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rinity Lee
Feb 21. 2022
내가 살아온 모습은 크리넥스 각티슈 같다.
어떤 기억이 떠올라 눈물 지을 때가 있다. 눈 주위를 꼭꼭 찍어내 화장으로 얼룩진 티슈 한 장이 손 안에서 구겨지고 또 구겨진다. 한바탕 난리굿을 하고 나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된 티슈 몇 장이 내 앞에 나뒹군다.
톡 뽑혀 나오는 티슈처럼 한 가지 일이 완전하게 뿌리 뽑히면 좋으련만, 또 다른 티슈 한 장이 똥꼬에 매달려 따라 나온다. 뽑아도 뽑아도 새 얼굴을 내미는 꼬락서니가 신경을 긁는다. 어떤 일에도 완벽한 끝은 없다고, 또 생길 거라고 말해준다.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씨발, 젠장... 욕설을 내뱉고는 장면을 강제 종료해버린다.
난 그때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각티슈를 늘 주변에 둔다. 자주 톡톡 뽑아 쓴다.
콧물을 닦고, 어떤 때는 다급하게 코피를 막고, 뭔가를 엎지른 당황스러운 순간에는 실수를 감추기도 하고...
이제 티슈를 버리지 않고 모아야겠다. 차곡차곡 글로 담고 싶다. 한 장 한 장 펴보며 이게 나한테서 나온 것임을, 나라는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싶다. 또 바보 같고, 부끄럽겠지만...
아, 이런! 이게 나야!
또 바람이 분다.
흔들려야지. 그리고 날아오를 거야. 크리넥스 티슈처럼 작고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