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 치열하고 자유로운 계절.
여름에 태어난 나는 유독 더운걸 잘 참는 성격이다. 예전에는 몸이 차가운 편이라 그렇다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더운 걸 좋아해서 그런것같다. 몇 년 전에 지금은 조금 멀어진 친구가 생일카드에 써준 말을 좋아한다. ‘여름에 태어났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의 주연아’ 라고 쓰여있던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방 벽에 붙여두었던 기억이 있다.
두꺼운 옷에 움츠리며 지내는 겨울보다
날개뼈를 열어 손부채를 만드는 여름이 좋다. 복숭아와 옥수수, 콩국수가 좋고 젓가락에 달그락거리는 물컵 속 얼음소리가 좋다. 거실에 틀어둔 선풍기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가 거슬리지 않는 계절이 좋다.
격무에 시달리던 최근 몇 달 뒤에 내게 남은 건 안구 건조증과 수면 부족이지만 되돌아보니 그런 뜨거운 하루하루도 여름만큼이나 내게 즐거웠던 것 같다. 내몸을 보살피기 위해 이제 한동안 여유로운 일상을 짜낼때에도 그런날이 가끔은 그리워지는 걸 보면,
지내다보니 벌써 말복이 지나고 처서가 다가올 만큼 사랑하는 여름이 지나가고있지만, 바쁘고 몽롱한 하루속에서도 평온히 지낼 수 있었던 건 언제나 돌아오는 일상의 조각들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운동을 다녀오고 강아지 산책을 하고, 자기 전 깨끗히 씻고 책을 읽는 시간이 돌아올 때면 하루의 기억들이 미화되어 들어온다. 바쁜 몇 달 속에서도 계절이 꾸준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내년의 여름에도 이런 하루들이 기다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