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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Oct 30. 2022

한국 노르웨이 국제커플 셀프 웨딩 준비하기 2

예식 준비보다 더 고난도였던 피로연 준비

한국은 예식장 건물에 뷔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하객분들께 어렵지 않게 식사대접이 가능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달랐다.


결혼식 세리머니 후 레스토랑을 가거나 자택에 하객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거나 아니면 연회장을 빌려음식을 직접 준비 또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불러 피로연을 진행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 가족, 친구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노르웨이 가족, 지인들만 초대하게 되어 하객은 대략 22명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나라인만큼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남편과 남편의 친구는 취사가 가능한 연회장을 빌려 직접 요리를 해 하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이렇게 하는 것이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의견 또한 냈다.


그리하여 우리는 연회장 한 곳을 직접 방문했으나 연회장을 빌릴 경우 연회장 렌트 비용, 음식 재료비부터 각종 도구 자재비, 데코 비용 외에도 데코를 직접 꾸며야 하고 또 피로연 끝나고 청소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남편과 남편의 친구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도와달라 부탁하면 된다고 하는 데 그들이 곧 하객들이라 축하하러 온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한국 정서로 생각했을 때 이러한 부탁을 해야 하는 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개인적 내적 친말감이 형성되지도 않은 사람들한테 이거 해야 하는 데 도와줄 수 있는지, 또 언제 시간 되는지, 같이 청소는 해줄 수 있는지 등 일일이 조율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연회장을 빌려서 하는 게 비용이 다른 것에 비해 조금 적게 들지라도 우리의 육체적 노동,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숫자로 감안했을 때 결코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로 다가와 차라리 가족들만 레스토랑에 초대해서 결혼식 후 식사를 하는 것은 어떤지 제안을 했으나, 남편은 노르웨이에서 예식은 세리머니만 하고 피로연에서 먹고 마시고 다 같이 축하하고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객들 모두와 피로연을 하고 싶어 했다.


나 또한 한번뿐인 결혼식에 그의 뜻을 존중해 남편에게 "당신이 직접 나서서 연회장 세팅, 요리 등 전반적인 준비 과정을 진두지휘 하는 거면 나는 서포트할 수 있어. 근데 난 내가 진두지휘해야 하는 거면 그냥 레스토랑에서 하고 싶어.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우리 가족, 친구들이 못 오고 우리 결혼식에 참석할 하객들은 당신 가족, 친구들이니까. 나보다는 당신이 더 하객들이 어떤 음식이 좋아할지, 여기서 데코 할 아이템들은 어디서 살지 등 이런 것도 나보다는 더 잘 알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난 내 결혼식날 일하고 싶지 않아. 가뜩이나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날인데 청소, 음식 조리 등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거기에다가 렌트 시간 맞춰서 청소해서 원래 연회장의 모습으로 원상복귀까지.. 내 결혼식을 나중에 떠올렸을 때 뒷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그날의 마지막이 아니었음 좋겠어. 그날은 그냥 온전히 즐기고 싶어"라고 내 의견을 전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난 데코에 소질이 없잖아. 그래서 난 당신이 맡아줬으면 했는데... 그리고 나도 연회장 데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친구들에게 물어봐서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난 화들짝 놀라 "잠깐만.. 내가 맡아서? 손이 더 많이 가는 연회장을 빌려서 자꾸 하자고 하길래 난 당신이 자신 있어서 그런 줄 알았지!"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웃어 보였고 나는 "내 대답은 No야. 절대 못해. 레스토랑에서 하자."라고 했다.


그리고 이후 레스토랑 리스트를 작성해 컨택하기 시작했고 엑셀로 표를 만들어 메뉴 구성, 가격 등을 비교하기로 했는 데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공간 예약비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고 얘기하는 등 레스토랑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중 한 곳이 가격도 적당하고 메뉴 구성도 괜찮고 공간 예약비도 없어 진행하려고 했는 데, 웨딩 케이크를 가지고 오는 경우 커피값으로 1인당 60kr(한화 약 8200원)이 추가 비용으로 청구될 것이라고 했다.


웨딩 케이크도 의뢰하는 것이라 기본 15만원 이상 들 예정이었고 메뉴도 3코스로 각 메뉴마다 술/음료를 포함하면 1인당 약 15-18만 원 정도 들고 거기에 커피값도 마시든 안 마시든 사람 인원수 x 60kr씩 청구된다고 해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우리의 예산보다 넘었다.    

한국은 축의금으로 커버된다는 말도 있지만 노르웨이는 축의금 문화가 없어 오롯이 우리의 지출로 계산기를 여러번 두드리며 심사숙고를 해야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와중 남편 친구가 일하는 레스토랑 사장님께서 일전에는 공간 예약비 및 웨딩 케이크를 가져오는 경우 커피값 또한 인원수만큼 청구된다고 해 리스트에서 제외해두었는 데 운이 좋게도 공간 예약비와 커피값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편 친구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피로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남편 친구와 만나 코스 메뉴를 정하기로 했는데 난 레스토랑에서 예식 피로연 메뉴를 보유하고 있을 줄 알았으나, 노르웨이에서는 신랑 신부가 메뉴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음식에 일가견이 없는 나는 어떤 메뉴가 좋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얘기해 남편과 남편 친구가 주로 정하고 나는 메인 메뉴는 고기였으면 좋겠다던지 재료 위주로 얘기를 해 총 3코스 메뉴를 정했다.


그리고 이후 가격은 그 친구가 레스토랑 사장님과 함께 논의 후 알려주었다. 이렇게 피로연 장소가 정해지고 하나하나 구체화되니 결혼이 실감이 나가 시작했지만 예식보다 피로연 준비가 더 손이 많이 간다는 게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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