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바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내가 서울에 갈 때마다 제일 어이없는 말은
'한강뷰'라는 말이다.
광활한 부산 바다에 비해 보잘것없는 물덩어리에, 콘크리트 트랙을 따라 (달리는 것도 아니고) 기어서 흐르는 하찮은 물 꼬락서니라니...
저거 보겠다고... 쯧쯧
그럼 거대한 물의 광야인 부산 바다는 마음에 드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광활한 스케일에 놀라지만 그것도 딱 15분!
끝 간데없이 그저 펼쳐져있기만 한 바다가 점점 지루해지고, 23분 38초가 지나면 나를 둘러싼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고 만다.
내가 사랑하는 바다는 통영 바다이다.
아기자기한 이 바다는 가만히 있는 듯한데도, 한 걸음만 옮겨 보면 다르고, 뒤돌아보면 또 다르고...
숨었다가 나타나는 섬, 굽이굽이 물길, 물인 듯 땅인 듯... 봐도 봐도 새롭다.
앞으로 나아가는 배가 V자 뒷 수염을 크게 그리는 걸 보니,
바다라 불리는 저 물결 천 아래 깊은 곳에 드러누워 있는 선녀 할매가 일어나기 싫어서 꾸무적대며 천 바로 아래에 손가락을 대고 길게 그어보는 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5년 전이었나... 그냥 한번 들러본 통영 바다에 반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데, 저 바다는 늘 새로워서 미쳐불겄다.
나는 언제 너한테 익숙해지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