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비싸기에 생겨난 소음..?
한국의 주거 환경에서의 단점이라면 바로 층간 소음이 떠오르실 텐데요. 실제로 인터넷 또는 주변을 통해 층간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은 경험담을 한 번씩은 접하게 될 정도로 주거 환경의 문제점으로 손꼽히기도 하죠.
이와 반면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층간 소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에서 접하지 못한 소음을 경험하게 됐는데요. 바로, '파티 소음'입니다. '파티 소음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같이 밥 먹고 얘기 나누고 술 마시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노르웨이의 홈파티는 작은 클럽이 됩니다. 베이스가 묵직하게 깔린 클럽 음악을 빵빵하게 틀뿐만 아니라, 술 마시고 어느 정도 취하면 다 같이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 떼창을 하고 이어 춤까지도 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이 파티를 열면 차라리 파티를 같이 여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겠다 싶을 정도로 소음의 수준이 어마어마합니다. 반대편 건물에서 진행되는 파티 소음도 들릴 때가 있습니다. 왜냐면, 창문을 다 열어놓기 때문이죠.
특히 노르웨이 사람들은 술 취해지면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도 과격해지기도 해 평소에는 어떻게 저렇게 말없이 지내고 조용한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술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본능이 나타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술 취하면 노래 부르는 걸 엄청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에 교통수단 이용 시 종종 술 취한 젊은 친구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를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다음 날 이불킥 제대로 하겠군.'이라고 생각 들지만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파티를 시끄럽게 열면 다른 곳에서 뭐라 안 하나요?"라고 의문이 드실 텐데요. 놀랍게도 대답은 "네."입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대놓고 말을 못 합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소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극적인 소극적 태도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이웃이 새벽 3,4시까지 그렇게 시끄럽게 파티를 열며 놀아도 이웃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게 합니다.
'한국처럼 층간소음으로 말 잘못했다가 괜히 흉흉한 뉴스소식처럼 사건이 일어날까 걱정돼서 아닐까?'가 아닌, 그냥 내가 참고 말지라며 나서질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어느 날, 직장 동료 한 명이 "어제 파티를 열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밤늦게까지 춤을 추며 놀았다. 아마 이웃집 천장이 흔들렸을 거다. 너무 행복하다."고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하길래, 이유를 물으니 해당 이웃이 매주 주말마다 파티를 시끄럽게 열어 주말이면 백이면 백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하며, 어제 놀러 온 친구들에게 해당 사실을 말했더니 그럼 우리도 똑같이 해주자며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근데 어떻게 참아? 그냥 가서 말하는 게 더 낫지 않아? 새벽 3,4시까지 계속 파티하는 건 너무 심했다."라고 하니, "가서 말할 자신감이 없어"라고 대답하는 동료의 모습에 노르웨이 사람들의 특성이 다시금 상기되어 더 이상 의아해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 것이지요. 노르웨이에서는 "왜?"라는 물음보다 "그냥 그렇다."라는 대답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이게 주변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 저에게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는 데, 몇 번은 참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저는 이웃에게 너무 시끄럽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말한다고 해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이웃의 대답은 "너네 집까지 들를지 몰랐다. 미안하다"였습니다.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그냥 그렇다.'에 이어 '몰랐다.'라는 대답 또한 노르웨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요. 누구나 들을 수 있게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옆집까지 들릴지 몰랐다는 건... 뭐라 문장을 끝맺기도 어렵습니다.
여하튼, 이런 노르웨이의 홈파티에도 나름의 암묵적인 룰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암묵적인 룰은 '10시 또는 12시 이후에는 큰 소음을 내지 않는다.'입니다. 대체적으로 다세대 주택, 아파트의 경우엔 세탁기 사용 가능 시간, 드릴을 사용한 못 박는 일 등 또한 오후 10시 이전까지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파티로 인한 소음은 그들이 인지했어야 하는 책임이지, 이웃들이 참아야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나마 매너있는 이웃의 경우, 저녁 10시~12시 사이 전까지 파티를 한 후 이후 바로 자리를 이동해 파티를 마무리하죠.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홈파티 소음이 왜 생겼을까?라고 고민을 해보니, 바로 모든 것이 비싼 노르웨이 물가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즉, 대학생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저렴하게 먹고 마시고 즐기고 할 만한 곳이 노르웨이에는 마땅히 없기 때문입니다. 센트룸에 위치한 바를 가면 칵테일 한 잔에 기본 2만 원 중반, 3만 원 이상으로 비쌉니다. 클럽 또한 다르지 않죠. 한국처럼 젊은 이들이 먹고 마실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홈파티를 자주 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홈파티가 주로 열리는 요일은 금요일, 토요일이지만 대학교 입학 시즌인 여름 시기에는 시도 때도 없이 파티가 이뤄집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웃의 파티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았던 경험이 저 또한 있었는데요. 해당 경험을 통해 '저는 참으면 병 된다.'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이웃들이 말 안 하고 있는다고 해도 그들처럼 참고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 또한 소음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등 스트레스를 충분히 받고 있지만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말하면 됩니다. 한국인으로서 말할 용기를 찾기보다는 아마 해당 소음으로 인해 짜증이 치밀어올라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요.
조용하고 개인적인 문화가 강한 북유럽, 노르웨이도 이러한 강렬한 소음을 선사하는 홈파티 문화가 있다는 점 소개해드렸는데요. 해당 글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작성된 것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