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정말?>
말숙은 택시를 탔다. 자주 탄다. 자주 타니 같은 기사님을 3번까지 만난 적도 있었다. 말숙은 유쾌하고 친절하며 배움의 자세가 충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다. 2번의 학과(필기) 시험합격?, 또 시간이 지나 다시 학과시험, 또 통과?, 용기 내 기능시험 도전 또 통과?, 순조롭게 시험에 통과됐지만 마지막 도로주행은 선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숙은 알고 있었다. 메타인지가 좋은 말숙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그래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자세가 넘쳐나게 풍부했다. 모두를 위한 도로교통법을 완벽하게 지키고, 운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시간이 멈출 수 있기에,
오늘도 말숙은 존경을 가득 담은 마음으로 택시를 탔다.
요즘 말숙은 *스레드(텍스트 기반의 sns플랫폼)에 빠져있다. 난생처음 하는 sns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상태다. 댓글과 답글을 쓰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마치 1930년대의 다방(문화 살롱)에 앉아 농후한 담배연기와 쌉쌀한 쌍화차를 머금고, 예술가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그런 클래식한 낭만을 주는 곳, 좋아하는 것을 소리가 아닌 글로 정성껏 빚어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곳은 말숙의 가라앉아 있던 깊은 심연의 활자들을 하나하나 건져, 그녀의 시간을 다정히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의 스레드에 빠져 있던 말숙에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부스럭부스럭? '낯선 소리다. 택시 안에서 들리는 소리일리 없지.'
다시 스레드에 풍덩. 바스락바스락? '뭐지?'
‘이건 진짜다!’
말숙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몰입이 완전히 깨지니, 앞에 기사님의 등이 실룩거렸다.
“냠, 냠, 냠, 냠!”
기사님이 바삭바삭한 무언가를 드시고 계셨다.
와우, 택시 안이다. 분명,
‘이 정겨움은 어쩌나!’
말숙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마디를 던졌다. 아주 세게! 아주! 다정하게!
순간 기사님은 무언가를 몰래? 먹다가 들킨 사람처럼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다시 말숙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면 간식?”
기사님이 대답했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네, 간식이에요.”
그때부터였다.
말숙은 궁금했다.
‘무슨 간식일까? 무슨 간식이기에, 승객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입에 넣고 계셨을까?’
“과자예요?”
“아니요,”
“뭔데요? 그럼?”
“라면요.”
“네? 생라면요???”
갑자기 주머니 속에 단무지를 가지고 다니던 아이가 생각났다. 노란 단무지! 말숙을 한참 동안 웃게 만들었던 그 귀여운 아이의 단무지!
‘생라면… 혹시 뿌셔뿌셔일까?’라는 보편적인?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근데
아니었다!
말숙은 스레드에 빠져 있던 모든 마음을 꺼내, 기사님의 생라면 사랑에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폭풍질문이 솟아났다.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말 신선했다.
♡지금부터는 기사님께 직접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1> 언제부터 생라면을 드시게 되었나요?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말숙 ♡속마음: 오래되었다는 뜻이군)
2>왜 생라면을 드시는 거예요?
-생라면 보다 맛있는 게 없어요.
(여러 간식들을 섭렵한 후 내린 결론, 오! 진짜 고수다!)
3>생라면의 맛은 어떤가요?
-다 맛있어요. 짭조름하고 바삭하고.
(말숙 ♡속마음: 생라면의 본질을 이미 정의했군.)
4> 어떤 방법으로 생라면을 드시는 게 제일 맛있어요? 가령 수프를 뿌려드신다거나….
-그냥 면만 먹지요. 그게 젤 맛있어요.
(말숙 ♡속마음: 오, 가장 순수한 답!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정갈하군!)
5>그럼 어떤 라면의 면이 제일 맛있어요? 두근두근
-그런 거 없어요. 전부 맛있어요. 아무거나 사서 먹어요.
(말숙 ♡속마음: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다. 배워야겠다!)
6> 마지막으로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처음에는 나만 먹었는데, 지금은 온 가족이 같이 먹게 되었어요!
(말숙 ♡속마음: 배려와, 존중이 가득한 사랑의 집안이군!)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신 기사님은 아주 신나 보였다. 생라면은 그의 가장 소중한 이야기였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 주신 기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생라면과, 행복하세요!
♡말숙과 기사님의 대화에서 얻어갈 하나의 팁: 대화를 보시면, 말숙의 속마음을 ( )안에 적어두었어요. 우리는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의 마음속까지 명확히 알 수는 없어요. 찬사가 조용히 쏟아지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말이죠. 그러니 대화 속에 겹겹이 담긴 뜻을 섣불리 왜곡해서 생각하지 마세요. 위의 대화처럼, 상대의 마음은 향기로 가득한 꽃밭일지도 모르니까요.
by woo-A
*스레드(Threads:실, 실타래)는 메타(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소셜네트워크 회사)가 새로 출시(2023년 7월 5일)한 텍스트 기반의 SNS 서비스예요.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어 있어서 인스타계정만 있으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