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ok Trinit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inity Lee Jan 14. 2021

치명적인 사랑

과녁에게 쓰는 편지

화살을 날린다. 아니, 유혹한다. 너를 얻고 싶다.


수없이 작업을 걸지만 너는 반응이 없다. 다른 이들의 말은 척척 받아내면서 내게는 왜 이리 싸늘한지...

나를 외면하는 너를 부수고 싶다.


까만 네모 정장에 동그란 빨간 심장을 보란 듯이 아무에게나 내어놓는 너는 대담한 바람둥이. 

삐딱하고 섹시하게 몸을 살짝 뒤로 젖히고는 숲 건너 음침하게 나를 쳐다보는 나쁜 남자.


아무래도 악연이다. 내 이름은 ‘어진 마음(인*)’이다. 나의 어짐을 갖고 놀려는 너의 빨간 심장을 꿰뚫고야 말겠다. 


햇살 맑은 어느 아침, 너를 부수려고 화살을 날렸다. 임무에 실패한 화살을 거두며 네 앞에서 너를 노려보았다.


빈틈없이 빼곡한 깊은 상처들을 보았다. 빨간 심장에서 배어 나오는 무수한 아픔의 냄새를 맡았다.


너의 상처에 나는 힘이 빠졌다. 뻔뻔하게 나를 외면하던 너는 죽을 것 같은 상처를 보듬으며 나와 겉돌았던가. 


나의 짝사랑 애정 행각이 엽기적인 스토킹 같다. 


극한 타격의 순간을 소리 없이 참아내는 너에게 한 방을 더 먹이며 쾌감을 느끼려는 나와, 유혹을 교묘히 피해가며 끝없이 나를 약 올리는 너를, 누군가는 변태 커플이라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겠다.


허나, 서로의 심장을 마주하고 눈빛을 교환하는 우리는 완벽한 궁합이다. 우리 사랑의 악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활시위를 당긴다. 짐짓 엄숙해진다. 후끈 달아오른 내 심장이 시퍼렇게 촉을 세운다.

너를 조준하며 묻는다.


“너 지금, 떨고 있니?”


매거진의 이전글 한산도 제승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