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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Jul 28. 2024

노르웨이 직장 생활 ep.2: 결정

It's time to make a decision.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작성된 것임을 사전 안내드립니다.


노르웨이 이민 3년 차, 직장 생활을 하며 참 답답함과 바뀜이 없는 무료함을 이모저모 느낄 때가 많다.

노르웨이는 자국민으로만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기에 각국에서 터전을 옮겨온 이민자들이 꽤 많다. 대표적으로 폴란드, 태국,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인도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그리하여 노르웨이 회사에 취직하면 노르웨이 사람과 더불어 각국에서 온 이민자 동료들과 같이 일하게 된다. 이에 노르웨이 문화와 다른 나라 문화가 함께 뒤섞여 시너지 효과가 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다문화가 단점으로 작용될 때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100% 이해할 수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납득하기에는 문화적 배경과 같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며 듣는 자세,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충족되어야 한다.


노르웨이 직장 생활에서 느낀 점이라면 노르웨이 나라란 자체가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꾸려는 움직임, 시도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회사 운영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 정도 성공이라 불릴 만큼 성장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성장은 너무나 더디게 느껴진다. 더 나아질 생각은 있기나 한 건가? 싶은 의문도 든다.


그리하여 일정기간 일하게 되고 어느 정도 눈치가 있다 보면 내가 여기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3년, 5년 후에 어떤 자리에 있을지 그려졌고, 근속 기간 1년이 넘어가면서 나는 차츰 그리고 다시금 이직 생각을 하게 됐다.


쓸모없이 느려터진 업무 처리와 그리고 문제가 염려되어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듯한 매니지먼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과 더불어 노르웨이 전반적 사회 분위기인 개개인마다 다르다, 평균이 안되어도 괜찮다는 게 깔려있다 보니 직장 내에서도 일을 더럽게 지지리 못해도 용인된다.


물론 평균이 안 돼도 괜찮다. 하지만 같은 업무를 맡아 착실히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일이다. 왜?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니까. 차라리 일 잘한다고 금융치료라도 하게끔 해주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그렇지 않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 못하는 건 괜찮고 일 잘하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논리가 합당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람은 인정과 보상을 바라게 되어있다.


그래서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약간 떨어지게 업무를 수행하는 게 낫다고 느끼게 됐다.

승진의 기회가 잦은 것도 아니고 회사 규모가 크지 않고 회사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지 않는 곳에서는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됐다. 의견을 제시해도 바뀌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나는 내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함과 더불어 내가 이곳에서 지금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기에 답답함과 불편 그리고 혼란감을 느꼈다.


그중 근래의 일로 예를 들자면 신입들을 채용했지만 그중 우리 팀에서 일하던 한 명이 일을 너무 못하고 여러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 나의 상사는 나에게 해당 직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 신입은 매니저와 소통도 제대로 안 하고 일도 제대로 못해, 업무 역량에 관련해 미팅을 두세 차례 했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다른 직원들의 불만도 생겨났다. 그 신입이 일을 못하면서 다른 직원들이 추가로 더 업무를 맡아야 했으니 불만과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중 한 명은 나에게 "저렇게 일 못하는 애를 왜 못 자르는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나도 참 알고 싶다!

반값 월급을 받으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다른 사람과 같은 임금을 받는 다면 그에 응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신입과 마지막 미팅을 앞둔 매니저는 당장이라도 정리할 것처럼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신입을 욕하면서 "이 친구를 어서 정리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 드디어 옳은 선택을 하는 건가 기대했다.


하지만, 매니저에게 어떻게 진행됐냐고 물어보자, 매니저는 얼굴을 감싸 쥐며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당황한 기색을 엿보였다. 난 순간, '아 또 한 번 기회를 줬구나, 같이 일해야 하는구나.'라는 직감이 들며 아찔했다.


그는 그 신입을 일이 더 없는 곳으로 보낼 계획이라 해 안심했다. 어제가 그 신입과 같이 일하는 마지막 일이었고 역시나 그 친구는 일을 제대로 못하기에 내가 그 신입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냐 매니저가 부탁했고 알겠다고 했다.  


이후 그 친구가 퇴근하기 전에 원래 했어야 할 업무 중 몇 개를 그 친구 보고 하게끔 하겠다고 매니저에게 말하자, "그건 너 일이야!"라고 나에게 쏘아붙였다.


마지막 미팅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신입을 욕할 땐 어째고 다짜고짜 감싸고돌았다.

감싸는 건 좋은 데 일을 제대로 하게끔 도와주려면 일에 익숙해지게끔 해줘야지, 못한다고 빼주면 그럼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은 뭐 호구인가? 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있는 건 당사자인 나이지, 매니저가 아닌데 대뜸 너의 일이라고 우기고 보는 태도가 참 황당했다.


이 매니저의 특징이기도 하다. 자기보다 앞서 생각이나 의견을 제시하면 가끔은 그게 자기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지 내가 제시한 것을 나에게 그대로 돌려 이건 네가 해야 할 일이라고 따지고 보는 스타일이다.


웬만하면 나도 좋게 넘어가려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나는 매니저에 "아니, 어려운 일도 아니고 원래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 건 쟤인데 내가 지금 어려운 부탁하는 거냐"라고 물었고, 매니저는 "너 일이라고! 지금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은 너잖아. 그러니 네가 해야 하는 거지!"라고 고집 있게 주장했다.


그래서 나도 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아니,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업무 맡은 지 알아 도와달라 해서 알겠다 했잖아. 그래서 여태까지 그 일을 하고 있잖아. 근데 내가 말하는 건 지금 기초 a, b, c 업무를 제가 가기 전에 하라고 시킨다는 거라고. 누구나 다 하는 일이고 이것도 걔가 못한다고 얘기하는 거야?"라고 되물었다.


그러니 또 매니저는 같은 답변을 던졌고, 이에 나는 "아니... 내가 지금 대단한 걸 부탁해? 내가 맡은 업무가 제 거인 건 나도 안다고 근데 나는 내 원래 업무도 해야 하는데? 그럼 뭐야? 내 업무는 누가 맡아줄 건데? 네가? 그래, 나도 제가 일 못하는 거 알아. 근데 다른 사람이 하는 만큼 보통으로라도 일하게끔 하려면 그에 맞게 할 건 알려줘야지. 그래, 내가 b업무는 맡을 테니 쟤한테 그럼 a랑 c 하라고 할게. 삼십 분이면 하겠지."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삼십 분? 그 일이 삼십 분이나? 말도 안 돼."라며 또 말꼬리를 잡았고, "아니, 제가 일 못하니까 넉넉잡아서 삼십 분이라 한 거야"라고 말했다. 매니저는 "삼십 분이 아니라 십 분도 안 돼서 끝낼 일이야. 그동안 못 끝내면 제 책임이지! 삼십 분 절대 안 돼!"라며 따지고 들었다.


이 매니저도 참, 좋아하고 싶어도 상사로 따르고 싶어도 참 어렵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매니저의 응석받이 태도에 난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겠다, 네가 다 해 먹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먹었는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지 않았고 그녀에게 끈질기게 협상을 시도했다. 업무 세 가지 중 하나는 내가 맡겠다 하며 두 개는 걔를 시키게 하는 전략으로.


이 매니저 또한 이전에 나와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는 과거에 노르웨이 이민 왔을 때 안 좋은 경험을 한 얘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고 전 직장들의 경험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공유함 적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상처 하나씩은 있을 테니 자기가 옳다고 자기를 지키려고 남을 탓하면서 방어적으로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일단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그새를 못 참고 나에게 다가와 "너네는 내가 있어서 진짜 다행이야! 행운이지!"라고 말했다.


근데 본인 입으로 그렇게 자기 잘났다 말한 사람 중 그러한 사람을 못 봤고, 매니저란 위치가 아랫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 빛나는 것이라 생각해 사실상 그 말을 뱉는 자체가 오만하다 생각됐다.


이로서 그간 이직 또는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에게 확실하고 명료한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있을 때 마음껏 지껄여라. 그러다 내가 그만둘 때 후회하는 건 너다.'라고 생각하며 쳐다도 안 보고 대꾸도 안 하고 묵묵히 내 일을 하고 있자, 매니저는 자리를 떠났다.


Yes! It's time to make a decision!



이후 점심을 먹으면서 "it's time to make a decision! 이제 결정할 때야!"라고 마음이 확고해졌다.


'네가 나(우리 팀)한테 있어서 행운? 다행? 나 없으면 여기서 누가 나만큼 일할까? 너 같은 매니저랑? 너야 말로 우리가 너 밑에서 일해줘서 네가 팀매니저가 될 수 있어서 행운인거지.',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라는 마음이 확고해졌고 이로서 그간 복잡했던 생각 정리가 한 번에 확 되는 순간이었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기막힌 타이밍! 더 늦지 않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향해 가야 하는 너무나 좋은 타이밍을 만나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다!


그간 고민으로 떠들썩하고 무거웠던 마음이 너무 시원해지면서 그간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에 처져있던 기분이 확 좋아졌다.


"여기에 1년 더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지금 직업, 월급도 나쁘지 않아." 등으로 나 자신을 설득하려고 했던 지난날들이 쭈르륵 젖히면서  "그래, 여길 떠나는 거야! 이제부터 준비하자. 이건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 거야. 해보자! 가보자!"라고 확고한 확신을 느꼈다.


사실 이직 또는 잔류 사이를 고민하면서 이력서를 몇 번 냈고,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와 면접 봤는 데 해당 포지션은 다른 사람에게 갔지만 나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거기에 자기네들이 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다시 연락 줘도 되는지 물었고 이에 난 동의를 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 콜을 하든 다른 회사로 이직 하든 어쨌든 난 지금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굳이 조급해질 이유는 없다. 왜?
난 어쨌든 이 회사를 떠날 거니까.

내가 변화를 향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거지 뭐!
인생 뭐 있나요?


30분 뒤, 매니저는 나에게 너 안 쉬고 뭐 하냐고 은근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 매니저가 내심 미안할 때 하는 행동과 말투가 보였다. 이미 생각 정리가 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웃음을 지으며 평소와 같이 얘기를 나눴다. 더불어 매니저를 보면서 나이가 먹어간다고 성숙한 인간이 되기란 참 쉽지가 않구나 싶다. 결국엔 한 시간도 안되어 아쉬운 사람이 먼저 다가오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의 계획이 쫙 정해져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노오력 할 일만 남았네요.


나의 노르웨이에서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더 나와 맞는 그리고 나보다 나은 동료이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지금보다 좋은 곳, 더 나은 곳으로 이직 성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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