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에게 쓰는 편지
화살을 날린다. 아니, 유혹한다. 너를 얻고 싶다.
수없이 작업을 걸지만 너는 반응이 없다. 다른 이들의 말은 척척 받아내면서 내게는 왜 이리 싸늘한지...
나를 외면하는 너를 부수고 싶다.
까만 네모 정장에 동그란 빨간 심장을 보란 듯이 아무에게나 내어놓는 너는 대담한 바람둥이.
삐딱하고 섹시하게 몸을 살짝 뒤로 젖히고는 숲 건너 음침하게 나를 쳐다보는 나쁜 남자.
아무래도 악연이다. 내 이름은 ‘어진 마음(인*)’이다. 나의 어짐을 갖고 놀려는 너의 빨간 심장을 꿰뚫고야 말겠다.
햇살 맑은 어느 아침, 너를 부수려고 화살을 날렸다. 임무에 실패한 화살을 거두며 네 앞에서 너를 노려보았다.
빈틈없이 빼곡한 깊은 상처들을 보았다. 빨간 심장에서 배어 나오는 무수한 아픔의 냄새를 맡았다.
너의 상처에 나는 힘이 빠졌다. 뻔뻔하게 나를 외면하던 너는 죽을 것 같은 상처를 보듬으며 나와 겉돌았던가.
나의 짝사랑 애정 행각이 엽기적인 스토킹 같다.
극한 타격의 순간을 소리 없이 참아내는 너에게 한 방을 더 먹이며 쾌감을 느끼려는 나와, 유혹을 교묘히 피해가며 끝없이 나를 약 올리는 너를, 누군가는 변태 커플이라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겠다.
허나, 서로의 심장을 마주하고 눈빛을 교환하는 우리는 완벽한 궁합이다. 우리 사랑의 악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활시위를 당긴다. 짐짓 엄숙해진다. 후끈 달아오른 내 심장이 시퍼렇게 촉을 세운다.
너를 조준하며 묻는다.
“너 지금, 떨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