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낯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게 될 것이라고 누군가 알려주었기에 당황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낯설었다. 나는 그를 알고 그는 나를 모른다. 나라는 사람이 땅에 발 딛고 산다는 것도 그는 어제야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알아온 것처럼 말을 걸어온다.
반가웠다. 나를 반가워하니 반가웠고, 내가 관심있는 것에 관심있는 사람이니 좋았다.
대화는 잘 흘러갔다. 그는 내가 갈급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는 뜻을 함께 할 사람이 목말랐다. 어쨌든 나도 사람이니까.
첫 통화로는 꽤 긴 통화를 했다. 다소 난감하고 많이 편안했다.
내가 필요한 지식과 뜨거운 마음을 그가 가진 것이 편했고 함께 열심히 해보자니 좋았다.
그러다가 나쁜 마법사가 휘젓는 냄비 안에서 끓어오르는 수증기처럼 마음 한 구석이 사악해졌다.
‘이렇게 해서 그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으려나. 그 이익 때문에 이러는 걸까?’
그렇다면 그는 사람에게 열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익에 열리는 사람이 아닌가.
기분 좋은 대화 끝에 이렇게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은 왜 이리 계산적일까. 친근하게 걸어오는 말은 낯선데 계산하는 나는 참 친근하다. 나는 무엇에 열린 사람인가.
장마지만 맑은 하늘이다. 빛이 구름을 여는 것일까. 구름이 빛을 피하는 걸까. 이렇든 저렇든 빛은 반가움이고, 눈부심이다.
나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빛이기를 빌어보는 하루.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도 눈부시게 맞이하고 싶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