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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inity Lee Jul 05. 2019

모래알처럼

2019.7.3 수요일

5~6월 내 시선이 넓어졌다. 내가 몰랐던  독립출판의 세상을 알아버렸다. 6주간 이어졌다.

금요일 저녁마다 먼 거리를 달려갔다. 즐거운 걸 만나러 가는 길,  광안대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봐도 봐도 신비한 물의 광야이고, 도시를 메운  차들의 붉은 빛은 활주로 유도등이었다.

유려하게 착륙해 한성1918로 달려가지만 매번 지각이다.

맨 뒷 줄에 앉아 강사 선생님의 얼굴에, 함께 참여하는 이들의 뒤통수에 시선을 꽂는다.

그렇게 6주간 강의가 끝나고 꿈결같이 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리고 뒷풀이 자리...

뒷모습은 익숙하지만, 얼굴은 잘 모르는 이들을 만나러 갔다.

어떤 책을 내고 싶은지 말하던 날, 그들의 뒷모습은 진지하고 예뻤다. 마음에 어떤 숲을 키우는지 짐작이 갔다.

이슬 맺힌 잎, 꿈꾸는 꽃, 시간을 기다리는 나무, 튀고 싶어 통통거리는 풀, 그리고 또 무엇이 그들 숲에서 빛을 바라고 있을까.

선 세 개만 그어진 밋밋한 내 세모 마음이 그들과 함께 배우고 부피를 얻었다. 피라미드가 되고, 에펠탑이 되고, 때로는 삼각김밥도 되었으니 이만하면 꽤 감칠맛나는 경험이다.  

오늘 자신의 샘플책을 얘기하며 더 목말라하는 그들을 보니 사막이 떠오른다. 장엄한 모래더미이지만 한 오라기 바람에도 몸을 맡길 줄 아는… 사막.

따라 흐르는 물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래알이 되길…

모래알이 품은 숲이기에  바람처럼 가볍고 하늘처럼 큰 숲이 되길….

그래서 나도 다른 이들도 그들 숲에서 쉬어갈 수 있기를...

#응답하라_부산
#독립출판물에_반하다
#독립출판 #시간은_흘러가도_이야기는_남는다 #한성1918 #북살롱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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