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준비 24
아이스버킷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는 물론 정,재계 유명인사와 평범한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그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란 루게릭병(ALS)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이다. 한 사람이 세 사람을 지목하면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에 도전하거나 ALS 재단에 100달러를 기부하고 지목을 이어간다. 비슷한 형식의 모금운동이 이전에도 몇 차례 시도된 바 있지만 이번 만큼 세계적인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키고 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전한다는 목적에 있어선 다른 기부캠페인들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대부분의 기부캠페인이 기부자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알리고 그에 대한 도움을 구한다면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도움행위와는 직접적 상관이 없어보이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본질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 형식에 다단계적 전파성까지 갖고 있기에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으나 동시에 ALS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라는 본질과는 괴리될 수 있다. 물을 쏟기 전 깔깔대고 환호하는 건 물론 알몸으로, 혹은 속옷이 비치는 옷을 입고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여하고 심지어는 얼음물을 쏟기 전에 카메라에 대고 상업적인 광고를 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목적은 정당하지만 수단은 부적절하게 되기 쉬운 것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네 가지 쟁점으로 압축된다. ALS 재단에 기부하는 행위가 다단계 방식의 과시적 놀이문화로 이루어지는 것의 문제, 캠페인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변질되거나 희화화되는 것의 문제, 깨끗한 물을 필요하지 않은 곳에 소비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 다른 기부캠페인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들은 공통적으로 아이스버킷챌린지의 근본취지에 동의하지만 그 수단에 문제를 제기한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이러한 비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캠페인은 과시적 놀이문화로 확산되었으며 그렇기에 희화화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쉽고 깨끗한 물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유명해질 수록 다른 기부캠페인을 소외시키게 마련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아니었다면 ALS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란 점에 있다. 이 캠페인은 본질적으로 과시적 놀이문화의 성격을 갖고 있고 바로 이러한 성격이 캠페인을 유행시켰기 때문이다. ALS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캠페인의 부작용도 적었겠지만 캠페인의 확산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소외받고 있는 다른 '순수한' 캠페인의 경우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ALS 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부터 현재까지 3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조성됐고 60만 명이 넘는 새로운 기증자들을 얻었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던 캠페인 전의 상황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대체 이 캠페인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ALS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얼마나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가. 이 캠페인을 통해 ALS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기부가 이뤄지며 이런 결과에 만족을 표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많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물론 비판점들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와 그 수단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대한 비판은 지나친 부분이 있다. 상당한 양의 깨끗한 물이 소모되고 캠페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생겨나며 일부에서 과시적 놀이문화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더라도 아이스버킷챌린지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ALS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러한 관심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며 ALS에 대한 지금의 관심이 다른 도움이 필요한 곳에 쏟아질 새로운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옳다.
2014. 9. 7. 일요일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