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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Nov 07. 2024

노르웨이 직장생활 ep6: 현지인의 이직도 쉽지 않다.

이전의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듯 나는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요즘 채용이 활발한 시기는 아니기에 나 또한 이직 준비를 잠시 웅크려뒀다. 여러 가지의 방법, 기회를 모색한 뒤 적절한 때 그리고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기임을 직감했다.


그러한 와중에 현재 직장에 조금 더 충실하게 일해보고자 했지만 나의 상사는 나에게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줬다. 


최근에는 내가 이 상사 때문인지 아니면 이 회사 때문에 이직을 하고 싶은 지 곰곰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물론 회사 운영 방식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이것은 문화 차이에서 오는 것도 있다. 

일하는 동료들과는 어떤가 생각해 봤다. 엄청 좋은 것도 엄청 나쁜 것도 아닌 평타를 유지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종종 한번씩 너가 팀의 총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팀원들을 통해 듣기도 하니 그들이 나를 좋게 봐주는 것 같다. 


팀의 총 매니저인 상사는 한 번씩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되며 나름의 이 사람 패턴에 대해 터득했다. 


나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오가는 동안 회사에는 오래 다니던 사람들이 그만두고, 아울러 새로운 CEO가 취임되는 등 작고 큰 변화들이 일어났다. 


그러한 좋은 변화가 나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 회사를 웃으며 가뿐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회를 모색 중이던 와중, 올여름 전 그만둔 직장 동료 한 명이 삼 개월 지나 다시 재취업하는 일도 있었다. 


그 동료는 노르웨이 사람이지만 노르웨이 사람 치고는 화끈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 친구랑 수다를 떠는 날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일하다 반복했던 기억이 났다. 그 친구가 돌아왔단 소식에 반가움도 들었지만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겠다 호기스럽게 다짐을 하고 나갔기에 의아함도 들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돌아온 동료에게 반가움의 인사를 건네러 가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묻자, "이직이 쉽지 않더라고.. 면접 연락을 단 한 군데에서도 못 받았어! 하하. 그래서 같이 일했던 매니저 C에게 자리 있는지 연락했고, 지금 여기 있지 뭐야.."라고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생활하는 데 돈이 드니 마음이 급해져 연락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 친구가 떠난다고 선언했을 때 이곳보다 더 좋은 직장을 발견할 것이란 사실에 의심치 않았다. 노르웨이도 현지인 채용을 우선으로 하며, 이 친구는 현지인이자 일도 잘하기에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색하진 않았지만 나에게는 내심 적지 않은 충격이자 그리고 위안이 되기도 했다. 충격으로 다가온 사실은 현지인인 이 동료가 그간 지원한 회사들로부터 면접 연락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이 친구는 그만두기 전 현재 나와 같은 매니저 직급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매니저 직이 아닌 일반직군에 지원한 곳에서도 조차 연락이 안 왔다고 하는 것이 나름 충격이었다.


월급을 더 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랬나? 노르웨이도 고학력 배경을 가진 지원자의 경우 취업이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데 이는 바로 회사가 그에 응당한 높은 급여를 줘야 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외국인에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될 것 같은 면접, 채용 기준, 현지인들과의 무한 경쟁 등이 노르웨이 사람들에게도 쉽지 만은 않은 단계이구나라고 체감되니 위안을 느꼈다.


그리하여 과거의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를 돌아보게 된 나는 내가 어찌 보면 전 직장에서 현 직장으로 나름 빠르게 이직할 수 있었던 게 하나의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국에서 매니저 직급을 달아본 적도 없고 오히려 주눅 든 마음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마치 내가 누군가를 팀을 이끌어갈 자질이 부족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랬던 내가 노르웨이에서 내가 무언가의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맡고 모국어로 아닌 외국어로 팀원들과 소통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매니저로서 일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닉 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외국인으로서 타지에서 생활하니 기본적인 현지 언어조차 잘함보다는 못함이 더 느껴지고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종종 슬프고 갑갑한 마음으로 일하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감정이 드는 것은 아마 현재의 나에게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기에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찰을 곰곰이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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