수가 되었다거나 혹은 선생이 되어서 자녀 대신 내가 이제까지 쌓아왔던 것들 전수해 줄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좋은데,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여행도 갈 만큼 가봤고, 음식도 먹을 만큼 다 먹어봤고, 뭘 할 만큼 다 해봤는데, 혼자 있을 때 인생이 급격히 허무해지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사람을 남기는 게 제일 중요하구나’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돈을 많이 벌어야지, 무엇을 해야지 등을 결정할 때, ‘내가 이 결정을 50대가 되어도 후회하지 않을까?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는 식의 좀 장기적인 그림을 가지고 지금의 결정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수경: 맞아요. 결국은 사람만 남아요. 그중에 자식이 최고봉이네요.     


정은진: 최고죠. 그래서 내가 걔한테 뭘 기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너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너도 이렇게 살면 좋겠다. 엄마가 이렇게 살아보니까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더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참 좋아요.     


올해 고3인 첫째 아들과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거든요. 얼마 전에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엄마 이러다가 위인전 나오는 거 아니야?” 이 말에 제가 완전 빵 터져가지고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 근데 쓰려면 네가 써라” 이렇게 얘기했는데, 사실 정말 고마웠죠. 왜냐하면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엄마에 대해서 세상에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저는 그게 제일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내가 아이랑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아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것이 가장 보람된 것 아닌가 싶어요.     



김수경: 장기전이라는 말이 정말 와 닿아요. 저를 포함한 우리 세대에는 그런 눈이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일할 수 없는 ‘몇 년’ 여기에 꽂히면 막 불안하고 걱정되고, 그러니까 육아도 망치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이 시간을 내 인생 플랜에 대해서 다시 짜볼 수 있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든다면 정말 인생이 다르게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정은진: 제가 쓴 책 두 권이요. <우리아이 기초 공사>를 기본서로 보시고, <소명 Re:Start> 6장에 제가 '육아와 소명'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는데 그 부분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떻게 진짜 어른이 되는가>도 꼭 추천하고 싶어요.     


김수경: 저도 정말 좋아하는 책들이네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정체성과 커리어들을 개발하고 성장해 오셨는데, 앞으로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은진: 그러게요.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저는 ‘뭘 해야 되겠다’는 정체성이 계속 변화해요. 상담자로 살려고 했는데 아이 4명 키우면서 코칭이 나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고 코치가 됐어요. 또 제가 작년에 <아름다운 작당>을 하면서 상담과 코칭 외에 전문가들과 계속 협업하면서 프로젝트를 만들고 판을 까는 PM을 하는 리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근래는 국제크리스천코치협회(ICCF)를 창립하는데 깊이 관여하고 있고요.     


그래서 비전이라고 하면, 뭘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더 잘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나랑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장하고 살아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불합리한 구조, 공동체 등 큰 판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그 영역에서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걸 기다려야죠. 제가 잘할 수 있어서 한 일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돼서 했는데 제가 잘한다는 걸 발견한 경우도 많거든요. 그 때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니까, 그럴 때 내가 그 손을 잡으면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구나. 내가 이런 것도 좋아하는 구나. 잘하는구나.’하면서요.     


김수경: 소장님도 여전히 자기를 발견하며 성장 중이라는 말이 큰 위로와 응원이 되네요. 3040 엄마들의 커리어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시고, 살아있는 삶에 대한 역동성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성장연구소 X 진로와소명연구소 (2020년 6월 북콘서트)


작가의 이전글 엄마로 살며 키워온 능력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