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권의 책도 다른 책과 전혀 다른 빛을 발하는 이 자리에서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로 기꺼이 나아가야 하겠다고 결심한다. 시리게 푸른 곳으로, 넘실대는 붉음으로, 느끼고 맛보는 내 육신을 밀어서 내가 겪지 못했던 곳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모두가 저만의 상대와 싸우는 게 삶이다. 누군가는 훔치는 것을 누군가는 공들여 배우려 하고 또 누군가는 끝끝내 스스로 빚겠다고 고집한다. 누군가는 승리하여 패자가 되고 누군가는 실패하여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 끝에서 알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나를 의지하여 나아갈 뿐이다. 오래 전 인기 없는 철학자가 그랬듯이.
2023. 4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