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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의 오늘*

-제2화: 나란히 걷는 것의 시작

by 우아랑 아이랑


“안 돼! 가까이 오지 마!”

소소는 소리쳐요. 갖고 있던 용기를 모두 꺼내요. 두려움이 순간, 소리로 변해요.

“야옹.”


소소는 얼굴을 감싸고 있던 자신의 손을 툭 떨어뜨려요.


‘뭐야. 고양이였어.’


소소는 자신의 두려움이 고작 고양이었다는 것이 속상해요.

소소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봐요.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려요.

소소가 알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에요.

“야옹.”


소소 쪼그리고 앉아요.

“너 누구야?”


반짝이던 그것이 말해요.

“난 고양이! 넌 고양이도 몰라?”


소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요. 그리고 도도하게 팔짱을 끼고 내려다봐요.

“왜 고양이야?”


반짝이던 그것이 잠시 망설여요. 그리고 앙증맞은 더듬이를 이리저리 움직여요. 그리고 단호하게 말해요.

“왜! 라니? 고양이니까 고양이라고 하지!”

소소는 고양이라고 우기는 반짝이는 그것이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나요. 소소는 자신의 생각을 친절하게 설명해요.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달팽이라는 작은 동물과 너의 모습이 똑같아. 아주 많이 닮았어.”


반짝이던 그것이 잠시 또 망설이다, 낮은 목소리로 말해요.

“겉모습이 닮았다고 다 달팽이는 아닐 수 있잖아. 난, 고양이야.”

소소는 방긋 웃으며 말해요.


“그래, 닮았다고 다 달팽이는 아니겠지. 그럼 넌 이름이 뭐야?”


반짝이던 그것이 잠시 눈부신 해를 쳐다보더니, 시무룩하게 말해요.

“없어. 이름.”


소소는 뜻밖의 대답에 좀 미안해요.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줄까?”


반짝이던 그것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더듬이로 끄덕끄덕 대답해요.

소소는 고개를 왔다 갔다, 잠시 고민하더니 활짝 웃어요.


“냐롱이 어때?”


반짝이던 그것은 난생처음 이름이란 것이 생겼어요. 무척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좋아요.

“냐롱…이…… 좋아.”


그렇게 냐롱이가 소소에게, 소소에게 냐롱이가 왔어요.

소소는 늘 익숙했던 두려움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줬어요. 그리고 소소는 냐롱이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따라 걷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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