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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Jan 04. 2024

부디 다음이 있기를

단상

반짝다큐페스티발 폐막.


 한 관객이 말한다. 얼마 전 이창동 감독과 자리를 가졌다고, 그가 말하길 이 시대 영화란 환경과 같은 운명이라고, 결국 멸종될 것이라고 말이다. 너무 슬펐다는 그의 말이 슬프지도 않게 다가오는 건 나 역시 이 모두가 마침내 지고 말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별은 타기를 멈출 것이며 술은 익기를 멈출 것이고 나 또한 마침내는 죽고 말리라는 것과 같은 일이다. 끝내 저버릴 것을 알지만 나는 그 모두를 사랑하여 슬퍼하기보다는 그 오늘을 아끼려는 것이다.


 영화제를 연 이들이 지속 가능한가를 묻는다. 지원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행사였다고, 지속성을 감당할 수 없는 솔직한 소감들을 쏟는다. 결국 자생할 수 없는 영화예술의 운명이 들으면 들을 수록 생생해진다.


 극영화도 어렵다고 하는데 독립 다큐멘터리의 운명이야 더욱 그럴 것이고, 다큐영화제에 대한 일반 관객의 관심 또한 참담할 뿐이다. 노력에 걸맞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창작자들과, 또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영화제의 살림살이가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한다. 이곳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지만 막상 젖도 꿀도 빨지 못하는 굶주림이야 어느 누가 반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곱씹을 수록 이창동 감독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영화는 결국 멸종할 것인가. 그보다 몇발쯤 앞서 다큐멘터리가, 또 영화제가 멸종할 것이다. 곧 죽을 무엇을 그래도 살려보겠다 발버둥치는 이들 앞에서 나는 나 또한 그것을 사랑한 적이 있음을 절절히 깨닫고 만다.


 그럼, 부디 다음이 있기를.



2023. 3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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